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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효봉 Dec 15. 2015

힘에 대한 착각

생활이 내게 남긴 것  7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중에서 -



우리는 종종 분노하고 싸워야 일이 잘 풀린다고 믿는다.

화내지 않고 늘 좋은 말로 상대를 대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평가가  따라붙지만

다른 한편으론 '나약하다', '물러 터졌다'는 꼬리표도 함께 따라다닌다.



어떤 일에 분노하고 싸우면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릴 때도 있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통하지 않던 일이

무서운 얼굴로 화내고 사나운 논리로 따지고 들 때

갑자기 가능해지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우린 이런 경험을 통해 분노하고 싸우는 것의 힘을 믿게 된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을 능력 있다 여기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을 이용해 내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린 눈에 보이는 것만을 두고

그 결과를 판단한다.

결과적으로 상황이 좋아졌으니

분노하고 싸운 보람이 있다 여기겠지만

그 과정에서 희생된 것들은 속셈에서 빠진다.

분노한 사람의 감정, 분노의 대상이 된 사람의 상처,

싸우느라 허비한 시간 그리고 평화로운 해결의 기회.


분노하고 싸우는 일이

삶의 요령이 되거나 능력이 되어선 안 된다.   


분노와 싸움은

정의를 위한 것일 때 비로소 정당해진다.

하지만 그 정의란 누굴 위한 정의이며 어떤 정의인가?

이 질문을 제대로 묻고 솔직하게 대답하지 못한다면 정의는 허구다.

누군가에겐 정의로운 것이 누군가에겐 정의가 되지 못한다.

가진 자의 정의는 가지지 못한 자의 정의와 다르다.

각자의 정의가 다른데 그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단 말인가?

역사가 그렇게 흘러왔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마음속 가장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그 누구도 분노를 원하지 않고

그 어떤 사람도 싸우는 걸 바라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을 해결할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

분노와 싸움일지는 몰라도

모든 걸 그렇게 해결하다 보면

결국 나 자신을 깎아서 인생을 사는 꼴이 된다.


깎고 깎아서

나에게 분노할 힘이나

싸울만한 능력이 이쑤시개만큼도 남아 있지 않을 때


우린 무엇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겠는가?


세상을 살아갈 진정한 힘은

쉽지 않은 길을 걸어야 얻을 수 있다.

사람을 사랑하고

평화를 지키려 하고

웃음을 즐기며

마침내 행복해지는 길.


그 길을 따라 끝까지 걷는다면

이미 당신 손에 쥐어져 있을 것이다.


세상을 살아갈, 세상을 살아온,


진정한 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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