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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아이맘 Apr 24. 2024

주도권은 아이에게

첫째를 셋째 키우듯이

오늘 서울 과학고등학교 입시 설명회가 있었다.

며칠 전 아이가 학교에서 나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학교에서 서울 과학고등학교 입시설명회 신청을 받는데 신청할까요?"

뜬금없는 전화여서 나는 순간 속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아직은 중학교 1학년이고 내 아이가 정말 영재고를 갈 수 있을까....

아직은 수학 진도도 느리고 과학도 못했고 아직 너무 부족한데 그걸 듣는다고 갈 수 있겠니,,,,,,

괜히 시간 낭비 하는 거야. 그럴 시간에 수학문제 하나 더 푸는 게 낫지 않겠니?'

라는 말들이 내 목구멍 속에서 맴돌았지만 그래도 아이가 신청한 성의도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네가 궁금하면 한번 신청해 봐. 엄마가 가서 들어볼게. "




아침부터 차들도 많고 부모님들도 많고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부모님들의 눈빛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이 행사를 진행하시는 선생님들도 열정적이시다.

선생님들께 무언가를 물으면 묻기도 전에 답을 해주시고 말투 속에서도 이 행사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행사를 시작하자마자 선생님께서 이 자리를 채우는 인터넷 마감 시간이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아마도 밖에 서계시던 부모님들은 자리 예약을 하지 못해서 서계시는 부모님들 이신가 보다.

열정이 대단하시다. 아침에 눈떠서 가고 싶지 않다고 잠시 갈등한 나를 반성하게 된다.


드디어 입시 설명회가 시작되었다. 과학고 입학에 필요한 서류와 과정들을 설명해 주신다.

뒤이어 입학해서 하게 되는 학교의 모든 프로그램을 설명해 주셨다.

'들으면서 정말 좋겠다. 우리 아이가 이 학교에 들어오면 얼마나 좋을까,,,,,,'

설명회를 주관하시는 선생님의 한 마디만 기억에 남는다.

"학생이 수학 과학을 좋아하는 것뿐 아니라 사랑해야 합니다. 수과학을 사랑하며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한 학생만 와주세요."

"중학교 때는 어항 속의 물고기였다면 이제는 바다에 나와 파도에서 헤엄칠 각오가 된 학생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엄마들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다들 전문가 수준의 질문과 해외파 아이들 까지 질문들도 다양하다.

입시 설명회를 마치고 나오는데 봄의 절정으로 치닫는 햇살에 눈이 부셨다. 살랑이는 바람이 간지럽힌다.

교정에서 봄을 느끼니 참 좋다.  

하지만 이내 나의 마음은 무겁고 우울해졌다.

나 혼자 오길 잘했다. 아이랑 왔다면 괜히 시험도 보기 전에 주눅만 들었을 것이다.     



서울 과학 고등학교는 과학고 수준도 아니고 영재고에서도 들어가기 힘든 학교이다.  

아이는 본인이 서울 교육대학교 영재원을 다녀서 그 정도 수준이면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항상 할 수 있다고 뭐든 긍정적으로 말해주기에 물론 너도 들어갈 수 있다고 이야기해 준다.

하지만 현실이 어찌 그러한가....

나 혼자 틈틈이 정보 서치도 하고 교육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나도 알게 된다.

'아... 우리 아이는 어렵겠다.'

그래도 굳이 아이에게 "너는 들어가기 힘들 거야."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너의 진도가 느리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해봐. 그 학교 진도는 들어가자마자 이런 걸 배우네.

그럼 네가 어디까지 해야 할까?

들어가서도 수업을 듣고 이해할 정도는 되야겠지."

딱 이만큼만 이야기한다.



나는 늘 정보만 찾고 필요한 것만 이야기해 주는 엄마이다.

나는 정보를 알려주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너의 몫이다.

아이 앞에서 조급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내가 조급한 모습을 보여서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은 없다.

아이는 아이의 속도에 맞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면 그것이 우리 관계에서는 최선이다.


영재고를 들어간다고 성공한 인생이 딱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이 학교를 들어가지 못했다고 해서 너의 인생이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오늘 하루 너의 할 일을 하며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면 괜찮다.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늘 나의 불안을 잠재운다.


친구는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인생 2회 차 엄마인 것 같다고 한다.

첫째를 둘째 키우듯이 아니 셋째 키우듯이 한다는 것이다.

조급함이 아이의 실력을 키울 수 있다면 나도 극성 엄마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아이의 속도가 있고 주도권도 아이에게 있다.

너의 인생의 주도권을 엄마인 내가 빼앗을 수도 대신 선택할 수도 없다.

너만이 네 인생의 주인공이다.


남들이 할 수 없다고 해도 늘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엄마이고 싶다.


오늘 하루도 너를 축복해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God bles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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