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친구

by 서효봉

깨달은 존재들의 세계라 했다. 해루는 노루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아무튼 여긴 특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들은 해루의 등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세상의 어떤 것도 자신들을 건드릴 수 없다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해루는 노루에게

“근데, 혹시 여기 잡혀 온 사람 없어요?”

“잡혀 오다니?”

“아까 여기 들어오려고 했던 그분 가족이 여기 잡혀 있다고 해서요.”

“여기는 깨달은 존재들만 들어올 수 있다. 그 누구도 잡혀 오지 않아. 짐벨의 심장은 불의를 인정하지 않지.”

해루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여길 구경해보기로 했다. 노루는 환영의 인사라며 해루를 너구리에게 데려갔고, 너구리는 앞치마를 두른 채 해루를 반겼다.

“환영하네! 친구!”

말하는 너구리였다. 노루가 너구리에게 그걸 부탁했고, 너구리는 그걸 만들기 시작했다. 커다란 팬에 갖가지 재료를 넣어 볶은 다음 물을 넣고 끓였다. 5분도 지나지 않아 그게 완성되었다. 맛있는 냄새가 사방에 진동했다.

침 흘리며 지켜보던 해루는 너구리에게 먹어도 되냐고 물어봤다. 그리곤 너구리가 대답하기도 전에 먹기 시작했다. 먹으면서 정말 오랜만에 음식다운 음식을 먹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배가 너무 불렀다. 이제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부르니 잠이 왔다. 언젠가부터 너구리도 노루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림 같은 풍경만 눈에 보였다. 바람이 살랑 불었고, 해루는 잔디밭 위에 드러누웠다. 바로 옆에 있던 큰 나무의 나뭇잎 하나가 떨어져 해루의 얼굴을 덮었다.

의식이 아득해지고 바닥이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온통 하얀 공간에 홀로 남아 누워 있던 해루는 갑자기 무서워져 울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를 찾으며.

그렇게 울다 지친 해루 앞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해루의 할머니가 해루를 보며 웃고 있었다. 할머니는 손을 뻗어 해루의 얼굴을 쓰다듬었고 해루는 아무 말 없이 안겼다. 따뜻한 할머니의 품에 안겨 있으니 마음이 푸근해져 다시 잠이 왔다. 눈이 저절로 감겼다.

눈을 뜨니, 노루가 해루를 쳐다보고 있었다. 동물들은 돌아와 있었고 자기 할 일을 하며 평화로운 풍경을 이루었다. 노루가 해루에게

“무엇을 보았는가?”

“할머니요. 우리 할머니”

“그게 네가 바라는 것이다.”

“네?”

“그 비취탕을 먹고 잠들면 원하는 걸 꿈에서 보게 되지.”

“원하는 걸 본다고요?”

“여기까지가 나의 역할이다. 이제 너의 선택만이 널 이끌어 줄 것이다.”

이 말을 끝으로 노루는 사라졌다. 그 옆에 있던 너구리도 사라졌다. 한가롭던 동물들도 사라졌다. 하늘과 땅이 뒤집히더니 해루의 눈동자로 달려 들어왔다.

“으악!”

해루는 바다 위에 떠 있었다. 투명한 튜브 같은 게 가라앉지 않도록 받쳐주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던 탐사선이 해루를 태워 우주선으로 돌아갔다.

“해루, 어때? 우리 가족들은 찾았어? 어떻게 된 거야?”

“제가 왜 여기 있죠?”

미카는 해루에게 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그 거울에서 갑자기 네가 튀어나왔어. 들어간 지 5분쯤 지났나?”

“네? 5분?”

“그래, 네가 나오고 나서 거울이 없어져 버렸어.”

아몬드 봉봉은 해루에게 계속 가족들을 찾았냐고 물었지만, 해루는 해줄 말이 없었다.

“봉봉 아저씨, 아무래도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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