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민정

by 서효봉

심장병 소녀가 돌아왔다. 민정은 멀쩡한 모습으로 계단을 올라왔다. 인재는 소설가의 서재 응접실에서 물을 마시다 갑자기 나타난 민정을 보았다.


“내가 아직 잠이 덜 깼나?”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잠에서 깨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재에게 민정이 말했다.


“아저씨는 여전하시네요.”


인재는 민정의 목소리를 듣자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임을 감지했다. 저기 서 있는 저 인간이, 그 인간 아니 그 꼬마가 맞단 말인가? 키가 훌쩍 큰 것 같기도 하고.


“아니, 너 어떻게?”

“어떻게?”

“미국에서 온 거야?”

“비행기 타고 왔죠.”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라?”

“아픈 건 다 나았냐고”

“뭐, 대충. 흐흐”


한 마디도 지지 않고, 꼬박꼬박 되돌아오는 대답. 저 당돌한 태도와 흐물거리는 웃음. 민정이 확실하다. 근데 이거 이런 만남은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오랜만에 만났으니 포옹이라도 해줘야 하나? 아니면 악수? 인재가 어쩔 줄 몰라 고민하는 사이, 민정의 뒤로 영래가 나타나 말했다.


“오랜만이네요. 인재씨”

“앗, 안녕하세요?”

“잘 지냈어요? 깜짝 놀랐죠?”

“네, 저는 뭐, 잘 지냈습니다. 그동안 연락 한번 없으셔서 더 놀랐네요.”

“아, 미안해요. 사정이 있어서”


인재는 민정과 영래에게 지난 2년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민정은 미국에서 심장병을 고치기 위한 수술을 받았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다만, 회복하고 한동안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검사받아야 했다. 미국에서 2년 동안 회복 기간을 가지면서 공부도 하고 여행도 다녔지만, 민정은 내내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했다. 영래는 민정의 성화에 못 이겨 한국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다시 미국으로 갈 거라 했다. 인재는 이야기를 다 듣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드디어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대체 왜 저한테 이 서재 관리를 맡기셨어요?”

“아, 그것도 미안해요. 미리 이야기할 겨를이 없어서. 민정이가 인재씨 소설을 보더니 그러자고 떼를 써서.”

“아, 네. 네에?”


인재는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었지만, 다시 물어도 똑같은 대답만 돌아왔다. 민정은 텅 빈 작업실 문을 열어젖히며 이 방, 저 방을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저 꼬마가 나를 위해 떼를 썼다고? 대체 왜? 작업실 순례를 끝낸 민정이 돌아와 말했다.


“아저씨, 청소 좀 하면 어디 덧나요? 2년 동안 한 번도 청소 안 했죠?”

“내가 청소부냐? 그리고 지난주에 청소했거등!”


인재는 지난 2년간 서재를 성실히 운영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모르는 일은 선재에게 물어가면서 일을 배웠다. 이제 웬만한 일은 혼자서 다 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다 드디어 그들이 돌아왔다. 민정이 응접실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쓰윽 쓸어보더니 말했다.


“헐. 아무리 봐도 지난주는 아닌 것 같은데용?”

“흐흐, 그럼, 밀린 거, 정산이나 할까? 2년 치 일시불로 혼나볼래?”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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