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noopyholic Jan 29. 2024

Log Out

육체노동의 나날들_10

로그아웃이 의미하는 것은 나는 더 이상 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님을 선포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공지능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고 자연인의 나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퇴근의 시작이기도 하다.

물론 내가 강제로 로그아웃 당하고 다시는 로그인할 수 없게 된다면 그건 해고 당하는 것과 같은 것이겠지만.

.

.

.

.

.

.

.

퇴근이 1분밖에 남지 않았을 때 주문이 마구 밀려들어온다면 당신의 선택은?

.

.

.

.

.

.

캡틴과 동료들과 즐겁게 지낸 날은 하나의 주문이라도 더 처리해주고 가기 위해서 내 5분을 더 투자해 일해주고 간다.

.

.

.

그렇지 못한 날은?

다른 동료들의 손과 발에 불이 나든 말든 나는 아주 느릿느릿 움직이며 그 1분을 떼운다.

천천히 단말기를 꽂아두고 가는 곳까지 걸어가면 1분 정도는 아주 쉽게 지나가주는 시간이다.

.

.

.

59분이든 말든 그냥 로그아웃을 누르고 가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동료는 심지어 시간 되면 얼른 칼퇴하라면서 포장은 자기에게 맡기라고도 한다. (아 감동)

(나도 그런 동료에게는 그 감동을 꼭 되갚는다)

이건 저마다의 특성이지 싶다.

책임감의 문제라기보단 에너지가 얼마다 더 충전되어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내가 그 주문 한 개를 더 받아서 2-3분 늦게 로그아웃을 한다고 해서 회사에서 시급을 더 쳐주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회사 입장은 조금이라도 시급을 더 주는 게 부담스러워서 칼퇴하라고 한다.

근무시간 외 시급은 1.5배를 쳐서 줘야 하는 것이 원칙이니까.

칼퇴를 하든 너그러운 마음에 바쁜 매장을 조금이라도 더 도와주든 느릿느릿 60초의 시간을 떼우든....

우리는 Log out을 하며 외친다.


도망쳐!


매거진의 이전글 Log I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