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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적인 한 입

by 장만보

충동적으로 식탐을 부리고 후회할 때가 있다.


커피가 왠지 아쉬워서 한 잔 더 마신 날은 온종일 속이 쓰리고 신물이 넘어와서 고생을 한다. 술도 딱 좋을 때 한 잔을 더 마신 날은 여지없이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후회를 하고, 음식이 뱃속에 가득 찼는데도 통제력을 잃고 몇 숟가락 더 먹고 나면 소화가 안돼서 남은 하루가 괴롭다.


일종의 중독 증상인 걸까. 힘들었던 경험이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쉽게 유혹에 넘어가고 마는 것일까. 몸은 힘들다고 신호를 보내는데 나의 뇌는 왜 반응이 한 박자씩 늦어서 먹고 나서 후회하도록 만드는 걸까.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여기서 조금 더'를 결정하는 순간에 느끼는 묘한 쾌감이 있다. 이 순간의 해방감이 그날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줄 딱 그만큼만 작용을 한다면, '소소한 행복'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충동적인 결정이 습관이 되는 것을 깨닫는 순간, 행복감은 간 데 없고 내가 나약하고 의존적인 인간이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며 덜컥 겁이 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이를 먹어가면서 소화기관도 노화되어 과도한 음식물이 들어간 날은 버티지 못하고 문제가 생긴다. 식도 질환, 위장 질환도 빈번하고 심지어 침을 삼키다가도 사레가 들려 고생한다.


원재료, 영양성분, 유해성분을 시시콜콜 따져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기분으로 음식을 고르는 나이는 지나갔음을 비로소 느낀다.


20191110_095625.jpg 통제력을 잃게 만드는 너의 이름은 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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