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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보 Dec 02. 2019

고객 서비스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했다. 다음날 아침 배송 문자가 왔다. 분명히 배송 완료인데 나가보니 문 앞에는 택배가 없어 다음날 택배 기사님에게 전화를 했다. 상황을 정리하면, 내가 사는 아파트는 두 동이 나란히 붙어있는데 택배 기사님이 착각을 하고 옆 동에 물건을 놓고 가신 것이었다.


통화를 하던 중 어제의 기억을 떠올리며 문제를 해결하는 기사님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본인은 항상 나란한 건물이 헷갈렸는데, 생각해보니 옆 동으로 갔던 것 같다, 지금은 그 집에 사람이 없으니 오후에 직접 가보고 물건을 받아서 가져다주겠다고 하셨다. 다행히도 점심나절에 옆 동 주민이 우리 집까지 친절하게 오배송된 물건을 가져다주었고, 내내 미안해하던 택배 기사님에게는 상황이 해결되었음을 전화로 말씀드렸다.


온오프라인으로 물건을 많이 사는 나의 입장에서 기억을 떠올려보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품이나 배송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해 당사자들이 기를 쓰고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판매자는 우리 상품에는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고, 택배 기사는 배송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소비자는 애먼 고객센터에 화풀이를 했다. 내 탓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든 입증해서 상대에게 책임을 지우려고 애썼던 혼란의 시기였다.


구매처의 고객센터로부터 문제가 있는 상품 때문에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 배송 중에 물품이 파손되었으니 다시 발송해주겠다는 전화를 받을 때가 있다. 전에 없던 융통성과 너그러움이 느껴진다. 구매 채널이 다양해지고, 거래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판매자와 배송사의 고객 응대 방식도 성숙하고 있다.


싸울 심산으로 전화를 건 소비자라도 합리적인 선에서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알고 나면 굳이 핏대를 세우지 않을 것이다. 고객 센터 상담원들도 지나친 저자세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민망함은 나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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