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는 소설가의 마을에 있는 희경, 루키, 동혁, 준수에게 오랜만에 단체 문자를 보냈다.
‘여러분, 강민정 컴백 했어요. 문자 보시면 연락주세요.’
하지만 다음 날이 되도록 아무도 답이 없었다. 카톡을 보내도 읽지 않았고, 직접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단체로 어디 갔나?’
분명 두 달 전만 해도 소설가의 마을에서 인재와 함께 놀았던 사람들 아닌가? 다음 날, 또 그다음 날까지 연락이 되지 않자 인재는 이상함을 느꼈다. 그동안 인재가 서재를 거쳐 마을로 보냈던 소설가 10명에게도 차례로 연락해보았지만, 아무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인재는 영래를 찾아가 소설가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 아무도요?”
“네. 이상하네요.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음…. 마지막으로 마을에 들린 건 언제죠?”
“저는 대충 2달쯤 전에 들렸던 거 같아요.”
“소설가들 사이에 뭐 안 좋은 일 같은 게 있었나요?”
“아뇨. 다들 사이도 좋았고…. 아, 뭐 희경씨와 동혁씨는 늘 으르렁거리는데 그건 뭐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인재는 소설가들에게 계속 전화를 걸고 있었다.
“정말, 아무도 연락이 안 되나요?”
“네. 그렇네요.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글쎄요. 직접 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럼, 같이 가시죠. 저도 뭔가 좀 이상해서 가 볼까 했거든요.”
“아, 그런데 어쩌죠? 오랜만에 한국에 왔더니 일주일 동안 계속 행사 일정이 잡혀서….”
“그럼, 저 혼자?”
“민정이 데리고 가시죠? 녀석이 인재씨 되게 좋아하던데.”
“아하하. 그냥 혼자 가면 안 될까요?”
다음 날, 영래의 바람대로 인재는 민정과 함께 소설가의 마을로 가게 되었다. 인재는 그냥 혼자 갔다 올 걸 괜히 말했다 싶었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근데, 너 요즘도 소설 쓰니?”
“당연하죠. 미국에서 단편 둘, 장편 하나 이렇게 완성했어요.”
“그래? 완성한 소설은 어쨌는데?”
“어쩌긴요. 출판했죠. 다음 주에 새 책 나와요.”
“에? 정말? 근데 난 강민정이라는 소설가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필명은 들어봤을걸요?”
“필명씩이나? 뭔데?”
“비밀이에요.”
“이야, 넌 애가 무슨 비밀이 그렇게 많냐?”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 인재는 호두과자, 민정은 소떡소떡을 사 먹었다. 터미널에 내려서는 택시를 탔다. 국도와 지방도로를 거쳐 시골길을 달렸는데 30분쯤 달렸을까? 민정은 잠이 들어버렸다. 10분쯤 더 달리자 왼쪽에 소설가의 마을이라는 팻말이 나타났고, 택시 운전기사에게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마을은 조용했다. 원래 조용한 마을이었지만 오늘따라 더 조용한 듯하다. 바람까지 휑하니 불어 나무들이 춤춘다. 인재는 주차장에서 가장 가까운 동혁의 작업실로 향했다.
‘똑, 똑, 똑’
노크했지만, 반응이 없다. 초인종을 눌러도 똑같다. 문고리를 잡고 살짝 당겼더니 문이 그냥 열렸다. 이 장면,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다. 꿈에서 봤던가? 공포 영화에서 본 장면인가? 이렇게 문을 열면 보통 누가 집 안에 죽어 있거나, 이상한 게 덮치던데. 이런 이상한 생각을 하며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뒤에서 손이 나와 엉덩이를 꼬집었다.
“으악!”
“으악!”
인재는 놀라 소리를 질렀고, 장난치던 민정은 소리 지르는 인재 때문에 놀라 소리 질렀다.
“야! 놀랬잖아!”
“누구는, 아, 심장병 재발하겠네.”
그렇게 서로 한 마디씩 주고받고는 다시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작업실 구조는 단순했다. 부엌과 연결된 거실이 있고, 그 거실에 딸린 방이 두 개다. 인재는 거실을 거쳐 큰 방으로 들어갔고, 민정은 작은 방의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는데?”
“여기도 없는데요?”
“어디 간 거지?”
“담배 피우러 간 거 아니에요?”
“글쎄, 다른 작업실로 가 보자.”
인재와 민정은 준수의 작업실을 확인하고, 희경과 루키의 작업실까지 확인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이상한 것은 모든 작업실의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어디 갔다면 문을 잠그고 가야 정상 아닌가? 인재는 마을 회관으로 들어가 마이크를 들고 방송까지 했다.
“소설가 여러분, 서재에서 나왔습니다. 혹시 이 방송을 들으신 분들은 지금 바로 회관 앞으로 모여주세요.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회관 앞으로 모여주세요.”
스피커에서 나온 음성이 마을 전체에 메아리쳤다. 인재와 민정은 마을 회관에서 한참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