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먹고살지? 햄버거요.

직장인이 와퍼세트를 입에 대면 생기는 일

by 올대리
글/그림 : 하무나

대학생 때는 주로 학식을 먹으며 살았다. 라볶이는 2,200원이었고 치즈김밥은 1,500원이었다. 학생 식당 아이스아메리카노는 1,000원. 기분 좋아서 홧김에 친구에게 커피를 사줘도 한 끼니는 5,000원 안쪽에서 배부르게 해결됐다. 햄버거로 배가 부르려면 버거킹 기준 와퍼세트는 먹어야 한다. 와퍼세트는 9,100원이다. 무려 두 끼니에 해당하는 금액. 한 달 용돈 50만 원의 대학생 주머니 사정으로는 부담이다.

한동안 햄버거를 먹고 산 적이 있다. 삼시 세 끼를 억지로 햄버거를 먹으며 하루하루를 살아냈단 얘긴 아니다. 그렇다고 하기엔 햄버거는 결코 싸지 않다. “뭐 먹고살지?”란 대답에 “햄버거!”라고 답했단 얘기다. 왜냐고? 월급날이 햄버거 먹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수많은 직장인 중 한 명인 나는 월급날만이라도 특별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2019년 5월 25일, 장난 삼아 동기들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월급날인데 햄버거 당기지 않아요? 햄버거 조질 사람 모집합니다.” 이게 몇 년씩 열리는 정기 이벤트가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회사 1층엔 kfc가 있었고,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앞에 버거킹이 있었다. 그렇다. 회사는 더블 햄세권이었다! 25일 점심시간이면 동기들은 분주하게 각자가 원하는 햄버거 집 앞으로 향했다. 치킨버거파는 kfc로, 와퍼파는 버거킹으로. 각자 햄버거를 사 와 회사 휴게실에 모여 경건하게 종이봉투를 뜯었다. 그러고는 감자튀김을 한데 모았다. 대한민국 국룰이니까. 다음 달도, 그다음 달도 이 의식은 반복됐다. 햄버거 못 먹어 죽은 귀신이 붙은 것도 아닌데 월급날이 기다려졌다. 다음 달엔 무슨 햄버거를 먹어볼까나, 하면서.

동기들과 월급날 햄버거를 먹기 위해서는 그 회사에서 한 달 동안 일을 하고 월급날 월급을 받아야 했다. 먹고사니즘이 해결되는 순간이다. 박봉이지만 밥벌이를 했고, 업무가 재미없어도 밥벌이를 했고, 회사가 지읒 같아도 밥벌이를 했기 때문이다. 햄버거를 먹으며 동기들과 이야기를 한다. “이번 달도 저희가 해냈군요. 근데 그 얘기 들으셨어요? 곧 조직개편이 된다던데. 또 지들 마음대로 해놓고 통보하겠죠? 빨리 그만둬야지.” 그다음 달에도 똑같이 앉아 이야기를 한다. “벌써 한 달이 지났어요. 근데 그 얘기 들으셨어요? 싸가지 없기로 유명한 그 팀장이 저희 팀으로 온대요. 지옥이 시작될 거 같아요. 언제 내빼죠?” 1년이 지나도 우린 여전히 앉아서 햄버거를 먹었다.

지금은 그 회사를 관두고 다른 곳에서 월급날 백반을 먹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뭐 먹고살지?”란 소리를 자주 한다. 햄버거도 먹고 백반도 먹고 있으면서. 먹고살고 있으면서 뭘 더 먹고살려고 이런 소리를 하는지. 먹고살고 있으면서 뭐 먹고살지를 걱정하다니. 몇 년 뒤에 또 다른 회사에 또 다른 음식을 먹고 살 때쯤에야 “너 그때 백반 먹고살았잖아.”라고 대답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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