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과 리더의 화법과 태도에 관하여
2023년 새해 첫날 지금의 회사로 이직했다. 연말이 되어 올 한 해 회사를 어떻게 다녔는지 스스로 평가하고 피드백을 하는 시간을 가졌고 경력기술서를 업데이트했다. 그리고 퇴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경영진과 리더들의 긍정적인 뉘앙스의 화법과 태도 때문이다. 즉 회사 구성원, 사람 때문이다.
나는 3번의 이직을 한 6년 차 콘텐츠 기획자 겸 작가 지망생이다. 첫 회사에서의 3년은 사실 아무 생각 없이 보냈다. 회사는 당장의 먹고사니즘을 해결해 줄 도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큰 성과를 내서 승진을 한다거나 관리자가 되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고, 회사에서 배운 스킬들로 나중에 창업을 할 생각도 없었다.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경제적 기반을 만드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랬던 내가 이직을 준비하면서 경력기술서를 업데이트했고, 매 년 회사에 대한 회고의 시간을 갖게 됐다. 4년 차부터 회사와 관련된 뇌의 일부분이 돌기 시작하더라. 앞으로 더 쌓으면 좋을 커리어의 방향, 내가 더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의 특징, 업무에서 발휘되는 나의 강점, 업무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을 꼼꼼하게 따졌다. 역할과 기여도도 없었던 경력기술서를 성과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만들었고, 혼자서만 했던 회고를 동료와 상사와도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경력기술서를 업데이트하면서 느꼈던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1. 이력서의 한 획을 그을 정도로 인정받을 만한 큰 성과는 없다.
2. 경력기술서를 몰래, 혼자서만 업데이트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 직장에서는 무서운 속도로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졌다. 사원이라도 PM이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고,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협업하기가 쉬운 구조였다. 커리어 점프를 위해 다량의 프로젝트에 얼라인되면서 해본 일, 안 해본 일 가리지 않고 습득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퇴사하고 싶다는 말만 100번 쯤하는 불행한 회사원이 되어있더라. 서슴없이 사람들을 비하하고, 남 탓 시전만 하는 경영진들의 태도에서 마음이 식었다. 일이 정말 좋았지만 사람 때문에 스스로를 너무 많이 괴롭혔다.
성과도 중요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도 중요하다. 이직을 여러 번 하면서 나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동료들과 일을 사이좋게, 재미있게 할 때 마음이 편안하다는 것이다. 올 한 해는 나에게 그런 해였다. 대외적으로 자랑할 만한 아주 큰 성과는 없었지만 마인드 컨트롤이 어렵지 않았다. 관리자들과도, 팀원들과도 서로를 존중하며 합을 맞췄다. 그 결과 같은 팀 동료와 경력기술서 스터디를 했는데, 서로의 성과와 강점에 대해 6시간을 토론했다. 스터디에서 나온 자료들을 토대로 팀장님에게 티타임을 요청하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는 강점, 동료가 생각한 강점, 팀장이 생각한 강점을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서로에 대한 신뢰나 믿음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다.
팀의 피드백이 없었다면 나는 경력기술서에 '프로젝트 매니징'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추가하지 못했을 것이다. 콘텐츠 기획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관점을 돌리니, 명확한 직군이 PM이 아니더라도 쓸 수 있는 성과가 더 많아졌다. 요 근래 쓴 경력기술서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럼에도 이직을 하지 않기로 했다. 퇴사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직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떠날 마음을 갖추는 것이 우선인데, 아직 떠나고 싶지 않았다. 이 회사에서 인간관계 스킬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더 배우고 싶었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의 퇴사 이유를 들어보면, 연봉이나 복지제도보다는 조직문화와 사람 때문에 퇴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연봉 인상이나 금전적인 복지 제도가 주는 행복은 아주 잠깐이다(길어야 3개월 정도). 하지만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도하는 사람과 하루 종일 함께 있는 것을 상상해 보아라. 우리가 연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나를 기분 좋게 하고, 나를 성장시키고, 나의 에너지를 돋우는 사람들이 있으면 자꾸만 만나 시간을 보내고 싶다.
<직원이 회사를 더 다니고 싶게 하는 10가지 질문>의 가인지캠퍼스 강의에서도 이렇게 말한다. 조직 몰입도가 올라가면 퇴사율(이직률)이 떨어지고, 조직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여기서 경영진과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팀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그들의 말에 경청하고, 편안한 정서를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촉진적 성장동기와 믿음, 그리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들의 태도는 팀원들을 움직이고 행동을 강화하는 힘이 된다. 이것이 바로 서로에 대한 인정이다. 부정적인 말로 꾸지람만 하는 리더는 입꾹닫과 조용한 퇴사만 유발할 뿐이다. 팀원을 먼저 믿고 이끌어주며 그들의 능력을 끌어내는 것이 팀원을 회사에 몰입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스킬인 셈이다.
지금 회사의 리더에게 면담을 요청했을 때, 리더들이 하는 첫 번째 언어 습관이 있다. "항상 웃으면서 회사 다녀줘서 고마워." 업무 때문에 지쳤던 마음이 순식간에 녹는다고나 할까. 위 강의에서도 경영진과 관리자들이 직원들의 강점을 강화하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도하는 화법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직원들이 도전할 수 있고 이야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정서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감정으로 결정하고 논리로 정당화한다. 마음을 열어야 뭔가를 받아들인다. 받아들여야 뭔가를 정리할 데이터가 생긴다.
회사를 좋아하게 되는 10가지 질문 리스트
1.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2.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이나 즐거움을 무엇입니까?
3. 앞으로 달성해 보고 싶은 목표는 어떤 것입니까?
4. 지금 어떤 영역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낍니까?
5. 배우고 싶은 전문성은 어떤 것입니까?
6.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7. 지금까지 동료의 성장이나 회사에 기여한 의미 있는 성과는 무엇입니까?
8. 성과를 내는데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9.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될 조언이 무엇입니까?
10. 제가 보다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까요?
올 한 해가 지나기 전, 회사에 대한 회고를 진행할 때 참고해 보면 좋을 질문 리스트다. 회사를 다니는 의미와 그로 인해 느끼는 보람과 즐거움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개인적 혹은 팀으로 성장하고 싶은 요소들, 더 나아가 회사가 지금보다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