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루는 강아지 도둑을 쫓아 열심히 달렸다. 도둑은 생각보다 느렸다. 초등학생인 해루의 추격에도 곧 잡힐 듯 가까워졌다. 하지만, 골목으로 들어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금방 사라져버렸다. 이곳 지리를 잘 아는 도둑인 것 같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해루는 골목 끝에서 다시 검은 그림자를 보고 그쪽으로 쫓아갔다. 잽싸게 사라질 줄 알았던 그림자는 어이없게도 넘어졌고, 여자아이 목소리를 냈다.
도둑의 손에서 탈출한 제리는 해루에게 달려왔고, 뒤이어 미카도 합류했다. 도둑은 검은 바지에 검은 잠바를 입고, 검은 모자를 쓴 소녀였다. 온갖 동물 모양의 외계 생명체들만 보다가 갑자기 인간을 만나니 현실감이 없었다.
“너, 누구야? 지구인이야?”
“……”
“왜 제리를 훔쳤어? 왜?”
“……”
“뭐라고 말 좀 해봐!”
“……”
해루의 질문에 소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제리를 애타는 눈으로 바라보았고, 해루는 제리를 등 뒤로 숨겼다. 경계하는 해루를 힐끔 보고는 옆 골목으로 달아나버렸다.
원래 자리로 돌아온 미카와 해루는 조금 전 도둑에 대해 이야기했다.
“해루, 아까 그 아이 지구인이었지?”
“네, 지구인이 여기 왜 있을까요?”
“그러게, 우리 말고도 지구인들이 있나 본대?”
“근데 왜 제리를 노리는 걸까요?”
“음, 무슨 사정이 있는 게 아닐까?”
이야기하는 사이 시간이 되어 오리진 타워 앞으로 갔다. 아몬드 봉봉은 두 손 가득 희한한 물건이 든 가방을 들고 있었고, 코너 씨는 졸린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하고 있었다.
해루는 미스터 코너 씨에게 강아지 도둑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구인인 것 같다는 해루의 말에 코너 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지구인이 여기 있을 리는 없는데, 혹시 그들인가?”
“그들?”
“시리우스 시민 가운데 선택받은 자들 그들만이 지구인 가운데 유일하게 코타나 에너지로 여행할 수 있지.”
“그들이 누군데요?”
“에크하르트라 불리는 자들인데 오래전부터 그들은 10명이었어. 시리우스를 관리 감독하는 위원회지.”
“에이, 그 꼬마가요?”
“에크하르트는 선택받기 때문에 나이랑은 상관없어.”
“누가 선택하는데요?”
“우주 본부”
“아, 복잡하네요. 머리 아파요.”
그들은 오리진 타워로 들어갔다. 타워 안에는 오리진으로 들어온 외계 생명체들의 정보가 기록되는 출입국 관리센터가 있었다. 외계 생명체 중에서도 꽤 발이 넓은 아몬드 봉봉은 이곳 오리진에도 친구가 많았다. 관리센터에 있는 친구를 통해 슬리피의 출입국 사실을 알아봤지만 허탕이었다. 대신 에크하르트 3명이 오리진에 입국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음, 별일이군. 그들이 왜?”
생각에 잠긴 미스터 코너 씨 옆으로 미카가 다가가 말했다.
“저기, 혹시 그들이 지구에서 왔다면 결국 지구로 돌아가겠네요?”
“당연하지.”
“그럼, 전 그들을 찾겠어요! 애초에 제가 여기 왜 있는지 모르겠거든요.”
“여긴 수천만의 외계 생명체가 모여드는 곳이야. 대체 그들을 어떻게 찾을 건데?”
“……”
다섯 생명체는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식당을 찾아갔다. 오리진 광장 서쪽에 자리 잡은 식당인데 별의별 이상한 요리들이 많았다. 메뉴만 수백 개였다. 해루와 미카, 제리는 낮에 먹었던 피자 모양의 음식을 떠올려 주문했고, 코너 씨와 봉봉씨는 무슨 눈알을 주문했다.
잠시 후 식사가 나왔다. 다들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식당 한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밥을 먹었으면 디오를 내야지!”
“……”
“왜 대답을 안 해?”
“……”
“보안국 요원들을 불러야 정신 차리겠어?”
“……”
누가 밥을 먹고 디오를 내지 않는 모양이었다. 소란스러운 쪽을 힐끔거리던 해루가 미카에게 말했다.
“아저씨, 그 도둑이에요. 강아지 도둑!”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