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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효봉 Oct 14. 2016

글쓰기에 관한 정언명령

생활이 내게 남긴 것 22

소설가.

이 허울 좋은 꿈을 위해 오늘 아침 쓴 일기입니다.

다듬지 않은 글이지만 굳게 다짐하기 위해,

더불어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올립니다.




2016.10.14


소설가를 꿈꾼다. 그러면서도 정작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할지 어떤 방법으로 규칙을 만들고 구조화할지 고민하지 않았다. 소설가의 길이 그저 글만 써서 될 일은 아니란 걸 알면서도 귀찮은 건 미뤄두었다. 해보지도 않고 막연히 동경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착각의 전형이다. 좋아한다면 지불해야 한다. 좋아 보이기만 한다면 구경만 하겠지만 마음속에서 이걸 꿈으로 삼고 다면 내 시간과 열정을 지불해야 한다. 그냥 기다리면 될 것이라 여기고 나태하게 뒹구는 일은 아무것도 만들지 못한다. 쉬는 날 주말 소설가라는 책을 빌렸다. 1년 52주에 완성하는 소설 창작 프로그램이라 한다. 소설 창작과 관련된 훌륭한 책이다. 이런 책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출간되고 미국의 상황을 반영한 것들이라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이만한 책은 본 적이 없다.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제시해두었다.


나에게 지금 운명적으로 열정의 연료가 지급되었다면 불타올라야 한다. 책을 읽은 데서 그치지 않고 책의 내용을 현실화해야 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구본형의 필살기에서도 읽은 내용이다. 나 같이 작가들이 매일 같은 시간에 다른 활동들은 다 접어두고 글쓰기에 전념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그만큼 작가를 유혹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뜻이리라. 유혹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으려면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만큼은 반드시 기약 없는 글쓰기에 투입해야 한다. 일단 쓴다. 써야 뭐든지 이루어지고 써야 무엇이든 뼈대가 만들어진다. 잘못 되어도 상관없다. 잘못 된 것은 나중에 고치면 될 것이고 규칙에 따라 다듬으면 그만이다. 지금은 오직 나의 무의식을 해방시키고 무의식과 열정이 시키는 대로 멈추지 않고 써 내려가는 게 나의 임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나탈리 골드버그의 책 제목처럼 쓰고 또 쓰면서 글쓰기의 새로운 수준에 닿아야 한다. 쓰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쓸 것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7시까지는 휴대폰도 인터넷도 책도 보지 않는다. 모든 것을 봉인해두고 오로지 노트북을 켜 글쓰기만 할 것이다. 꼭 도움이 되는 쓰기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쓰고 또 쓸 뿐이다. 쓰면서 새로운 생각을 구상하고 쓰면서 멋진 세계를 창조할 것이다. 쓰기 시작하는 건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는 것과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원하는 특별한 일을 말도 안 되게 세상 속에 내 놓는 것이다. 그 중얼거림이 현실화 되려면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글을 쓰고 나만의 세계를 창조해야 한다. 나는 내 일상의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것이다. 내가 창조한 세계가 저절로 나를 이끌어 갈 때까지 무당이 굿을 하고 기우제를 지내는 것처럼 나 혼자 백지 위에서 춤을 추고 말도 안 되는 주문을 외워댈 것이다. 그러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한 가지 규칙,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글을 쓴다. 이 규칙을 지키려면 마음속에 고삐를 당겨야 한다. 창조적인 생각을 위해 내 의식을 자유롭게 놔두는 것도 좋지만 글쓰기를 위한 최후의 조치로 이 규칙만은 꼭 지켜나가야 한다. 매일 매일이 살아 있는 도전이므로 단 하루도 의미 없이 지나치지 않기 위해 나는 글을 쓸 것이다. 쓴 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는 일단 쓰고 나서 정한다. 쓰지도 않고 쓴 것들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 골몰하는 바보 같은 짓은 이제 관두자. 마음속에 명령을 지켜라. 오늘이고 내일이고 모레고 내 몸과 마음이 습관으로 저절로 움직일 때까지 이 규칙을 절대마법, 절대규칙, 절대명령으로 삼아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그대여 잊지 마라.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무의식을 해방시켜 글이란 걸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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