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의 경고음

by 서효봉

바다. 생명이 시작된 곳. 제우스 행성은 온통 바다로만 이루어진 행성이다. 모든 도시는 수중 도시고, 그 도시로 통하는 입구는 단 하나, 제롬이라는 통로를 통해서만 드나들 수 있다.

미스터 코너 씨와 아몬드 봉봉은 제롬을 통과하기 위해 출입국과 연락했다. 미카는 해루와 함께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루는 같이 놀던 은지가 난데없이 제리를 데리고 사라져버려 풀이 죽어 있었다. 미카는 그런 해루 옆에 앉으며 말했다.

“해루, 제우스 행성에 가면 둘 다 찾을 수 있을 거야. 부모님도.”

미카의 말에 조금 표정이 밝아진 해루는 나갈 준비를 했다. 꽤 오랜 시간 대기한 끝에 제롬을 통과한 그들의 우주선은 제우스 행성 최대의 도시 빅토리아로 들어갔다.

빅토리아 역시 수중도시지만 지구에 있는 도시와 거의 비슷한 모습이었다. 하늘에 태양 대신 거대한 조명이 붙어 있다는 것 말고는 특별히 다른 점은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우주선에서 내려 빅토리아 우주 공항에 들어서니 마치 면세점처럼 거대한 상점가가 나타났다. 미스터 코너 씨는 품에서 뭔가를 꺼내 미카와 해루에게 건넸다. 아무리 봐도 그건 총이었다. SF 영화에나 나올법한 레이저 총을 손에 쥔 미카와 해루는 코너 씨에게 물었다.

“이건 왜?”

“여긴, 카르텔과는 달라.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항상 조심해야 하는 곳이지.”

“조심해요? 뭘요?”

“음, 다니다 보면 알 거야.”

“그 말이 더 무섭네요.”

우주 공항을 빠져나온 그들은 일단 슬리피의 행방을 찾기 위해 코타나 거래소를 찾아가기로 했다. 제리를 훔쳐 달아난 은지 역시 슬리피를 쫓고 있으니 슬리피만 찾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허가받지 않은 코타나 거래는 불법이다. 우주 연합에 가입된 모든 생명체가 지켜야 하는 연방 우주법에 따르면 허가 없이 사적으로 코타나를 거래하다 적발되면 무기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니 이런 코타나 거래는 은밀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빅토리아의 코타나 거래소는 도시의 가장 외곽에 자리 잡은 지하 시장에서 이루어졌다. 단속을 피하려고 길을 미로처럼 만들어둔 곳이다. 코너 씨는 지하 시장 주변에 숙소를 잡았다. 오늘은 일단 쉰 다음 내일부터 천천히 수소문해 보자고 했다. 짐을 푼 아몬드 봉봉은 역시 쇼핑하러 지하 시장으로 달려갔다. 코너 씨는 방에서 밀린 잠을 잤다. 미카와 해루는 도시 구경을 하러 밖으로 나섰다.

제우스 행성은 프렌이라는 외계 생명체들이 주로 사는 행성이다. 프렌은 전체적인 모양새가 사람과 비슷하지만, 머리는 오징어 머리에 손과 발이 집게발인 생명체들이었다. 의외로 그들은 비린내는 나지 않았고 옷까지 걸쳐 입으며 사는 제법 깔끔한 외계 종족이었다.

미카와 해루는 커다란 분수가 있는 광장의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프렌들을 구경했다. 하품만 해대던 해루가 미카에게 말했다.

“아저씨, 카르텔에서 워낙 별난 생명체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이젠 징그럽지도 않네요.”

“나도 그래.”

“근데 어떻게 외계 종족들이 한국말을 알아듣는 거죠?”

“헐, 참 일찍 질문한다. 저기 저 손목시계 같은 걸로 우주의 모든 언어를 번역할 수 있대.”

“와우, 대박이네요! 프렌들은 좋겠다. 영어 공부 안 해도 되고.”

“영어가 정말 싫긴 싫은가 봐? 외계인이 부러울 정도라니”

“아저씨도 학원 5개씩 다녀봐요.”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엘리베이터처럼 생긴 구조물이 땅에 떨어졌다. 문이 열리고 비둘기 머리에 악어 피부를 가진 외계인 여럿이 튀어나와 레이저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놀란 프렌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미카와 해루는 분수 뒤쪽으로 숨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구조물 5개가 더 내려왔다. 그 안에서도 똑같이 생긴 외계인이 여럿 등장했다. 빅토리아 전역에 경고음이 울렸다. 이번엔 총을 든 프렌들이 어디선가 등장해 그 외계인들과 교전하기 시작했다.

미카와 해루가 숨어 있던 분수 바로 옆까지 총을 든 프렌들이 이동했고, 총격전은 분수 주변에서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레이저에 맞아 오징어 통구이가 된 프렌들을 보며 기겁하던 미카와 해루는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그 난리를 뚫고 하늘에서 커다란 드론이 하나 내려와 미카와 해루를 독수리처럼 낚아채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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