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공중전화기, 전화번호부, 디스켓...
아이들은 알지 못하는 나의 시대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공중전화 앞 줄을 길게 섰던
삐삐삐 알림 소리 가득 차 있던 펜팔 오빠의 목소리
백과사전만큼 두꺼웠던 전화번호부 속 우리 집을 찾아보기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느라 빵을 굽듯 씨디를 구웠다
이제는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나의 것들
레트로라는 이름 아래 있을 나의 시간들
동네 어귀에 있던 무화과나무의 큰 이파리
앞 집 담을 뻗어 나온 알알이 붉은 보리똥 열매들
지붕 위에 얹힌 빨간 내 슬리퍼
보이지 않는 골대를 세워놓고 찼던 축구공, 누구 집 공이었더라?
나의 시대는 사라졌고
이젠 너희들의 시대로
변해버린 모든 것들을 완벽히 누리고 살고 있는 나지만
돌아오질 않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문득,
봄바람 타고 살랑거리며 날아오는 것들을 어찌 막을 수가 있을까
촌스러운 시대 속 촌스러운 나를
보고 싶다 1995년의 내가 그리고 우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