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길. 오늘도 차가 막힌다. 요즘은 차 안 막히는 날이 드물다. 그래도 항상 아내와 함께 출근하기에 심심하진 않다. 차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한다. 그러다 차 밀린 기념으로 아내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새벽에 쓴 글 하나만 읽고 평가해달라고. 아내는 착하게도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었다. 한동안 진지하게 읽더니 아무 말이 없다. 혹시 뭔가 잘못됐나 싶어 눈치를 봤지만 반응이 없다. 최악인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얼른 글을 내려야겠다. 한 명이라도 희생자를 줄이는 게 정의로운 일 아니겠는가? 혹시 댓글에 ‘안 본 눈 사요~’ 하고 올라온다면 그땐 정말 최악일 테니. 사전 차단이 최선이다.
말이 없는 아내에게 용기 내어 물었다. 점수를 준다면 몇 점? 110점이란다. 그럼 그렇치이! 역시 내 글은 읽을 만한 글이다. 100점으로도 모자라 10점을 더 주지 않았는가? 아내는 괜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람이다. 그러니 이건 정말 높은 점수다. 금방 기분이 좋아져 이유를 물었더니 심사평이 이어졌다. 전체적으로 괜찮은 글이다. 하지만 과잉된 뭔가가 있다. 대가다운 절제미라든가 깊은 맛이 없다. 과잉이라 110점.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110점 줄 때 그냥 날름 받아먹는 게 나의 신상과 가정의 평화에 이로운 일임을 알기에. 흐흐.
사무실에 출근해 일을 시작했다. 몇 번의 회의와 갖가지 일을 처리하니 벌써 오후다. 얼마 전에 새로 들어온 선생님이 설명회 시연을 하는데 피드백을 부탁했다. 다들 참석한다니 나도 참석. 시연이 끝나고 의견을 물었다. 내가 제일 먼저 말하게 되었다. 듣는 동안 메모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꽤 오랜 시간 이야기해 주었다. 이야기가 끝나고 다른 사람들 차례가 되었는데 다들 앞에서 이야기하여 별다른 의견이 없단다. 이런! 나만 지적하는 사람이 되었음을 직감하였다. 피드백도 정도껏 하지 그랬어. 그걸 곧이곧대로. 너도 참 요령이 없구나. 피드백은 네가 받아야겠다. 어디선가 이런 목소리가 들린다. 소심병이라는 병이 있다면 그 병에 걸린 게 틀림없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 준비를 한다. 오늘 저녁은 백종원님의 버섯전골! 백종원이 아니라 백종원님이라 불러야 마땅한 그분의 마법 같은 레시피를 따라 한다. 종이컵으로 물 두 컵, 간장 오분에 일 컵, 설탕 한 스푼, 맛있겠쥬? 그분의 말씀대로라면 간은 볼 필요도 없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하면 맛나다. 탁탁탁. 휘휘휘. 보글보글. 소불고기 전골 완성! 아내가 맛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 아내는 괜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먹어도 환상적인 맛이다. 이후 남은 전골로 볶음밥. 밥 한 그릇에 계란 두 개! 참기름 팍팍! 알쥬? 근데 냉장고에 계란이 딱 세 개 남았다. 한 개 남기면 어디 쓰랴? 세 개면 더 맛있겠지? 계율을 어기고 계란을 세 개 투척했다. 결과는? 망했다. 아내는 한동안 계란은 먹지 않겠다 했다. 역시 그분의 말씀을 어기는 게 아니었다. 볶음밥이 아닌 계란죽을 퍼먹으며 후회, 또 후회했다. 오늘 하루 종일 왜 이러냐? 워워. 진정 좀 해라.
나는 안다. 난 잘 해보고자 했다. 좋은 글을 쓰려고 했고, 도움되는 선배가 되길 원했다. 맛있는 볶음밥으로 끝까지 인정받고 싶었다. 그 모든 게 잘 해보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마음 같지 않았다. 적당하지 않아 낭패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이란 게 늘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잘 해보려 했는데 항상 넘치거나 모자란 것. 자려고 눈을 감았다. 솔직히 억울하다.
“신이시여! 잘해보려는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겁니까?”
“안 된다.”
“대체 왜요?”
“지금처럼 다른 사람의 평가, 너 자신의 평가에 매달린다면 말이다.”
“그렇군요. 매우 뻔한 답변 감사하나이다.”
신이 말했다.
“너무 뻔했냐? 아, 젠장, 잘 해보려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