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차 나는 왜 또 소개팅을 나갔을까

《청순은 무슨, 청춘이 또 하루 지나갔다》

by 설야

나는 왜 또 소개팅을 나갔을까

소개팅은 늘 이상한 감정이다.
가까워지고 싶은데, 적당히 멀어야 하고.
지금의 나를 보여주고 싶은데,
조금은 예쁘게 기억되었으면 좋겠고.


그날의 나는 청순 컨셉이었다.

은은한 메이크업, 단정한 원피스,
너무 조용하지도, 튀지도 않게.
말 그대로 ‘소개팅용’으로 만들어진 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청순은,

그의 음식 먹는 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국물은 후루룩, 젓가락은 쿵쾅.
그의 입은 멈추지 않았고,
나는 점점 할 말을 잃어갔다.


어느새 나는
내가 누구인지 설명하는 대신,
이 만남이 언제쯤 끝날지 시계를 보았다.


청순은 무슨,
청춘이 또 하루 지나갔다.


사실 이번 소개팅은
누굴 만나고 싶어서 나간 게 아니었다.
누구를 ‘만나는’ 일이 아니라,
나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스무 살 무렵의 연애는
무언가를 ‘이루는 것’에 가까웠다.
우리가 사귀게 되었고,
사소한 기념일을 챙기고,
우리만의 언어가 생기고,
서로의 일상에 이름을 붙였다.


지금의 연애는 조금 다르다.
이루는 것보다,
지키고, 돌보고, 조율하는 일에 가깝다.


나는 요즘,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보다
내가 또 조율할 수 있을지부터 생각하게 된다.
그게 나빠서가 아니라,
이미 너무 많이 조율해봤기 때문에.


소개팅 자리에서 나는 종종
내가 나를 소개하는 방식에 집중한다.
"무슨 일 하세요?"
"주말엔 뭐하세요?"
그런 질문이 나쁘지 않다.

내가 나를 설명하는 문장을 고르고,
상대가 내 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보는 일.


그게 꽤 재미있고, 동시에 서글프다.

그날 이후, 나는 연락하지 않았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하나의 소개팅은 조용히 끝났다.


나는 또 소개팅을 나갔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시 확인하기 위해.


다정한 질문보다
무심한 젓가락질이 먼저 기억나는 날.

그날 나는,
내 청춘을 조금 더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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