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랗디 파란 하늘의 빛깔이 저녁 틈 사이로 파고들어간다. 아기가 들고 있는 솜사탕을 두 손가락으로 집어 끌어당기면 몽실몽실 사탕실이 주욱 늘어지듯 딱 그 모습이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은 한입 베어 물고 싶은 솜사탕처럼 생겼다. 파랗던 하늘은 어느새 연한 하늘색이 되고 거기에 붉은빛이 한 스푼 더해진다. 이 색을 무엇이라 부를까. 주홍도 아닌 그렇다고 새빨갛다고도 말할 수 없는 오묘한 하늘의 빛깔. 어느 하루 이름 없는 하늘의 빛. 다가올 계절이, 가을이란 놈이 하늘 어딘가에 한 귀퉁이에 붓으로 콕 찍었나 보다. 내가 여기 있다고, 이 근처까지 도착했으니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라며. 한 번의 붓놀림. 거기서부터 번져 오른 게 틀림없어 보인다. 눈을 깜빡거릴 때마다 차오르는 빛깔들. 빠져든다. 헤어 나올 수가 없다. 그렇게 오묘한 하늘을 바라보며 어둠을 기다린다. 하루의 해가 지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계절이 스며든 하늘과 함께라면 아쉬움쯤이야.
어제와 다른 바람의 감촉이 두 뺨으로 스며든다. 팔과 다리에도 살짜기 닿아 오돌토돌 닭살이 돋게 된다. 이젠 가벼운 차렵이불과의 안녕을 고할때다. 한층 두꺼워진 이불에 둘러싸여 뒹굴뒹굴하는 주말을 상상해본다. 창밖으론 빗물이 내린다. 토독토독. 메마른 대지를 향해 방울방울 떨어진다. 구름에게서 땅에게로. 그리고 초록의 잎으로. 떨어진 빗물들은 한시바삐 제 몸을 감춰버린다. 굵다란 나무뿌리로, 퍽퍽해진 흙으로 그리고 아무 대가 없이 바라볼 무언가가 필요했던 나에게로 스며든다. 빗물은 혈관을 타고 나의 몸 곳곳을 돌아다닌다. 때론 하염없이 느리게 때론 쏜살같은 속도로 나를 물들인다.
번진다는 것은 알아채지 못할 만큼 천천히, 느리게 파고드는 것. 번진다는 것은 나의 결과 너의 결이 자연스레 서로를 향한다는 것. 아이의 말 한마디가 뾰쪽한 날을 세우며 왼쪽 가슴으로 파고들 때면 소리 없이 다가와 번져버리는 외로움. 별거 아닌 나의 한마디에 소리 내어 웃어주는 너로 인해 내 입가엔 어느새 미소가 번진다. 파도를 품에 안으며 마음을 채운다. 계절을 받아들이며 시간의 영원함에 대해 생각한다.
생각은 생각을 낳는다. 생각은 생각을 남긴다.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점점 스며드는 오늘이다. 계절이, 가을이 나에게로 와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