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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균 Dec 06. 2020

인비지블 vs 브레인웨이브

가슴이 웅장해지는 마술 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

     2015년, 본격적으로 마술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인비지블 덱Invisible deck과 브레인웨이브 덱Brainwave deck을 처음 접했다. 관객이 생각만 했는데도 그 카드를 맞출 수 있다니! 둘 다 정말 어마어마한 도구였고 내 마음을 쏙 빼놓았다. 하지만 둘 다 살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에, 난 매장에 직접 방문해서 직원분에게 여쭤보기로 했었다. 직원분의 추천은 인비지블 덱이었다. 그 분이 정성껏 차이를 설명해주셨지만 당시의 내가 가진 마술 지식으로는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바로 "'인비지블 덱'과 '브레인웨이브 덱'의 차이"다.


먼저, 인비지블 덱의 현상을 4줄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인비지블 덱의 현상>

     "아무 카드 한 장을 머리 속으로 떠올려주세요."

    "그리고 여기 케이스 안에는 마술이 시작할 때부터 놓여있던 카드가 있습니다."

    "어떤 카드를 생각하셨나요?"

    "카드 뭉치 안에 한 장의 카드가 뒤집어져 있습니다. 생각만 하셨던 바로 그 카드죠."


여기서 브레인웨이브 덱의 현상은 살짝 더 추가된다.


    <브레인웨이브 덱의 현상>

    "아무 카드 한 장을 머리 속으로 떠올려주세요."

    "그리고 여기 케이스 안에는 마술이 시작할 때부터 놓여있던 카드가 있습니다."

    "어떤 카드를 생각하셨나요?"

    "카드 뭉치 안에 한 장의 카드가 뒤집어져 있습니다. 생각만 하셨던 바로 그 카드죠."

    "그걸 생각하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 카드만 뒷면이 다른 색이거든요."

      


    많은 마술 영상이나 공연에서 인비지블 덱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브레인웨이브 덱은 찾기 힘들다. 과연 두 덱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 차이가 얼마나 중요하길래 사람들은 인비지블 덱을 '편애'하는 걸까?


    인비지블 덱의 현상은 '생각한 카드가 다른 카드들 사이에 뒤집혀있다.' 이고, 브레인웨이브 덱의 현상은 '생각한 카드가 다른 카드들 사이에 뒤집혀있고, 그 카드만 뒷면의 색깔이 다르다.' 이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브레인웨이브 덱의 현상이 인비지블 덱의 현상의 상위호환인 것처럼 보인다. 단순히 뒤집어지는데 그치지 않고, 뒷면의 색깔까지 다르다는 걸 보여주면서 더욱 확실하게 "나는 당신이 이 카드를 생각할 줄 알았어!" 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인비지블 덱을 선호하는 이유는, 가장 먼저 생각한 카드를 드러내는 방식 때문일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준비한 사진으로 직접 보도록 하자.


브레인 웨이브 덱 묘사 (실제 도구로 촬영한 사진이 아닙니다.)

    뒷면 카드 사이에서 앞면 카드가 나오는 브레인 웨이브 덱의 경우, 관객은 뒷면인 카드들이 지나가는 동안 '카드들이 뒷면으로 있다.' 라는 정보를 얻는다. 자신이 생각한 카드가 앞면으로 나왔을 때 관객은 '생각한 카드가 혼자만 앞면으로 뒤집혀있다.' 라는 현상을 체험한다. 마술사는 이어서 앞면이었던 카드를 뒤집으며 뒷면이 (사진 기준)파란색이었음을 보여준다. 관객은 '마술사는 내가 10 다이아몬드를 말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 라고 생각한다.


인비지블 덱 묘사 (실제 도구로 촬영한 사진이 아닙니다.)

    반면 인비지블 덱의 경우, 관객은 앞면 카드를 먼저 본다. 관객은 첫번째 앞면 카드를 보고 '자신의 카드가 아니다.' 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두번째, 세번째 카드도 마찬가지로 확인한다. 앞면 카드가 점점 드러날 수록 관객은 '내 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들이 앞면으로 있다.' 라는 기대를 품는다. 뒷면 카드가 나오고, 마술사가 남은 카드를 모두 보여주었을 때, 관객은 '어디에도 10 다이아몬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관객의 기대는 이제 '저기 저 뒷면인 카드가 내 10 다이아몬드다!' 라는 확신으로 변한다. 마술사는 뒷면인 카드를 뒤집어 관객의 확신이 사실임을 증명한다.


    정리하자면, 두 마술의 가장 큰 차이는 서스펜스suspense의 유무이다. 책 [스트롱 매직Strong magic]에서 저자 다윈 오티즈는 서스펜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원하는 결과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호기심, 불확실성, 기대감에 의해 서서히 형성되는 긴장감¹

    브레인웨이브 덱에서 관객은 앞면 카드가 나올 때까지 영문 모르는 기다림을 계속한다. 관객은 '내가 생각한 카드가 앞면으로 나올 거야.'라고 기대할 수는 있지만 그 기대감이 점점 커지지는 않는다.

    반면 인비지블 덱은 카드를 펼칠 수록 기대감이 점점 커진다. 관객이 생각한 카드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관객은 더더욱 뒤집힌 카드가 나왔을 때 '저 뒤집힌 카드는 분명 내 카드일거야!' 라고 확신과 같은 기대를 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브레인웨이브 덱이 인비지블 덱보다 무조건 열등하다는 뜻은 아니다. 브레인웨이브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과정이 끝나고 나서 고른 카드의 뒷면 색깔이 다르다는 깜짝 반전에 있기 때문이다. '빨간 카드들 사이의 파란 카드 한 장' 이라는 시각적인 이미지는 관객에게 오랫동안 기억되기에 충분하다.

    어떤 마술 도구를 살지 고민한다는 것은 "둘 중 어떤 도구가 '나에게 필요한' 도구일까?"를 고민하는 것이지, "둘 중 어떤 도구가 객관적으로 우수한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인비지블 덱을 사용할 때, 누군가는 브레인웨이브 덱만이 가진 장점을 백분 활용해서 관객들의 감탄과 박수를 얻을 수도 있는 일이다.



인비지블 덱 : 바로가기

브레인웨이브 덱 : 바로가기

(뒷광고 아님) (오히려 앞광고) (사랑해요 렉쳐노트)



¹ 다윈 오티즈, 김슬기 역, Strong Magic, 루카스퍼블리케이션,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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