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은 하얀색이었다. 행성 전체가 하얀 구름에 뒤덮인 듯 보였고, 그 구름은 빠르게 움직이며 소용돌이쳤다. 멀리서 보면 솜사탕처럼 생겼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 움직임에 겁이 덜컥 나는 행성이었다.
봉봉은 짐벨 행성과 교신하려 했지만 어떠한 채널도 통하지 않았고 응답도 없었다. 코너씨의 말에 따르면 오래전부터 짐벨 행성은 비밀스러운 행성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저 구름 아래 무엇이 있는지 아는 존재가 거의 없었고, 한 번 그 속으로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는 소문까지 떠돌았다.
여섯 존재 그리고 개와 고양이까지 모여 회의를 했지만 별다른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그냥 일단 들어가 보자는 해루의 말에 다들 고개만 끄덕였다. 그게 끝이었다.
우주선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착륙을 시도했다. 이내 짙은 구름의 소용돌이 속에 잠겼다. 한참 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바다가 펼쳐졌다. 바다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계속 바다였다.
우주선은 바다 위에 착륙했고 바다 밑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탐사선을 내려보냈다. 놀랍게도 바다 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물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내려가도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성과 없이 돌아온 탐사선을 두고 봉봉과 코너씨가 골치 아파하는데 해루가 수평선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앗, 저기 봐요! 저기 뭔가 있어요!”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수평선 위에 작은 빛이 보였다. 탐사선을 타고 빛나는 곳을 향해 가 보니 엄청나게 큰 거울이 하나 서 있었다. 코너와 봉봉은 서로 쳐다보더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해루와 미카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울에는 아무도 없었다. 분명 탐사선은 거울에 비쳐 보였지만 그들 여섯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정적이 흘렀다. 바람도 불지 않는 고요한 바다 위에서 거울을 보며 서 있었다. 잠시 후 거울의 표면이 물결치더니 그 안에서 노루가 한 마리 걸어 나왔다. 갑작스러운 동물 출현에 놀란 여섯 존재는 방어 자세를 취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노루는 여섯 존재를 좌에서 우로 훑어보더니 다시 우에서 좌로 훑어보았다. 그리곤 돌아서서 거울 속으로 다시 들어가려 했다. 그 순간 해루가 노루에게 말했다.
“저기, 누구시죠?”
노루는 뒤돌아선 상태에서 고개만 뒤로 돌려 해루를 바라봤다. 노루의 눈이 하얗게 변하더니 입을 열었다.
“어린 자여, 그대만이 자격이 된다. 들어오겠는가?”
“네? 자격이요?”
“여기는 짐벨의 심장, 자격을 갖춘 자만이 들어올 수 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봉봉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봐! 난 가족을 찾아야 해! 나도 들어가야 한다고!”
“넌, 자격이 없다.”
“그럼, 억지로라도.”
봉봉이 다가서려 하자 노루의 눈이 흰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했다. 그리곤 커졌다. 점점 더 커져서 건물 3층 높이 정도가 되었는데 등 뒤로 빨간 기운이 서려 위협적이었다. 흠칫 놀란 여섯 존재는 탐사선을 뒤로 물렸고, 노루는 다시 원래의 크기로 돌아와 거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여섯 존재는 다시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는 5분 만에 끝났다. 결론은 해루만이라도 그 거울 속 세계로 들여보내자는 거였다. 거기서 해루가 봉봉의 가족들을 찾아 데리고 나오는 그러니까 해루 혼자 모든 걸 다 해내는 작전 같지 않은 작전이다.
해루는 다시 거울로 다가갔다. 이번엔 노루가 거울에서 고개만 빼꼼히 내밀었다.
“들어오겠는가?”
“네! 들여보내 주세요!”
해루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거울이 해루를 삼켰고 이내 사라져버렸다. 어딘가로 떨어지고 있었다. 한참 동안. 아주 깊은 곳인 모양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멈췄고, 해루의 발이 바닥에 닿았다.
노루는 해루 옆에 서 있었다. 노루의 눈이 투명한 색으로 변하자 주변 풍경이 완전히 달라져 숲이 되었다. 숲의 동물들은 평화롭게 거닐었고, 그 주변으로 강이 흐르고 바람이 불고 구름이 떠다니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