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으로 기억될 홍콩
3박 4일 홍콩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눈을 뜨니 이제 진짜 혼자라는 게 실감 났다. "가지 마~" "가지 말라고~" 하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한데 앞으로 또 오래오래 못 보겠구나 하는 생각에 슬퍼졌다. 그러면서도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 친구들의 다정하고 귀여운 순간들을 상기하며 미소 짓기도 했다. 이를테면 내 숙소는 어떠냐고, 안전하냐며(Do you feel safe in there?)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다정히 물어봐 준 친구 J, 먼 거리를 마다하고 공항에 마중 나와주고 숙소 가는 길을 함께 해준 언니 S. 이래서 사람은 말 한마디에 웃고 또 울 수도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친구들처럼 주저 없이 다정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은 늦은 오후 시간이어서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나는 느긋하게 씻고 짐을 줄이기 위해 과자랑 밀크티 상자를 해체했다. 종이는 버리고 내용물만 가방에 집어넣었다. 나는 배낭과 크로스백 하나만 들고 홍콩에 왔기 때문에 한껏 틈을 찾아 쑤셔 넣어야 했다.
그리고 S가 추천해 준 삼수이포 근처 카페에 찾아갔다. 구글 맵에서는 분명 12시에 오픈한댔는데 오픈 준비가 늦는 것 같아서 근처 공원에 앉아서 주민들을 구경했다. 발 닿는 대로 걷다가 새들이 지저귀는 공원을 발견하기도 했다. 우연히 들어간 공원에는 새장들이 걸려 있었다. 아저씨와 할아버지들이 새장을 이리저리 옮겨 주고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었다. 뮬란의 한 장면이 생각나기도 하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기분 좋았다.
카페에서는 달달한 커피와 초콜릿 케이크를 먹었다. 자칭 '카페 탐방가'인 나는 이번 여행 중에 커피를 제대로 마시지 못했기 때문에 마지막 날에 한풀이를 할 수 있었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여행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메모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1. 아이코닉한 시계탑
2. 빨간 택시
3. 싸고, 편하고, 기분 좋은 교통 수단 '페리'
4. 필름 카메라로 자꾸만 찍고 싶은 나라
5. 한국과 닮은 구석이 많은 나라
6.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빨래들
7. 낡고 높은 건물들
8. 랑터우 섬에서 바라본 노을
9. 다정한 친구들
10. 에그 와플과 두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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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아이야~~(Aiyaaa)'. 홍콩 친구들과 여행하는 내내 뭔가 힘들거나 유감인 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친구들 말투를 흉내 내며 외쳤다.
"Aiyaa~~"
그럼 친구들은 이렇게 화답해 왔다.
"아이고~~~"
+) 홍콩 사람처럼 말하고 싶다면 말끝에 라(la)를 붙여 보자.
okay la~~~
- 슬리퍼는 필수품!
나는 슬리퍼를 안 챙겨 와서 4일 동안 꾸리꾸리 냄새나는 젖은 운동화로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이틀은 비가 오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욕실 슬리퍼 같은 걸 챙겨 왔으면 숙소에서 샤워하기도 편했을 텐데...
- 완탕이랑 콘지를 못 먹었다ㅠㅠ 로컬 카페도 더 가고 싶었는데 아쉽다.
- 내가 묵은 호스텔이 있던 삼수이포는
1950년대에는 홍콩으로 망명 온 중국 난민들을 수용한 판자촌이었고, 홍콩 최초의 공공 임대 주택이 설립된 이후에는 서민들의 주거지이자 공업 단지로 역사를 이어 왔다. (72면, Magazine O, 2019년 2월호)
같은 매거진에서 삼수이포는 "날것 그대로의 영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동의한다.
- 청샤비치(Chungsha Beach)라는 예쁜 해변이 있다고 한다. 다음 기회에 꼭 가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