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산책기
중국 베이징으로 차시장 견학을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마렌따오는 그 구역 전체가 다양한 차성(차에 관련된 것을 판매하는 가게들로 모인 건물)들로 밀집된 곳이었다. 나흘이라는 시간 동안 여섯 명이서 구석구석을 살피며 참 많은 차를 마셔보고 예쁜 차 마시는 도구들을 구경했다. 차 상인들은 자신들이 가진 다양한 수준의 차를 우리에게 선보였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맛보며 차의 특성을 파악했고 맛이 좋으면 구매까지 이어졌다. 마음에 쏙 드는 가구의 가격도 마음에 들었을 때의 기쁨을 아는지. 베이징덕은 물론이고 사천요리, 신장요리, 평범한 국수 한 그릇까지 화려한 중국 요리를 맛보는 일도 빠뜨릴 수 없는 일이었다. 길 것이라 생각했던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사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일행 중에 중국어를 할 줄 알았던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그들을 따라다니며 쾌적하고 거침없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개인의 사정에 따라 돌아가는 일정이 제각각이었고 나는 이틀이라는 시간을 혼자서 해쳐나가지 않으면 안 됐다. 마지막 날이야 공항으로 가면 그만이라고 쳐도 온전한 하루는 어떡하나 걱정됐다. 중국어를 하는 친구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는지 택시를 타고 다니라고 권하며 다양한 목적지를 수첩에 또박또박 적어주며 조심을 당부했다.
다음 날 아침, 혼자 남겨진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택시를 잡기 위해 거리로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지하철역을 찾아 노선도를 살펴 두 번 갈아타고 겨우 목적지인 천안문 광장을 찾아냈다.
모택동의 얼굴이 그렇게 반가울 줄이야!
목적을 달성하니 배가 고파왔다. 어쩌나 고민하다 음식점이 많아 보이는 길로 들어갔다. 허름하고 낡은 가게에 앉아 만두 한 접시와 맥주 한 병으로 배를 채우고 좁고 오래된 골목을 거닐다 칸막이도 없는 공중화장실의 신세를 지기도 했다. 길고양이들과 눈인사를 하고 예쁜 헌책방 주인과 통하지 않는 대화를 하다가 중국차에 대한 책도 하나 사들고 지하철을 타고 무사히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은 마지막으로 들른 차 가게의 <런닝맨>을 좋아하는 귀여운 아가씨가 또박또박 적어준 주소의 음식점에서 점원이 추천하는 대로 생선요리와 채소볶음을 시켰다. 혼자 다니는 여성에게 관심을 보이려던 그는 소통의 불가를 극복하지 못하고 나를 내버려뒀다. 덕분에 나는 느긋하게 다른 베이징 시민들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었다.
중국식 향신료로 맛있게 볶아진 갈치살을 손가락으로 집어 들고 발라 먹으며 생각했다.
‘혼자여도 괜찮은 하루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