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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보 Dec 02. 2019

대화

나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는 이야기를 들으며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을 유심히 보고 있으면, 말을 하는 사람이 있고 말을 듣는 사람은 이야기 속에서 비슷한 경험을 떠올린다. 그렇게 공감이 형성된다. 그런데 사람마다 이야기를 들으며 반응하는 모습이 무척 다양하다. 최근 한 달 동안 만났던 '나의 가족, 친구, 동료, 친인척'을 떠올리며 청자의 유형을 분류해보았다.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경청하는 사람 (25%) 

누군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시선이 그쪽으로 주목된다. 직접 경험한 일이거나 다른 이에게 전해 들은 사건을 주로 말한다. 그럴 때 가장 편안하게 대화가 진행되는 유형은 유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서 경청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중간중간 리액션이나 질문이 있지만 화자의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는다. 이야기가 끝나면 비로소 공감을 하고 본인이 겪거나 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유형은 자기 얘기를 많이 하지 않는 특징이 있고 가끔 대화가 끊어지기도 한다. 친해지면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본인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사람 (40%) 

이 유형의 사람은 리액션이 큰 편이다. 요란하게 맞장구를 치다가 본인의 경험과 일치하는 대목이 나오면 듣다 말고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간다. 얼떨결에 화자가 바뀌지만 굉장히 자연스러워서 어리둥절할 새가 없다. 그런데다 말주변이 워낙 좋고 맛깔나게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몰입이 되고 듣는 재미가 있다. 몇 명이 있든 간에 대화 점유율이 높으며 단둘이 있어도 오디오가 꽉 차서 대화가 끊기거나 어색한 상황이 전혀 없다.


비슷한 경험이 없지만 경청하는 사람 (25%) 

새로운 이야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경청하며 질문이 많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본인의 소감을 말한다. 놀라움, 부러움, 비판,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생각을 오래 하고 나서 말로 표현하기 때문인지 조리 있게 말한다. 본인이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앞의 대화가 마무리되었다고 느낄 때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다. 아이들을 굳이 구분하자면 이 유형으로 분류가 되는데, 진지하게 듣다가 내용과 전혀 무관한 '그런데 그 사람은 몇 살이에요?'같은 돌발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


비슷한 경험이 없으며 본인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사람 (10%) 

잘 모르는 내용이거나 관련이 없는 대화가 나올 때 영혼 없는 리액션이나 엉뚱한 추임새를 보인다. 상대방의 말이 끝난 다음에 무슨 얘기를 할지 준비했다가 대화가 끊어질 때 바로 치고 들어온다. 공통의 관심사가 없는 상황에서는 대화가 일찍 종료되거나 겉도는 이야기만 주고받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만나 대화한 사람들을 보면, 나와 공통적인 경험이 많으면서 본인의 얘기를 주로 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그런 캐릭터와 유독 친하거나 어쩌면 내가 말수가 적어서 그런 것일 지도 모르겠다. 신기한 것은 공통의 관심사가 적고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아도 관계가 유지되는 사람들이었다. 알고보면 이들은 오고간 세월이 가장 오래된 사람들이다. 아주 친밀하지는 않지만 오래 전부터 알고지냈고 연락이 한참 없다가 갑자기 연락해도 어색하지 않은 관계.


연말이 다가와 그런가 뜬금없이 주변의 사람들이 떠올라 특징을 생각해보다가, 그들의 표정과 말투가 연상되어 혼자 미소를 지으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내 말 좀 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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