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들의 전쟁은 치열했다.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무기들이 등장해 모든 것을 파괴했다. 특히 제우스 행성의 도시들은 죄다 수중도시였기 때문에 타격이 컸다. 프렌족 대부분은 지하 쉘터로 대피했지만, 도시의 파괴는 막을 수 없었다.
에크하르트의 우주선은 제우스 행성 주변에 있는 작은 위성에 착륙해 있었다. 위성 자체는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라 우주선 안에서만 생활해야 했다. 엄청나게 큰 우주선이었지만 어딘가에 갇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답답함이 드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해루는 은지를 만나 그간의 사정을 전해 들었다. 은지는 시리우스에서 에크하르트로 훈련을 받으며, 어떤 조건이 주어지면 귀환하도록 길러졌다. 그때 그 순간 갑자기 돌변한 것도, 제리를 데려간 것도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해루는 애틋한 표정으로 제리에게 눈길을 주는 은지에게 말했다.
“잠깐만 빌려주는 거야.”
“응”
“너, 그때 같이 왔던 사람들이 전부 죽었다고 하지 않았어?”
“응, 같이 카르텔에 내려갔던 에크하르트는 다 죽고 나만 살아남았어.”
“아, 그럼 여긴 이제 5명만 남은 거야?”
“응”
“근데 이제 슬리피는 어떻게 찾지?”
“대장이 방법을 찾고 있어.”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미카가 은지에게 말했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되지 않을까?”
“네, 외계인들의 전쟁은 곧 끝날 거예요. 왜냐면….”
“왜냐면?”
“그들은 민간인이 다치거나 죽으면 전쟁을 시작하고, 또 와중에 민간인이 하나라도 죽으면 전쟁을 끝내요.”
“하나라도 죽으면 끝낸다고?”
“네, 그게 규칙이에요. 대신 사는 곳을 파괴하죠. 아주 철저하게.”
은지의 말대로 제우스 행성의 전쟁은 3일 만에 끝났다. 엄청나게 몰려오던 아미족들은 물러갔고, 쉘터에 숨어 있던 프렌족은 하나둘씩 밖으로 나왔다. 에크하르트들도 다시 빅토리아에 착륙해 수사를 시작했다.
미카와 해루는 코너 씨와 아몬드 봉봉이 있던 숙소를 찾아가 봤지만, 그 자리엔 이미 아무것도 없었다. 도시는 완전히 파괴되어 남은 것이 거의 없을 지경이었다. 또한 빅토리아를 제외한 나머지 도시들은 대부분에 무너져 물속에 잠겨버렸다고 한다.
사는 곳을 잃어버린 프렌족들은 임시대피소에서 생활해야 했다. 일부 프렌족들은 행성을 아예 떠나버리기도 했다. 완전히 파괴된 도시는 빈집처럼 고요했다. 힘을 잃어버려 전혀 다른 도시가 되어 있었다.
미카는 해루와 함께 우주 공항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에크하르트들은 이미 수사를 시작했고 같이 다닐 수도 없었다. 그들도 식량, 에너지가 부족해 허덕이는 상황이라 두 사람까지 감당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코너 씨와 아몬드 봉봉을 찾아야 했다. 그때 하늘에서 지난번에 봤던 그 엘리베이터 같은 구조물이 떨어졌다. 총은 든 아미족들이 우르르 달려 나와 미카와 해루 주변을 포위했다. 그리곤 대장처럼 보이는 아미족이 다가와 말했다.
“슬리피는 어디 있느냐?”
미카는 갑자기 나타나 총을 들이대는 아미족들에게 겁을 먹고 딸꾹질을 하고 있었기에 해루가 대꾸했다.
“저희도 몰라요. 찾고 있어요.”
“슬리피와 접촉한 자는 전부 끌고 오라는 본국의 명령이다. 저놈들 모두 데려가!”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아미족들은 미카와 해루를 체포해 엘리베이터에 태웠고 어딘가로 올라가 버렸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