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Day6 발리 - 우붓(Ubud)

by 장만보

우븟이라는 도시는 이름만 들어도 왠지 모르게 설레는 느낌이 있다. 이제 우붓으로 간다. 오전에 메이드 아주머니가 석식 메뉴판을 들고 오셨다가 오늘 사누르를 떠난다는 말을 듣고 눈물을 그렁거리며 서운해하셨다. 단 이틀 사이에 우리 가족에게 무슨 정을 그리 주셨던지 순간 나도 코끝이 찡했다.


예약한 차량이 일찍 도착했다. 중간에 들르려고 했던 바롱 댄스의 공연 시간이 맞지 않아서, 가는 길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굳이 간 곳이 나비 정원이다. 클룩 기사의 추천을 받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곤충을 싫어하는 우리 가족이 왜 거길 수락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는 더운 온실에서 발에 밟힐 만큼 가득한 온갖 종류의 나비를 피하느라 비명을 지르고 난리를 쳤다. 고기도 뜯어먹을 표정의 팔뚝만 한 애벌레, 사람 얼굴도 덮게 생긴 대형 나비, 무언가 나올 것이라고 예고하며 꿈틀거리는 번데기들은 악몽에 나올법한 광경이었다. 한 시간 사이에 폭싹 늙어버린 기분을 느끼며 나비 정원을 빠져나왔다.


발리 나비 공원의 자이언트 애벌레


우붓은 꾸따보다 활기가 넘치는 젊은 도시였다. 마침 숙소 앞에 익숙한 이름의 한식당 신씨화로가 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 김치덮밥과 비빔국수 등을 주문해 흡입했다. 김치 한 쪽도 양파절임 한 조각도 소중하다. 오랜만에 맛보는 고춧가루 양념은 그 자체로 소울푸드였다.

우붓 골목 한식당 신씨화로의 비빔국수


우붓 숙소 Sudiana House 골목


스타벅스와 연꽃 사원을 봐야겠다고 땡볕에 시내로 나갔다. 사람이 제법 많아 여행지에 온 것 같다.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소나기가 내렸다. 가게 앞에 서서 비를 피하고 있으니 상인들이 와서 우비를 판다. 5백 원을 줘도 아깝게 생긴 비닐 쪼가리가 6천 원이라니 바가지도 이런 바가지가 없다. 흥정을 시도하다가 오기가 생겨서 사는 것을 포기하고 비가 약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우붓 연꽃 사원과 메인 스트리트


우붓의 첫인상은 '소음'이다. 오토바이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있다. 골목의 와룽에 앉아 빈땅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실내를 가득 채운 다양한 인종을 구경했다. 옆에서 하는 얘기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이 곳은 온갖 언어와 소리로 가득 차 있다. 가족, 연인, 친구, 심지어 혼자 온 여행객도 아무 테이블에 섞여 앉아 목소리를 높여 떠들고 있다. 나 역시 바로 옆 사람에게 별 것 아닌 내용을 아주 큰 소리로 이야기한다. 빈땅 맥주는 정말 내 입맛에 안 맞아! 라고.


골목 식당 Dewa Warun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Day5 발리 - 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