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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보 Dec 02. 2019

채팅 리액션

나에게 메신저 대화는 도전이다. 말보다 압축되어 있는 문장을 해석하고 답변을 적을 때면 이렇게 써서 보내도 되는지 잠깐씩 고민한다. 상황에 맞는 답변이 생각나지 않아 몇 초 간 채팅창을 멍하니 들여다본 적도 있고, 문장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던 적도 있다.


메신저에서 상대방의 말에 적절하게 맞장구를 치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어떤 단어를 사용해 공감을 나타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종종 있다. 위로의 말을 해주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것은 대화를 자연스럽게 마무리하는 일이다. 채팅을 끝내고 싶은데 상대방이 대화에 몰입하고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기분 나쁘지 않게 제동을 걸어야 하기 때문.


공감의 표현을 고민하는 것은 상대방의 표정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문맥을 점검하며 생긴 습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모티콘으로 다양한 형용사를 대체하면서 나의 언어 사용이 퇴화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저렇게 말을 자연스럽게 할까 싶은 사람이 있다. 상황에 딱 맞는 리액션을 기분 좋게 표현하는 사람을 보면 타고난 성격인지 궁금해진다. 메신저 대화를 어려워하는 나의 고민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겠지만, 친근한 말투와 다양한 표현들을 흉내 내고 연습하면서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책을 필사하듯 타인이 사용하는 공감의 표현을 나와의 대화창에 써보며 내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지난 7월의 필사 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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