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하르트

by 서효봉

눈을 뜬 곳은 우주선 안이었다. 온몸이 묶여 있었고,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음악이 들렸다. 문 열리는 소리가 나고 검은 턱수염을 가진 사내가 들어왔다. 그를 본 미카와 해루는 동시에 외쳤다.

“지구인이다!”

그들의 외침에 잠시 웃음 짓던 지구인은 다시 표정을 심각하게 바꿔 미카 앞에 서더니 말했다.

“당신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소? 그것도 애까지 데리고.”

미카는 자기가 먼저 질문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빼앗겼다는 듯 아까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지구에서 오셨으면 지구로 돌아가는 방법도 알고 있겠네요?”

“물론이요. 하지만….”

“그럼, 제발 저하고 이 꼬마 좀 지구로 데려다주세요.”

해루는 미카를 한번 쳐다보고 턱수염 사내를 한번 쳐다본 다음 재빨리 말했다.

“안 돼요! 안 돼!”

해루의 반응에 놀란 턱수염 사내가 말했다.

“안 된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냐? 꼬마야.”

“엄마, 아빠 찾기 전에는 못 가요. 우리 부모님 좀 찾아주세요.”

턱수염 사내가 들어온 문이 열리며 이번엔 농구 선수처럼 키가 큰 남자가 들어오며 말했다.

“여기가 무슨 소원 들어주는 곳인 줄 알아? 살려 준 것만 해도 고맙게 생각해야지. 은지 부탁이 아니었으면 너흰 지금쯤 갓 구운 통구이가 되어 있었을걸?”

미카는 뒤이어 들어온 남자의 말에 놀라 말했다.

“은지? 그 아이를 알아요? 그럼, 당신들이 에크하르트?”

그때 반대편 문이 열리며 소녀와 개 한 마리가 들어왔다. 은지와 제리였다. 해루를 발견한 제리는 꼬리를 흔들었고, 은지는 턱수염 사내와 키 큰 사내에게 소리쳤다.

“왜 묶어둔 거예요? 당장 풀어줘요!”

턱수염 사내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대장 명령이야. 슬리피와 연관된 놈들이니 조사부터 해야 해”

조사는 생각보다 길게 진행되었다. 우선 턱수염 사내가 그 둘의 신상정보를 캐내며 질문해댔고 뒤이어 하얀 가운을 입은 젊은 여성이 두 사람을 검사실로 데려가 오랫동안 이것저것 검사했다. 다음으로 키 큰 남자가 뭔가를 채취한다면서 둘의 머리카락과 혈액을 뽑아갔다.

검사에 지친 두 사람은 금방 잠이 들었고 눈을 다시 떴을 땐 하얀 눈썹을 가진 대머리 아저씨와 같은 방에 있었다.

“푹 잤는가?”

비몽사몽인 해루가 말했다.

“아저씨 여긴, 어디에요? 엄마, 아빠는요?”

그 흰 눈썹 대머리 아저씨는 아마도 그들이 말하는 대장인 듯했다. 의자에서 일어나 미카와 해루 앞에 다가온 그는

“조사는 끝났다. 슬리피라는 놈이 워낙 교묘한 놈이라 어쩔 수 없었다. 이해해주길 바란다.”

미카는 한숨을 쉬고는 대머리 아저씨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당신이 여기 대장이죠? 저희를 지구로 좀 데려다주세요. 제발.”

“미안하지만 그건 어렵네.”

“아니, 왜요? 어차피 지구로 돌아가지 않나요?”

“우리의 임무는 슬리피를 찾는 것이네. 그걸 성공해야 우리도 돌아갈 수 있다네.”

“네?”

“성공하지 못하면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뜻이지. 시리우스의 기술로는 외부 은하인 여기를 왕복할 수 없어. 여기까지도 겨우 왔다네.”

“그럼, 역시 슬리피의 우주선으로?”

“그렇지, 그러니 우리도 필사적이네.”

미카는 그 말에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지만, 해루는 잘 됐다는 듯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얼른 가요! 엄마, 아빠 찾으러!”

“근데 문제가 있단다. 꼬마야.”

“네? 무슨 문제요?”

“너희들이 있던 그 자리에서 전쟁이 시작됐어. 프렌족과 아미족의 전쟁.”

“전쟁이요?”

코타나 거래소에서 대량의 코타나를 거래한 슬리피를 추적하던 아미족 특수요원들이 프렌족 민간인을 살해하면서 전쟁은 시작되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프렌족과 아미족은 원수지간이라 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동안 아슬아슬하게 평화가 유지되어 왔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큰 전쟁이 일어났다. 그 전쟁 탓일까? 행성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화, 목, 토 연재
이전 12화빅토리아의 경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