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동병상련
매주 3개의 연재를 달리다 그동안 격조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수많은 일이 있었던지라.....그러다 번아웃되어........
좀 쉬어가면 어떨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 내 글을 기다리기야 할까마는.....
그래도 혹시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왜 글이 안 올라올까 생각하는 사람을 위하여~
이 글을 바친(?)다.
서오릉은 서쪽에 있는 다섯 개의 릉을 말한다.
하지만 솔직히 나에게는 내 평생을 통털어 너무나도 자주 소풍을 갔던 곳이었다.
소풍 장소가 서오릉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실망했던가!
그래도 또 익숙해서 좋았던 곳이기도 했다.
장난기 넘치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트럭을 얻어 타고 연신내로 나들이 가는 동안 나는 조용히 묵묵히 길을 걸어 혹은 그저 평범하게 152번 버스를 집어 타고 집까지 가곤 했던.....
핑크색 첫 오리털 코트를 입고 신나서 찍은 다섯 살의 내가 헤벌쭉 눈밭에서 웃고 있는 사진도 이곳에서 찍혔다.
유아원에서 갔던 생애 첫 장기자랑에서 자랑스럽게 주현미의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구슬프게 뽑아냈던 곳도 이곳이었다.
(아, 그런 노래를 부르는 여섯 살짜리 꼬마 여자애가 나였던 거다;;;;;;)
시월을 맞이해서 만 원이면 한 달 동안 입장료 없이 드나들 수 있는 패스를 끊었다.
시월이란 것이 뭣이냐, 바로 가을이 깊어지는 시간 아니던가!
아직은 햇살이 따가운 오후도 많고 아직은 벌들이 붕붕거리며 분주히 꽃가루를 날라주고 꿀도 모으는 시간인 것이다.
그나저나 저 사진은 내 전화기 사진으로 찍은 거다.
헐.......
현대 기술은 정말 놀랍다. 그저 폰카로 찍었을 뿐인데 말야.
그곳은 서쪽의 다섯 개의 왕릉이 있는 곳이지만 나에게는 산책의 장소이기도 하다.
길게 늘어진 숲길을 걷다 보면 세상의 수많은 걱정들도 잠시 잊혀지는 것 같다.
혹은 풀리지 않는 고민을 골똘히 심층적으로 고민하다 대답을 구하게 되기도 하는 그런 신기한 길이다.
녹색의 상큼한 공기를 깊이 들이쉬며 행복에 젖어 있다가 문득 아직도 매미들이 울어대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10월도 중반이 지났던 시점이었으니까.
입구 정도만 해도 없는데 깊이 들어서면 아주 작은 소리로 맴맴맴.......
여름이었다면 귀가 따가웠을 정도로 시끄러웠을 텐데 아마도 개체수가 확 줄었기에 그렇게 힘 없이 들리는 거겠지만......다시 또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면 그 몇 마리는 굉장히 처절하게 울어대고 있는 것이다.
"아아, 저들은 아직도 짝을 찾지 못하고 저렇게 울고 있구나. 그 길고 더웠던 여름에 뭐하고 지금까지......"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버린 말.
"왜, 동병상련으로 마음이 짠하니?"
아아아아아아~ 내 옆에서 나의 여린 마음을 날카롭게 푹 찌르는 모친의 한마디.
하지만 사실 나의 처지를 그들에게 대입하지 않았다고는 말 못하겠더라.
기나긴 여름을 나면서 그들은 제 짝을 찾지 못한 거다.
나도 청춘 다 보내고 지금 쓸쓸이 혼자라며 구슬픈 사랑 노래를 부르곤 하지......
뭔가 마음이 짠했다.
어제 가보니 벌써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깊은 곳에서는 작게 매미 소리가 들렸다.
아아, 부디 그 친구들이 생존에의 소임을 다하고 마음 편하게 깊어지는 가을 속으로 사라질 수 있기를 바랐다.
나의 가을은 쓸쓸할 것으로 예약되어 있지만.....
뭐 어때.
해야 할 일은 태산.
남은 시월에도 계속 열심히 서오릉을 걸을 거다.
가을은 더 깊어지고 가을의 냄새도 더 진해지겠지.
그 한철을 가까이서 목격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뿌듯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