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의 나날들_04
첫 일주일은 아주 강렬한 지옥이었다.
첫 날 이미 팔에는 피멍이 들었고(멍이 잘 드는 타입) 이렇게 과격한 움직임을 딱히 경험해보지 못한 나의 몸은 지금 나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화를 냈다.
남의 장을 봐주겠다고 지금 내가 여기서 뭐 하는 짓인가 같은 회의감은 들 사이도 없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느리고 서툴렀다.
자주 머릿속이 하얘졌고 자주 누군가를 불러 세워야 했으며 자주 눈치를 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번개보다 빠를 것 같은 발걸음과 손의 속도를 가지고 일에 임했기 때문이다.
허투른 동작 하나 없이 완벽해 보였다.
나만 엉망진창 속을 헤매는 것 같았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던 건 사람들이 자주 나를 째려보거나 지켜보고 있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인데....
‘에이, 내가 너무 나갔나봐. 다 바쁜데 왜 나를 째려보겠어. 왜 지켜보고.....‘
과잉자의식이 분명하다며 도리질쳤지만.....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들었던 이유가 있다.
카페에서 커피를 배달시키거나 일과가 끝나고 한잔하러 가는 모임은 언제나 나를 제외한 채 이루어졌다.
누가 사는 것도 아니고 갹출해서 마시는 커피이고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일 끝나고 자리에 앉아 술 한잔 기울일 기운조차 없었지만 내게는 묻지조차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서럽고 서운했다.
폭풍의 일주일이 지나고 그래도 약간은 마침내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할 것 같지만 여전히 서투른 다음 일주일이 지나고
마침내 3주 정도 되었을 때 이제사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하고 나만의 리듬을 찾아내 안정기에 들어섰다.
그리고 내게도 커피 주문할 거냐고 물어오기 시작했다.
얼마 후에는 끝나고 한잔하고 가겠냐는 제안도 했다.
너무 기뻐서 그러겠다고 했다.
그 날 나는 나의 합리적 의심이 사실이었음을 알게 됐다.
그동안 나를 주시하며 지켜봤다고.
얼마 만에 그만둘 것 같냐고 뒤에서 이야기를 하곤 했다고.
열심히 하는 사람인지 뺀질거리는 사람인지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두고 봤다고.
각자 일하기 바쁜데 뭘 그렇게까지 했느냐고, 그래서 난 이제 당신들의 시험을 통과한 거냐고 하자 여기서 같이 한잔하고 있지 않으냐며 어깨를 툭 친다.
이때만 해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세 달이 지나는 동안 정식 직원 교육까지 받고 들어와서 길게 버텨봐야 일주일이고 두 시간 만에 줄행랑을 치는 사람들까지 보고 나니 왜 이들이 그런 마음의 태도를 가지게 됐는지 이해하게 됐다.
같이 일하지만 ‘동료’의 범주에는 넣지 않는 그 이유를.......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저 이곳을 그렇게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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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어간 지 네 달 만에 마침내 다음 ‘동료’가 들어왔다.
참으로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