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려면

by 서효봉

숲이 깨어났다. 나무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숲 전체가 요동쳤다. 그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할 만한 대단한 장관이었다. 일행을 뒤쫓던 오크와 트롤들은 성질난 숲의 정령들을 보고는 당황하더니 이내 뒷걸음질 쳐 달아났다.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인재와 민정, 희경과 루키는 박수를 쳤고, 마법사는 그들을 위해 모자를 벗고 정중히 화답하며 말했다.


“숲 정령들의 도움을 받았으니 정령왕을 만나 인사는 하는 게 예의지요.”


그렇게 네 명의 소설가는 살아 움직이는 나무를 타고 정령의 왕이 있다고 하는 엘프의 마을로 향했다. 엘프의 마을은 마을이 아니라 왕국이라 할 만큼 대단했다. 우아한 건물들이 숲의 계곡 사이에 절묘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정령왕은 예상대로 아름다운 여성이었고, 인자했다. 덕분에 마법사와 소설가들은 정령들의 파티에 초대받았다. 그들은 원 없이 채식을 할 수 있었다. 무한 리필 샐러드를 먹었다. 독수리 콜택시를 불러 오두막으로 돌아온 마법사와 소설가들은 함께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마법사 할아버지, 거짓말해서 정말 죄송해요.”

“뭐, 사정이 있었으니…. 대신 내 부탁을 하나 들어주면 좋겠소.”

“부탁이요?”

“그렇소. 동료들을 다 찾게 되면 내 부탁을 하나만 들어주시오.”

“부탁이 뭔데요?”

“그건 나중에 알려주겠소. 그럼 편히들 쉬시오.”


마법사는 잠자리를 마련해주고는 서재로 가버렸다. 인재는 희경과 루키에게 그동안의 사정을 들었다. 그들은 숲을 헤매다 오크 한 마리를 만났는데, 이전 세계에서 얻은 호신용 총을 갖고 있어서 그 오크를 쫓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오크가 친구들을 불러 모아 떼거리로 몰려오는 바람에 그 사단이 났다. 인재가 말했다.


“정말요? 이전 세계에서 얻은 물건을 여기서도 쓸 수 있는 거네요?”


희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것 같아요.”


인재가 자신의 뒷주머니를 뒤져보니 정말 이전 세계에서 얻은 지도가 있었다. 옆에 있던 루키가 말했다.


“근데 동혁 씨와 준수 씨는 어디로 갔을까요?”

“글쎄요….”


다음 날 아침 마법사의 집에 드워프들이 찾아왔다. 난쟁이족들은 소설가들을 보더니 놀라며, 말했다.


“아니, 저 인간들은 그때 그 인간들하고 비슷한 인간들 같은데?”


마법사가 놀라 물었다.


“그 인간이라면 어떤 인간들 말이요?”


난쟁이족들은 자신들이 사는 마을에 두 명의 인간이 나타났다고 했다. 그들이 난쟁이 왕과 담배 오래 피우기 내기를 했는데, 당연히 그들이 져서 절벽 나무 끝에 매달아 놓고 왔다고 태연히 말했다. 인재는 마법사에게 간곡히 부탁해 독수리를 빌렸다. 거의 죽어가고 있던 동혁과 준수를 데려올 수 있었다. 그 둘은 소설가들을 보고도 전혀 놀랍지 않다는 듯 멍했다. 배고프다는 말만 계속 되풀이했다. 착한 마법사는 그들에게도 역시 따뜻한 수프를 대접했다. 배고픔에서 벗어난 동혁과 준수는 그 녹색 수프 정말 맛있다며 따봉을 외쳤으나 정체를 알고 나서 화장실을 찾아다녔다. 다음 날 곰팡이 수프를 먹고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으나 이내 받아들였다. 적응이 빠른 편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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