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by 서효봉

나는 주말이나 방학 때면 항상 아이들과 여행한다. 내 아이가 아니라 다른 집 아이들 8~9명과 함께 여행한다. 예전엔 굳이 이런 설명이 필요 없었는데 이제 아저씨가 되어버려 난감하다. 아직 아이가 없다는 말에 더 놀라는 나이가 되었다. 아무튼 여행 다니는 게 직업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참 팔자 좋은 사람처럼 들리겠지만 사실은 기구한 운명이다. 나의 개인적인 주말 시간은 12년 전에 사라졌다. 다른 사람 놀 때 같이 놀지 못하는 이상한 팔자를 타고났다. 게다가 역마살까지 끼어 늘 여기저기 떠돌아다닌다. 그 덕분에 누구네 결혼식, 누구네 돌잔치 같은 행사는 거의 불참이다. 좋겠다고 부러워해도 소용없다. 대신에 모든 주말 반납하고 아이들과 뒹굴 사람 이 일에 도전하라. 두 팔 벌려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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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들과 여행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한 아이가 나에게 배고픔을 고백했다. 운전하고 있던 나는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다. 실망한 그 아이는 계획을 세웠다. 휴게소에 들르면 라면을 사 먹으리라. 라면은 불가하다고 알렸으나 그 녀석은 완강했다. 꼭 라면을 드셔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리하여 라면 전쟁이 벌어졌다. 라면은 몸에 좋지 않으니 안 된다. 나의 공격에 그 녀석은 한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요즘 애들 똑똑하다.


TV에 한 할아버지가 나오셨는데 그 할아버지는 밥 먹을 때마다 늘 설탕을 한 숟가락씩 듬뿍 퍼서 먹었다고 한다. 당연히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설탕 자꾸 먹으면 몸에 안 좋다고 말렸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똥고집을 부렸다. 말리지 마. 난 설탕을 꼭 퍼 먹어야겠어. 근데 핵심은 그다음이었다. 시간이 지나 그 할아버지를 다시 찾아갔더니 할아버지는 멀쩡하고 오히려 말리던 사람들이 다 죽었다는 이야기다. 이 무슨 어이없는 괴담인가 싶지만 난 그 이야기에 설득당했다. 그 아이는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주저 없이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선생님, 죽고 나면 다 소용없어요. 인생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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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내 귀를 의심했지만 다행히 청력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 녀석은 마지막 명언을 남기고 다른 애들과 떠들기 위해 자기들 세계로 돌아갔다. 눈치 게임, 홍삼 게임, 아임 그라운드 자기 소개하기 등등 신나게 논다. 잘 논다. 패잔병이 된 나는 그 말을 되뇌었다.


“인생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라...”


솔직히 말해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무슨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냐 싶어 반박하려 했다. 내 친히 너에게 라면의 유해성을 참교육해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곧 포기했다. 나도 어제 집에서 라면을 맛있게도 냠냠했기에. 조금 더 전진해 생각해보니 그 말 참 일리가 있었다. 인생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이것도 저것도 다 참아가면서 사는 어른들. 죽고 나면 다 소용없다. 하고 싶은 걸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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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TV 프로그램 가운데 위기 탈출 넘버원을 보고 사람들이 이승 탈출 넘버원이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조심하는 것도 좋지만 정도껏 해야지. 참는 것도 좋지만 정도껏 해야지. 참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정도껏 하자는 말. 어린 나이에 득도한 그 아이에게 고맙다. 어리석은 중생에게 가르침을 주시니 감사하나이다.


정말이다. 정말이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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