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음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효봉 Aug 19. 2016

받은 것과 준 것

생활이 내게 남긴 것 18

얼마 전 집에서 책상 정리를 하다가 종이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오래전 그러니까 10년쯤 전에 한 아이가 저에게 준 종이인데요.

그 종이에는 그림이 하나 그려져 있었습니다. 만화 캐릭터 같은 그림이요.

그때 같이 배낭여행했던 한 여자 아이가 저라고 그려준 건데요.

당최 현실성 없는 그림이 아니냐면서 투덜댔지만 간직하고 있었네요.

주변에서도 이건 아니지 않냐며 어서 빨리 찢어버려야 된다고 

시기와 질투를 했던 그림입니다;;;



이게 여기 있었나? 하면서 옛날 생각을 하다 보니 

그때 함께 여행했던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기억도 가물가물할 정도지만 그때 아이들과 겪었던 일은

아직도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 일 저 일 온갖 일들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때 아이들과 막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내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줬고 얼마나 잘 해줬는지 

내가 잘 한 건지 이런 것들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 돌아보면 아이들에게 내가 해 준 것보다

내가 아이들에게 받은 게 훨씬 더 많구나 하는 걸 느낍니다.

그 아이에게 받은 이 그림은 하나의 상징과 같은 것이지만

그때 아이들과 함께 나눴던 웃음, 살아 있는 이야기,

잊지 못할 추억, 정답고 해맑은 얼굴들,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작은 생각들까지.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뭔가를 받을 때도 있고 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받은 것은 잘 기억나지 않고 준 것만 기억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도 그런 일이 많은데요.

부모는 자식에게 해 준 것, 해 줘야 할 것, 해 주고 싶은 것들에

마음 쓰고 살지만 그러다 보니 못 보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아이가 태어나 우리에게 전해 준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

생글거리는 웃음과 귀여운 몸짓, 부모를 닮은 묘한 구석까지.

아이가 부모에게 준 것들을 마음속에 잘 간직하고 산다면

부모 노릇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건 자식들도 마찬가지겠지요.

부모에게 받은 것 그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살다

부모에게 해 준 것, 부모를 위해 희생한 것들에 눈길을 둡니다.



죽음이 가까이 온 어느 한순간 

대체로는 뒤늦게

준 것보다 받은 것들이 기억나고 

그 고마움을 되갚을 수도 없을 때에야

그 존재가 베푼 사랑에 눈을 뜨면


이보다 더 슬픈 후회가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준 것도 받은 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사랑을 하고 아껴준다면 

모든 일은 다 잘 되리라 믿습니다.


오늘, 

후회 없는, 

사랑을 시작해 보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2016년 8월 1일의 5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