당신의 아침에 가장 필요한 단 하나의 기록
알람이 울린다. 눈을 뜨고 알람을 끈다. 몸을 일으키고 싶지만 갑자기 중력이 44배 정도 강해지기라도 했는지 등이 일으켜지지 않는다. 힘겹게 중력을 거스는 데 성공해 멍한 상태로 화장실에 갔다가 부엌에 갔다가 책상으로 가 노트와 펜을 꺼낸다.그리고 노트의 빈 3쪽을 손글씨로 채워나간다.
이것이 지난 1n년 동안 내 대부분의 아침을 채운 기본 루틴이다. 그중 노트를 3쪽 채우는 걸 '모닝 페이지'라고 부른다.
모닝 페이지(The Morning Pages)는 줄리아 캐머런의 <아티스트 웨이>에 등장하는 창조성을 회복하는 강력한 도구다. 그녀는 창조의 장벽에 가로막힌 예술가들, 더 많은 업적을 이루고 싶지만 더 나아가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 안에 존재하는 벽을 허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했는데 거기에서 모닝 페이지야말로 매일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가장 막강한 도구라고 주장한다.
"모닝 페이지는 의식의 구석구석을 쓸어주는 작은 먼지솔과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별로 원하지 않는 것 등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모닝 페이지는 내밀하다. 우리가 정말로 어떻게 느끼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면 '괜찮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게 한다. '괜찮다'라는 건 '썩 좋지 않다'라는 걸까, 아니면 '좋다'라는 걸까?"
_줄리아 캐머런 / 아티스트 웨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 / 비즈니스북스
우리는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고 꿈을 꾸고 목표를 설정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지금 현재 상태에서 그 모습은 불가능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 간극이 너무 커서 이루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마음. 하지만 어떠한 장벽도 아랑곳않고 꿈을 이루는 사람들은 늘 있어왔다. 많은 경우 그들에게는 꺾이지 않는 마음과 불도져 같은 실행력이 든든한 동반자로 함께한다.
그게 가능한 비밀은 무엇일까?
모닝 페이지를 1n년차 실행해온 결과, 어쩌면 이 작은 아침의 습관이 늘 꺾이고 쉽게 흔들리고 휘둘리는 나처럼 평범한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확신을 얻게 됐다.
"'계속하기를 계속하라'는 것이 모닝 페이지의 주문이다. 기적이 일어나기 5분 전에 멈추면 안 되지 않는가.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자. 모닝페이지는 기적을 만들어준다."
_줄리아 캐머런 / 아티스트 웨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 / 비즈니스북스
매일 같은 행위를 오랜 시간 반복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지속한다는 건 더 어렵다. 스스로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몽롱한 상태로 의식의 흐름을 노트에 3쪽 적어내려가는 행위를 지속함으로써 얻어지는 결과는 꽤 놀랍다.
처음에는 '오늘도 도대체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문장으로 노트를 채우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긴장의 끈을 놓고 '있다가 꼭 손톱을 깎아야지'부터 '그때 그 인간에게 퍼붓지 못한 욕을 여기서라도 외쳐본다' 같은 내밀하고 사소한 내용조차 다 수용하는 것이 모닝 페이지라는 것을 인식하며 작성하다 보면 점차 그간 내가 고민했던 문제의 해답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반짝이며 튀어나오는 걸 알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아침의 기록이 쌓이면 쌓일수록 나라는 사람의 마음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모닝페이지가 누군가를 위한 글이 아니라 오직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내 몽롱한 의식의 흐름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단지 매일 아침 마음의 상태를 적어내렸을 뿐인데 고민이 해결되기도 하고, 유리멘탈이 와장창 깨져 흩어진 것을 다시 수습해서 모으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전에 비해 줄어든 것을 체감하기도 한다. 그런 매일이 모이면 정말 내게도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 아닌가.
약간의 부연설명을 덧붙이자면 나는 유리멘탈 + 극내향/소심 + 쫄보 인간이다.
모닝페이지 1n년 썼더니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난 여전히 그런 인간이지만 (사람의 본성을 거스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깨진 멘탈을 수습하는 데 1년 넘게 걸리던 걸 1개월 이내로 해내고, 남들은 내가 극내향/소심 쫄보인 걸 잘 눈치채지 못한다. 그럴싸한 위장에 성공하게 됐다고나 할까. 긴 세월을 모닝페이지와 함께한 결과 나의 마음이 강해진 셈이다.
아침에 쓰는 세 페이지의 글을 디지털로 작성하는 사람도 있지만 손으로 직접 쓰는 걸 더 추천한다. 뇌에 자극이 되어 활성화되어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더 잘 떠오른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는 측면도 있다. 요즘의 세상은 속도가 너무 빠른 게 문제가 아니던가! 생각의 소용돌이가 아무리 빨라도 내 손의 속도로만 그것을 출력할 수 있다. 그만큼 어느 정도 정제된 나만의 흐름의 결과물이 나온다. 그렇게 나의 리듬으로 매일 써낸 각각의 3쪽이 물리적으로 쌓인 걸 보고 만질 때의 흐뭇함은 긍정적인 뿌듯함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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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내 머릿속 생각을 노트에 쏟아놓고 나면 아무리 무기력하게 시작한 하루였다고 해도 잘 살아내겠다는 의지가 충전된다.
아무리 먼 길을 가려고 해도 결국 한 걸음을 떼지 않으면 영영 닿을 수 없다.
모닝페이지는 노트와 펜 그리고 약간의 시간만 있으면 해낼 수 있는 가장 쉬운 첫 걸음이다.
그러니 일단 한번 내딛어 보시길.
그리하여 오롯이 당신답게 강해지시길.
덧_
유튜브에서 매일 아침 모닝페이지 라이브를 100일동안 진행하는 챌린지를 해왔다. 10월 9일이면 100번째 라이브가 될 것이다. 이렇듯 그냥 매일 꾸준히 쉽게 할 수 있다.
목록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