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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2 발리 - 짜낭 사리 만들기

by 장만보

아침저녁으로 요가나 공예 등 리조트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시간을 보냈다. 오후에 모처럼 비가 내려서 실내 프로그램을 신청했는데 클래스 이름은 발리니스 오퍼링, 신에게 바치는 제물을 담은 바구니 '짜낭 사리'를 만드는 자리였다.


하루에 한 집에서 사용하는 짜낭 사리가 보통 25개가 넘는다고 한다. 하루 세 번 집 안 곳곳에, 상점 안에, 그리고 자동차 운전석에도 올려둔다. 집집마다 작은 사원을 가지고 있으니 사원에도 올린다. 선한 신에게 바치는 제물은 탁자 위에 올리고, 악한 신에게 바치는 제물은 길가나 낮은 곳에 둔다고 한다. 발리에서는 눈만 돌리면 어디든 짜낭 사리를 볼 수 있다.


연한 어린 코코넛 잎을 잘라서 대나무 가시로 찔러 고정시키며 바구니를 만든다. 테두리를 먼저 만들고 바닥을 이어 붙인다. 그 안에 털실 뭉치 같은 판단 잎을 깔고 가장자리에 4가지 색의 꽃잎을 채운다. 그 위에 향을 피우거나 음식을 올리기도 한다. 길을 다니다가 비스킷이나 쌀밥이 올라간 짜낭, 사탕, 요구르트 같은 귀여운 간식을 올린 짜낭도 본 적이 있다.


코코넛 잎으로 만든 바구니에 판단잎과 꽃을 채워 만든 짜낭 사리


처음 발리에 왔을 때 발에 채일 정도로 길가에 많이 굴러다니는 바구니들을 보며 매일 수북이 쌓이는 저 쓰레기를 어떻게 감당할까 궁금했었다. 재료는 오로지 나뭇잎과 풀과 꽃으로 만들어져 생활 쓰레기와 다르다는 것을 만들어보며 알았다. 그리고 새벽에 길을 다녀보면서 아침 일찍 길에 놓인 짜낭 쓰레기를 모아 치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길에 놓인 그 수많은 바구니들이 바로 불운이 오지 않게 해 달라는 기도였다.


그밖에 발리에서 지내면서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답을 얻었다. 간혹 이마에 흰 쌀을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는데, 물에 젖은 쌀알을 이마에 붙인 것은 방금 기도를 마쳤다는 표시라고 한다. 또한, 정통 힌두교와는 달리 지역에 맞게 변형된 발리식 힌두교는 특별히 소고기에 대한 금기가 없다고 한다. 소꼬리 수프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빈번하게 주문하며 불편했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리조트 동물 농장
썬라이즈 요가 클래스
발리를 다니며 만났던 짜낭 사리
어딜 가나 만나는 다양한 신들의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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