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디오도 결재할 수 없었다. 미카는 소녀에게 다가가 수화를 했고,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카는 식당 주인에게
“제가 대신 결재하겠습니다. 얼만가요?”
소녀는 이번에도 제리를 애타게 쳐다봤다. 해루는 제리를 소녀에게 내밀며 말했다.
“주는 거 아냐. 잠깐만 만지게 해주는 거야.”
“……”
소녀는 제리를 품에 안더니 입을 열었다.
“고마워.”
그 순간 다섯 생명체와 식당 주인은 경악했다. 해루가 소녀에게
“너, 말할 수 있어?”
“응.”
“근데 왜 아깐?”
“강아지”
“강아지? 제리?”
“응.”
“주는 건 안 된다니까.”
“아니, 강아지가 있으면 돼.”
“강아지가 있으면 된다고?”
소녀는 식당 주인에게 가더니
“시리우스, 200 디오 결재해요.”
결재를 마친 소녀는 제리를 해루에게 넘겨줬다. 해루는 뒤돌아서 밖으로 나가려는 소녀에게 외쳤다.
“저기, 이름이 뭐야?”
“……”
“아, 참.”
해루는 다시 제리를 소녀에게 넘겨줬다.
“은지.”
“난 해루. 이 아저씬 미카야.”
갑자기 소개된 미카는 은지를 향해 손 인사를 했다. 해루 뒤에 서 있던 두 생명체도 은지에게 인사했다.
“안녕, 난 미스터 코너, 여긴 아몬드 봉봉, 너, 시리우스 시민이지?”
“응.”
“혹시, 에크하르트?”
“맞아.”
“역시…”
미스터 코너 씨는 이상하다는 듯 소녀에게 다시 물었다.
“너 말고, 다른 두 인간은 어디에?”
“몰라.”
“그럴 리가…”
소녀는 10인의 에크하르트 가운데 한 명이었다. 에크하르트는 시리우스를 관리 감독하기도 하지만, 그 도시를 지키는 일도 했다. 도시를 지키는 일 중 제일 중요한 일이 바로 코타나를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피스미스 24-1 사건 이후 시리우스는 코타나 대부분을 슬리피에게 도둑맞았다. 이에 위원회는 3인의 팀을 구성해 코타나 수거의 임무를 맡겼다. 그런 그들이 여기 있다는 건 슬리피가 여기 있다는 이야기다.
미스터 코너 씨는 해루와 미카를 불러 저 소녀를 우주선에 데려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뭐, 그러시죠.”
“그러려면 너희들이 좀 도와줘야겠어.”
“네?”
“에크하르트들은 저마다 엄청난 능력이 있어. 우리가 다 덤벼도 저 꼬마를 못 당할걸?”
“엄청난 능력? 에이~ 강아지 들고 말하는 능력이요?”
“조심해, 에크하르트를 화나게 했다간 다시는 집에 못 갈 수도 있어.”
해루는 소녀에게 돌아와 말했다.
“은지라고 했지? 우리 같이 안 갈래?”
“어딜?”
“우리 엄마, 아빠 찾으러.”
“내가? 왜?”
“왜냐면, 엄마 아빠가 그놈에게 잡혀간 것 같아.”
“그놈?”
“그래, 그놈. 슬리피라는 코타나 사냥꾼 말이야.”
“……”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