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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동료 단원들에게 : 어메이징 디지털 서커스

마술은 아니지만

by 박영균

최근 가장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은 바로 어메이징 디지털 서커스다. GLITCH라는 제작사에서 만드는 이 작품은 현재 6화까지 공개됐다.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갑자기 주인공은 디지털 세계에 들어온다. 이건 어떻게 보면 납치라고도 부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이 디지털 세계에서는 자신의 의지로 로그아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서 등장인물들은 반강제적으로 케인이라는 AI가 시키는 각종 모험을 하면서 살아간다. 바깥의 현실 세계탈출하고 싶다는 마음을 애써 감춰둔 채. 더 심각한 것은, 이 세계에서는 죽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 나는 벗어날 수 없다.


절망하고 붕괴되어 결국 완전히 정신이 망가진 등장인물은 '추상화'가 된다. 추상화가 된 인물은 괴물 같은 형태로 변하고 대화가 통하지 않으며 주위를 파괴한다. 그들이 죽을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에, 추상화된 인물들은 지하창고에 격리되어 영원히 보관되는 결말을 맞는다.


이런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관에서도 등장인물들은 여전히 살아가야 한다. 그들은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추상화되지 않으려고 애쓴다. 어떤 이들은 서로 의지하고 어떤 이는 고립된다. 어떤 이는 다른 이들을 괴롭히고, 어떤 이는 다른 이들에게 친절하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그들은 부조리한 현실을 살아간다.


어메이징 디지털 서커스의 초반부는 SF+공포물의 형태를 보인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애니메이션은 휴먼 드라마의 성격을 보인다. 누군가는 우리의 삶 역시도 디지털 서커스처럼 '납치'당한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태어나지 않았다면 불행하지 않았을 텐데, 태어났기 때문에 우리는 고통받는다고 말한다. 상처받고 소외되고 이별하는 모든 과정의 원인은 우리의 삶 그 자체에 있다. 누군가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죽음을 찬양한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죽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서커스 단원들이 부조리한 가상 세계를 어떻게든 추상화되지 않아도 계속 살아가려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만의 서커스를 이어가야 한다. 결코 좋아질 수 없는 나와 내 주변 환경과 이 세계와 우주를 어떻게든 사랑하려고 결심해야 한다. 어쩌면 그것만이 이 지독한 서커스를 견뎌내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어메이징 디지털 서커스 1화~6화는 유튜브 채널 GLITCH에서 시청할 수 있다.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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