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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보 Dec 02. 2019

코딱지 친구들

금요일이 되면 아들과 친구들이 집에 온다. 신발을 벗자마자 우르르 방으로 들어가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게임을 시작한다. 처음엔 우리 아들만 얼뜨기인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같이 오는 친구들을 보니 조금 안심이 된다. 다들 비슷비슷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이 녀석들은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 말이나 하는 특징이 있다. 게임에 몰두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내용은 대화가 통하는 게 신기할 정도이다.


"야, 우리 집 냉장고에 요구르트 있어."

"요구르트 아니지 야구르트지."

"야구르트로 야구나 할까."


대충 이런 식이다. 어른들이 포커나 고스톱을 하며 공허하게 던지고 받아치는 대화와 느낌이 비슷하다.


또래 여자애들은 주말에 만나서 뭐 하자고 미리 약속을 잡던데, 이 녀석들은 주말에 생각나면 갑자기 놀자고 전화를 한다. 그런데 하나같이 핸드폰을 제때 받지를 않아서 만남이 성사되기가 참 힘들다. 한두 번 전화를 해서 안 받으면 상대방이 확인하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포기를 모르는 이 짐승 같은 녀석들은 주인 없는 핸드폰에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전화를 건다. 가끔 아들의 휴대폰을 보면 부재중 전화 15통은 기본이다.


친구 중 한 녀석은 지금 독감에 걸려 집에 있다. 독감에 걸린 이 친구에게서 걸려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아들이 뒤늦게 전화를 걸었다. 뭐래? 왜 그런대? 물어보니 자기는 학교 안 나가도 된다고 약 올리려고 전화를 했다고 한다. 심지어 아들놈은 정말 약이 오른다며 펄쩍 뛴다. 나도 펄쩍 뛰겠다.


잔소리를 안 하면 일주일 내내 똑같은 점퍼를 입고, 급식에 핫도그가 나오면 기뻐서 소리를 지르고, 목요일 저녁부터 주말이 다가온다고 즐거워하는 세상 단순한 녀석들. 답답한 구석도 많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천진하게 몰려다니며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놓인다. 우울함도 걱정도 없는 시기에 실컷 놀며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건전한 친구들로 커간다면 참 좋겠다.


주말이면 날아오는 흔한 문자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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