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개나리 꽃잎마다

by 스누즈



우리 동네 어귀엔 기찻길이 있었다

운이 좋으면 기차가 지나가는 것도 볼 수 있었던,

칙칙폭폭 칙칙폭폭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녹슨 기찻길의 레인은 나만을 위한 길이 되었고

휘청휘청 넘어질 듯 다시 바로 서길 여러 번

양 팔을 쭉 뻗어 중심을 잡아본다

지구의 중력을 거스르며

마치 기찻길이 낭떠러지 절벽이라도 되는 양

기우뚱 기우뚱 한 발이 떨어지면 꺄아꺄아

무엇이 그리 재밌었을까

웃음 섞인 비명을 놓아두고 오는 기찻길

나의 소리들은 지금쯤 어디로 가고 있으려나

기찻길의 색은 노란색이었지 아마

이른 봄 꽃샘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어버린

건널목의 개나리꽃

어떡해, 너무 빨리 폈잖아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만 봤던 노란 개나리꽃

우수수수 쏟아질 것만 같다

별의 빛이 내리듯

노란색의 꽃빛들이 내리던 우리 동네 기찻길

어쩜 이리 노랑일까

노랑이 아닌 색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는 듯

마치 봄의 빛은 노랑이어야만 하듯

찬란히 피고 지었던 기찻길 옆 개나리

지금은 지나가는 이도,

지나가는 기차도 하나 없는

외로운 기찻길이 되었지만

나는 안다

자그마한 발걸음, 꺄르르 웃음소리

환한 나의 얼굴, 나의 하루, 나의 시절이

그곳에 새겨져 있음을

노란 개나리 꽃잎마다 담겨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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