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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7 발리 - 우붓 주변 관광

by 장만보

밤새 닭소리와 개소리에 잠을 설쳤다. 아침인가 싶어 시계를 보니 이녀석들 새벽 한 시부터 고성방가를 한다. 베개 밑에 머리를 파묻고 괴로워했다. 골목 사거리에 위치한 숙소라서 사방에서 달려오는 오토바이 소리도 감수해야 했다.


새벽에 일어나 트래킹 준비를 마쳤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숙소에서 왕복 2시간 정도라고 사전 정보를 주셨다. 얼마 안 걸린다는 말을 즐겨하는 발리 사람들의 성향을 감안하면 2시간보다는 조금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짬뿌한 릿지 워크(Campuhan Ridge Walk) 가는 길


개똥과 오토바이를 피하며 숙소 앞 골목길을 걸었다. 새벽에는 이 동네도 좀 조용하네 싶었는데 골목을 벗어나자마자 엄청난 무리의 사람들이 북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짜낭을 파는 사람들, 과일, 야채, 생선 장수, 밥과 국물을 퍼서 바나나 잎에 담는 사람, 그 옆에서 열심히 손으로 밥을 떠먹는 사람,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오토바이들...

새벽의 우붓 메인 스트리트


날이 워낙 더우니 이른 아침부터 활동을 시작하는가 보다. 펄떡펄떡 활기가 넘치는 시장을 지나 등산로가 시작되는 곳을 찾아갔다. 몇몇 관광객들이 같은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트래킹 코스의 시작점은 청계산 입구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다가 산속에 야자나무가 보이고, 협곡이 있고, 조용한 산속 마을이 나오고, 물 댄 논이 있다. 게스트하우스가 나오고, 그림 액자를 파는 상점이 나오고, 스파가 있다. 다음엔 뭐가 있을까 예측할 수 없다. 물론 닭과 개들은 산속에도 어디에나 있다.


여기까지 손님이 올까 싶은 산 꼭대기 스파를 기점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올라온 시간만큼 계산을 해야 숙소에 제 때 가서 아침을 먹을 수 있으니까. 내려가는 길에는 햇볕이 강해져 땀이 난다. 일찍 올라오길 잘했다.


짬뿌한 트레킹 코스를 따라 올라가며 만나는 풍경


아주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신 바나나 팬케익과 계란 요리는 기대 이상이었다. 요리 솜씨가 좋은 분을 만난 것도 행운이다. 우붓 게스트하우스는 규모가 작고 허름하지만 방과 침구와 욕실이 깨끗한 것이 주인아주머니의 성격을 말해주는 듯했다. 숙소 마당에는 새 건물을 짓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남자들은 집을 짓고, 처마 밑에 나무를 깎아 문양을 만들어 달고, 황금색 페인트를 칠한다. 동네 여자들은 이 집 부엌에 모여 수다를 떨며 떡을 빚는다. 주인아주머니 역시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바쁘게 움직인다. 이 안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은 우리 가족뿐이다.

우붓 게스트하우스 Sudiana House 조식 / 마당


더운 오후에 밖에 나갈 수도 없고, 좁은 숙소 안에서 멍하니 있자니 시간도 아까워서, 숙소 옆 골목의 부스에서 당일 투어로 라이스 테라스 관광을 예약했다. 우붓에서 뜨갈랄랑까지는 20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였다. 꾸따에서 서핑도 마다했던 우리 가족은 매표소에 서서 고민을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안 타고 갈 것인가, 떨어지면 최소 목뼈 골절일 것이다, 바닥이 논이라서 죽지는 않을 거다... 장고 끝에 가장 강심장인 딸내미가 대표로 그네를 타기로 했다. 나머지는 사진 찍고 파이팅을 외쳐주기만 하면 된다.


그네를 밀자 딸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모르는 사람들이 탈 때는 옆에서 멋지다고 사진도 찍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번엔 나도 긴장이 되어 몸이 뻣뻣해진다. 옆에서 사진기사가 날개처럼 손을 뻗어보라고 외쳤지만 거기까지는 무리라는 걸 알고 있다. 10번 정도 밀었을까, 그네가 멈추고 딸내미가 비척거리며 그네에서 내려온다. 한 번은 해볼 만 하지만 두 번은 못 타겠다고 말한다. 그래도 용기가 대단하다.

뜨갈랄랑 라이스 테라스(Tegalalang Rice Terrace) 스윙 / 계단식 논


우붓 시내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는 일본식 라멘집으로 정했다. 발리 현지 국물 음식이 대부분 간이 셌는데, 라멘도 역시 짜다. 이 곳의 음식이 어쩔 수 없이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음식이 그립다. 우붓 주변 유명하다는 한국 식당을 서치 해놓았지만, 가족을 이끌고 이동하는 것은 부담이 된다. 우붓은 특유의 감성이 있는 아기자기한 여행지였지만 나의 취향과는 다소 멀게 느껴진다. <나는 자연인이다>와 <동네 한 바퀴> 애청자답게 앞으로는 내 취향에 가까운 여행지를 더 찾아야겠다.


저녁 시간의 우붓 왕궁


골목 식당 La-Mien의 카레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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