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국수

먹다보니 생각하고 쓰다보니 홍보한다

by 올대리

부담스럽지 않다. 폐라곤 눈곱만큼도 끼치지 않는 녀석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메뉴인지라 권하기가 쉽다. 매장별로 가격도 천지차이니 그들의 벌이에 따라 가게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물론, 나 같은 경우에는 아주 저렴한 곳을 선호한다. 맛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편이라 배만 채우면 된다―미식가들이 이 글을 보고 분개할지도 모르겠다―주의니. 쌀국수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이에게도 권할 수 있다. “거기 볶음밥도 팔아.”라는 한 마디면 OK다.

자극적이지 않다. 순하디 순한 맛이다. 적어도 한국에서 먹는 쌀국수라면 말이다. 베트남 현지에서 먹었던 쌀국수는 순하지 않았다. 짙었다. 나가사키 짬뽕과 일본 라멘을 비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가사키 짬뽕이 ‘시원함’에 초점을 맞췄다면, 라멘은 ‘깊음’에 주력한 듯싶다. 베트남 현지의 쌀국수와 일본 라멘은 걸쭉하면서도 끈적한 것이,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다. 다시 본론으로 넘어오자면, 한국식 쌀국수는 대체적으로 맑고 가볍고 경쾌하다. 실로폰의 맨 오른쪽 음 같달까. 한 손엔 국자를 들고, 한 손엔 젓가락을 들고 리듬감 있게 쌀국수를 흡입한다. 뜨겁다기보단 따뜻하다. 따뜻한 국물이 경쾌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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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난 후에도 뱃속은 가볍다. 국물도 국물이지만 쌀국수가 배를 무겁게 하지 않는 이유로 나는 ‘쌀면’을 꼽는다. 라면이나 칼국수, 파스타의 면과 확실히 다르다. 밀가루 분자로 똘똘 뭉쳐진 제법 묵직한 면들은 속이 꽉 찬 포만감을 준다. 몸이 무거워지고 둔해진 듯한 느낌을 준다. “배부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쌀국수는 배가 부른 건지, 안 부른 건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다른 종류의 포만감 때문이다. 투명한 면을 미끄러지듯 입 안으로 밀어 넣었을 때, 씹는다기보단 녹여먹는다. 분명 뭔가를 씹고 있긴 한데 툭툭 면발이 몇 번 잘리더니 사라져버리기 일쑤다. 뱃속에서 얘네들이 출렁대려나. 그렇담 더 무거워야 정상일 텐데, 뭔가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포만감이란 말이야. 언젠가는 라면 1인분과 쌀국수 1인분을 각각 검은 봉지에 담아두고 무게를 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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