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이 함께하니 즐거움이 3배가 되었던 날
홍콩 여행 두 번째 날! 8시쯤 일어나 느긋하게 씻고 조식을 먹었다. (이 호스텔은 조식이 맛없기로 유명했고, 그 소문은 사실이었다.)
오늘은 홍콩 언니 S와 몽콕 역에서 만나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페리를 타러 가기로 한 날! 교환학생 때 만난 홍콩 친구 J를 만나기로 한 날이기도 하다. S와 J는 서로 모르는 사이여서 이참에 서로를 소개해줘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콩콩 뛰었다.
나는 약속 시간보다 일찍 호스텔 밖으로 나와 천천히 삼수이포(Sham Shui Po) 주변을 걸었다. 서울보다 길거리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아 보였다.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해서인지 종로와 을지로 골목이 연상되기도 했다. 그렇게 설렁설렁 걷다가 메트로를 타고 몽콕(Mong Kok)에 도착했는데도 시간이 남아서 다시금 역 주변을 서성거렸다. 쇼핑의 메카답게 커다란 쇼핑몰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왜 사람들이 쇼핑을 하러 홍콩에 밤도깨비 여행을 오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쇼핑을 목적으로 여행을 온 것이 아닌 나에게는 쇼핑몰의 규모가 위압적이었다. 오전부터 많이 걸어 다니다가 끝도 없이 펼쳐진 옷 가게들을 구경하니 금방 지쳐 버렸다.
쇼핑몰 안보다는 바깥 풍경에 자꾸 시선이 갔다. 고층 쇼핑몰에서 내려다본 레트로 감성 뿜어내는 빨간 택시가 매력적이었다.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간에 홍콩 언니 S가 왔다. 내가 택시에 대해서 물어보자 S는 빨간색 택시 말고도 운행하는 지역에 따라 파란색, 초록색 택시가 있다고 알려 주었다. 나는 주로 구룡반도와 홍콩섬을 구경했기 때문에 여행 내내 빨간색 택시만 볼 수 있었다.
나에게 여행은 뭐니 뭐니 해도 먹거리 탐방이었기 때문에 S와 각종 기념품을 파는 몽콕 시장을 빠르게 지나치고 각종 길거리 음식을 맛보았다. 매콤한 어묵과 에그 와플이 맛났다. 에그 와플은 팥 없는 붕어빵 같은 맛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더 달콤하고 자꾸만 손이 가는 맛이었다.
S와 나는 허유산에서 망고 주스를 하나씩 사들고 몽콕부터 J와 만나기로 한 침사추이(Tsim Sha Tsui)까지 수다를 떨며 걸었다.
그리고 드디어 J와 재회했다! J는 엄청난 하이 텐션으로 날 맞아 주었고 광둥어로 소통할 수 있는 S와 J는 친남매처럼 금방 친해진 것 같았다. 세 명이 되니 즐거움도 세 배가 되었다! :)
우리는 페리를 타고 소호 거리로 왔다. 예술가들이 입주해있는 아트 갤러리 PMQ와 지금은 박물관 겸 예술 공간으로 꾸며진 홍콩의 옛 감옥과 경찰서(타이퀀 Tai Kwun)도 둘러보았다. 그러고 나서 피크 트램을 타려고 기다렸는데 생각보다 줄이 꽤 길었다. 중국 사람들이 왁자하게 떠드는 소리가 들리자 S와 J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물었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나는 눈을 또르륵 굴리며 천천히 말을 골랐다. 머릿속에서는 이진아의 노래 한 소절-'필요 없어 너는 이제 필요 없어 / 누구든 편견 없이 대하고 싶어'(RANDOM 中)-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글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아."
친구들은 나의 표현이 too nice하다며 웃었다. 홍콩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처럼 '중국 사람들은 시끄럽다'는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남긴 대화였다.
피크 트램을 타고 올라와 깜깜한 산속을 걸으며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친구들에게 소소한 한국어도 가르쳐주고 광둥어도 배우고,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새삼 외국인 친구 하고도 이렇게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느끼며 마음이 몽글몽글해진 밤이었다.
산에서 내려올 때는 버스를 탔다. 로컬의 맛을 보여 주겠다는 친구들을 따라 쫄래쫄래 완차이(Wan Chai)와 코즈웨이 베이(Causeway Bay) 역 사이에 위치한 푸드코트로 갔다. 동그란 테이블이 곳곳에 놓여 있었는데 마치 광장시장의 실내 버전 같았다. 친구들 없이 나 혼자 여행했다면 이런 곳에 올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퍼뜩 들면서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더욱더욱 커졌다.
서빙을 하는 아저씨가 물을 가져다주었고 나는 물 잔 세 개를 채웠다. 그런데 J가 파란색 바가지 위에다가 내가 채워 놓은 물 잔을 쏟아 수저를 씻는 것이 아닌가! 나는 순간 먹는 물이 아닌가 싶었는데 J는 먹는 물은 맞는데 홍콩 사람들은 먹기 전에 수저나 컵을 씻는다고 알려 주었다. 식당에서 씻어 내는 용도로 파란색 바가지를 놓아두는 것도, 손님들이 직접 수저를 씻는 것도 이색적이었다.
우리는 레몬 치킨, 가지 요리, 달걀 요리, 돼지고기를 저민 요리 등 여러 음식을 시켜 나누어 먹었다. 내가 고른 레몬 치킨이 제일 맛있었고 시금치, 계란, 통마늘이 들어간 요리도 익숙한 맛이어서 잘 먹었다. 홍콩에서 먹은 음식들은 전반적으로 간이 좀 짜긴 했지만 거부감은 들지 않는 친숙한 맛이었다. 그렇게 떠들썩한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으며 마음이 콩콩거렸던 둘째 날 밤도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