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어느새 10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난생 처음으로 내 이름 석자가 박힌 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사실 그 전부터 이미 잡지에 기사를 싣는 일이라던지 다른 저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책을 낸 적은 있었지만 오직 내 이름만으로 책이 나오는 일은 그저 처음이라 굉장히 떨리고 얼떨떨했던 기억이 나네요.
<내 배낭 속의 영국 남자>
제 첫 책의 제목입니다.
서점 서가의 매대 위에 올려진 내 책들을 발견했을 때 심박수가 급상승하던 느낌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출판사의 책 소개에 의하면 내용은 이러했다죠.....
여행지에서 누군가를 만나 함께 여행하고, 급기야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가상의 공간에서) 만난 남자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 한국의 젊은 여자가 자신의 일상과 계획을 뒤로한 채, 통장을 탈탈 털어 비행기에 몸을 싣는 데서 시작하는 이 책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드라마틱한 로맨틱 여행기다. 뭐, 다소 무모해 보인다고? ‘운명적인 만남’을 믿는, 20대 중반의 대한민국 평균 여성인 저자 노시은의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는데?
『내 배낭 속의 영국 남자』는 한마디로 뭔가 심상치 않은 여행과 사랑 이야기다. 저자는 명성에 비해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영국의 ‘숨겨진’ 여행지를 소개하고,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진솔하게 공개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진부하지 않은 여행과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요즘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읽는 힘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배낭 속의 영국 남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저자의 영국 여행기와 사랑 이야기 곳곳에 양념처럼 밴 영국의 문화 이야기일 것이다. 저나는 자신의 이야기 사이사이에 영국만의 특징을 보여주는 ‘문화 노트’를 추가해 영국만의 문화와 영국인의 마인드, 습성 등의 지식과 정보를 전해주고 있다.
_안그라픽스
드물게.....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누군가 그 책을 읽으셨다면 아마도 엄청난 짝사랑의 일기였음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운명적 사랑'이 이루어지기는 커녕 몸의 어딘가 고장난 사람처럼 눈물을 터뜨리거나 멍하니 하늘을 응시하는 날만 늘어갔더랬죠. 하지만 책이 나오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흘렀으므로 그 상처도 아물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세상의 일이란 참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 삶은 공평한 것이 아닐까요?
그저 그런 것 같았을 뿐! 첫 책이 나왔다는 기쁨도 잠시!!!
분명 딱히 엄청나게 잘 팔린 책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로부터 많은 피드백이 당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대부분은 "그 남자랑 어떻게 됐어요?" "지금도 연락해요?" "그 남자 웹사이트 주소가 뭐예요?" 같은 내용이었고 저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가 다시 괴로움에 휩싸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남자는 다른 나라에서 다른 여자와 아름다운 사랑을 시작해 이어가고 있던 중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인터넷에 올라오는 부정적 리뷰도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올리는 사람은 그냥 올리는 것이겠지만 지금보다 훨씬 새가슴이었던 그때는.....다른 칭찬도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제 가슴에 비수를 꽂는 그런 이야기만 자꾸 메아리쳐 돌아오더군요.
다시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대한 슬픔과 회한에 잠겨 힘들어진 것에 내 능력 부족에 대한 한탄까지.....
점점 마음이 너덜너덜해져갔죠.
그러던 어느 날!
카미노 데 산티아고라는 길에 대해서 듣게 되었습니다.
스페인에 있다는 순례자의 길.
마침 우리나라에서도 그 길을 걸은 수필가의 책이 나와 이슈화됐고, 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의 소설도 나오고...인터넷을 미친 듯이 검색한 끝에 저는 그곳으로 떠나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으로 떠났고, 그 길을 걸었고, 상처는 치유되었고, 충만하고 반짝이는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경험은 너무나도 구체적이면서도 환상적인 것이었어요.
그래서 길을 걷는 동안 제 안에서 끊임없이 그에 대한 소설을 써내려갔죠.
중학교 때 연애소설을 연필로 또박또박 써내려간 노트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었던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 이후 언젠가는 쓰고 싶다, 생각은 있었어도 딱히 소설을 제대로 써본 적은 없었거든요.
그러던 제가 돌아오자마자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나의 첫번째 장편소설이 되리라고 확신하며 길을 걷는 동안 마음에 써내려갔던 것을 타이핑해서 하얀 화면에 채워 나갔습니다.
소설을 다 쓰고 부푼 마음을 안고 첫 책을 냈을 때처럼 출판사들의 문을 두드렸습니다만.....
행운의 여신은 더 이상 제 편이 아니더군요.
저는 이 이야기를 저의 외장하드의 가장 깊숙한 곳에 넣어둔 채 오랫동안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던 사이 두 번째 책이 나왔고 저의 삶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오래도록 가져왔던 소설가라는 꿈은 접어둔 채 다른 일에 매진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2016년 1월 1일이 왔을 때,
계시처럼 첫 책이 나왔던 것도 내가 그 길을 걸은 것도 10년이 지났다는 생각과 함께 열심히 써내려갔던 소설이 떠오르더군요.
하지만 이미 쓴 지 오래되어서 현재의 최첨단 기술의 시대와는 동떨어진 구닥다리 이야기가 되어버렸으니 이제 영영 빛을 볼 일은 없겠구나 싶어 단념했지요.
그래도....그래도.....그래도..............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자꾸 절 떠나지 않아서..............
결심했습니다.
부끄러운들 어떠하리....
그 이야기를 이곳에 꺼내어 펼쳐보자.
더불어 제가 그 길을 걸으며 봤던 아름다운 풍경들도 보여드릴 겸해서요.
그게 브런치의 감성에도 부합하는 일 아닌가요?
"다시 꺼내 보세요. 서랍 속 간직하고 있는 글과 감성을."
아무도 읽지 않는다고 해도 제겐 의미 있는 일이 되리라는 굳은 믿음과 함께.....출발을 결심했습니다.
이름하여 카미노 데 산티아고 10주년 기념!!!!!!!!!!!!! 연재 되겠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편 정도 올리기 시작하면......제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입성했던 날 즈음에 연재가 마쳐지지 않을까 싶어요.
저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페인에 있다는 순례자의 길 걸어보시지 않을래요?
p.s.
저의 첫 책은 천만 다행이도 초판을 다 소진하고 절판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