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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보 Dec 02. 2019

지인들의 근황

내 주변에는 나의 일상의 단조로움을 일깨워주는 지인들이 있다.   


이OO, 취미: 퇴사하기 

이전 회사 입사 동기였던 이 씨는 새로 들어간 회사는 잘 다니냐고 안부를 물을 때쯤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 심지어 같은 회사를 두 번 들어가서 한 번은 2개월 만에, 또 한 번은 3개월 만에 퇴사를 한 경력도 있다. 사이닝 보너스도 뱉어내며... 올해 들어간 회사는 어쩐 일인지 근무일이 8개월이 넘었다. 3일 전 카톡 대화에 따르면 8개월 동안 총 4번의 퇴사 면담을 했는데 상사가 강성이어서 퇴사를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매번 알만한 회사에 자꾸 입사하는 것을 보면 이 씨는 인재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그리고 그의 퇴사에 브레이크를 건 그 상사도 참 대단하다.


김OO, 취미: 이사하기 

전전 회사 후배인 김 씨는 실행력이 뛰어나다. 몇 년 전 집을 샀는데 퇴근길에 들러서 집을 한 번 보고 마음에 들어 계약금을 걸었다. 말 그대로 퇴근길에 집을 샀다. 그러다가 최근 아이들이 크면서 집을 옮기고 싶어졌다고 한다. 어제 점심시간에 잠깐 나와서 회사 근처 아파트를 보고 왔다. 몇 년 전처럼 이번에도 한 번 보고 마음에 들어 계약금을 걸었다. 무려 분당에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를. 반절은 대출이겠지만 그의 실행력과 용기는 배우고 싶다. 3개월 안에 살던 집이 팔려야 하므로 팔리기 전까지는 기도를, 팔린 후에는 파티를 해주기로 약속했다.


정OO 

두 지인의 소식을 들은 다음 날 정 씨를 만나 점심을 먹었다. 정 씨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다음 달이면 복직하는, 초1 자녀를 둔 직장맘이다. 그런데 정 씨는 복직을 해도 회사를 5개월밖에 다니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는 둘째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둘째들은 노력해도 안 생겨서 마음을 내려놓을 때 기습적으로 찾아오나 보다. 둘째가 초등학생이 되면 엄마는 52세이다. 축하한다는 말에 앞서 40대에도 임신이 되는구나라고 말해버렸다. 입이 방정. 심각한 저출산 시대에 살면서 임신과 출산은 축복받을 일이고 경사이긴 하나, 정 씨의 둘째가 나를 이모할머니라고 부를까 봐 걱정이 된다.


3일 연속 나를 자극하는 지인들의 기쁜 소식들을 접하며 나도 더 분발해야겠다고 느낀다. 화이팅.


나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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