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이해

by 서효봉

슬리피는 없었다. 해루와 코너씨, 봉봉이 뒤쫓던 슬리피라는 존재는 프로그램된 가상의 존재였다. 미카와 은지는 왕국을 구하기 위해 가상의 인물을 만들었고 우주 경찰의 활동을 방해했다.

그러나 우주 경찰은 코타나 기술과 관련된 존재들을 계속 납치했고, 그걸 슬리피에게 뒤집어씌우며 응수했다. 미카는 특히 해루의 부모님이 개발한 가상 공간 워프 기술이 보이지 않는 싸움의 승패를 결정 짓는 핵심이라고 했다.

해루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카에게 말했다.

“우리 부모님이요? 엄마, 아빠는 과학자가 아닌데요? 잘못 안 거 아니에요?”

“본디 에크하르트는 신분을 숨기는 게 기본이야. 너희 부모님도 에크하르트였어. 그것도 최고 실력을 가진 전설적인 에크하르트.”

해루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엄마, 아빠가 에크하르트라니? 해루는 문득 에크하르트와 슬리피의 싸움을 떠올렸다. 그럼 슬리피의 부하라던 그들은 누구란 말인가? 미카는 해루의 질문에 한숨을 푹 쉬며 대답했다.

“그놈들? 우주 경찰을 조종하는 놈의 부하들이지.”

“우주 경찰을 조종하는 놈이요?”

“이미 죽은 사람이지만 에크하르트의 대장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어.”

해루는 너무 복잡한 이야기를 들었더니 머리가 아팠다. 슬리피인 줄 알았던 놈들은 우주 경찰을 조종하는 놈이고, 그놈들이 우주 경찰 편인 에크하르트와 싸웠다는 말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미카의 이야기를 다 들은 코너씨와 봉봉은 자신들을 속이고 가족들을 데려간 놈들도 그놈들이냐고 물었다. 미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번 더 한숨을 쉬었다.

해루는 머리를 좌우로 몇 번 흔들었다. 두 손으로 자기 머리를 두드리며, 정신 차리려고 노력했다.

“그럼, 이제 어쩌죠? 은지를 데려간 놈들도 그놈들인 거 같은데? 빨리 찾으러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네. 여기까지 그렇게 쉽고 들어오다니. 시공간 좌표가 완전히 노출된 모양이야.”

미카는 해루와 코너씨, 봉봉을 데리고 성 가운데 솟아 있는 탑으로 향했다. 탑에는 역시나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모두 그걸 타고 코타나 왕국의 지하 비밀 기지로 내려갔다.

기지로 들어가는 길에 해루가 미카에게 물었다.

“근데, 그놈들은 왜 미카 아저씨 아니 왕님인가? 아무튼 아저씨가 아니고 은지를 데려간 거예요?”

“나는 이미 몇 번이나 납치됐었어. 그때마다 미나가 시공간 좌표를 이용해서 나를 다시 데려왔지. 그래서 미나를 노린 것 같아.”

미카는 비밀 기지에서 새로 개발한 무기와 우주선을 해루 일행에게 소개했다.

“지금으로선 슬리피라는 이름으로 그놈들과 싸울 수밖에 없어.”

“왜요?”

“그놈들이 마음만 먹으면 코타나 왕국 정도는 멸망이야. 그러니 구실을 만들어선 안 돼. 비밀스럽게 움직여서 놈들을 무너뜨려야 해.”

코너씨와 봉봉은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슬리피에게 복수하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가 슬리피가 되어야 한다니 이게 무슨 일이지?”

결국 그들은 슬리피의 우주선을 타고 출발했다. 미카는 코타나 왕국의 경호원에게 역할을 맡기고 우주선에 올랐다. 목적지는 우주 경찰의 본부였던 카라 행성이었다.

초광속 운행이 가능한 슬리피의 우주선은 출발 후 지구 주변으로 날아가 스윙바이를 시도했고, 그 속도에 가속도를 붙여 카라 행성까지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었다. 문제는 카라 행성의 우주 터미널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화, 목, 토 연재
이전 07화미카와 슬리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