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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Mar 12. 2020

의외로 용돈되는 주식 탐험기

큰 돈버는 데 별 도움 안되는 주식이야기

코로나 19와 유가, 그리고 미국 주가 수익비율(PER)의 과대평가 등이 겹쳐지며 우리나라 주식도 영향을 받고 있는 듯하다...라고 말하니 뭔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주식투자를 하면서도 일반적인 경제뉴스나 재무제표, 차트 분석 등에는 별 관심도, 지식도 없는 투자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수익률이 나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휴대폰으로 주식평가손익을 살펴보니, 첫 투자를 시작한 게 2015년 10월이었고 지금까지 약 5년간 3~40번 투자 거래를 한 것으로 나온다. 연간 6-7번 수준이고 그나마도 일하느라 점심시간에 잠깐 걸어놓는 식으로 거래를 했다. 5년간 누적 투자금 전체 수익률은 9% 남짓. 특이한 점은 손실거래는 이사비용이 부족해 급하게 돈을 찾는 바람에 -6%대 손실을 기록한 단 한 건에 불과하단 것. 바꿔 말해 나머지는 모두 수익을 얻었다.


이 때문인지 내가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할 때 크게 경계하던 아내는 여윳돈이 생기면 주식계좌로 바로 이체하곤 한다. 은행 이자에 비할 바 없는, 상당히 괜찮은 수익률이기 때문이다.


주식엔 무관심했던 내가 투자를 시작한 건 8할 이상이 호기심 때문이다. 주변에서 주식투자는 어렵다, 도박과 같다, 위험하다 등등의 말을 들어왔던 터라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왜 그럴까?'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주식투자의 원리와 원칙을 세워본 다음 투자를 시작했다.  


1. 내가 이해하는 주식투자의 원리?


주식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 원리라면 원리다. 그런데 지금이 싼가? 비싼가? 바닥인가? 상투인가?를 물으면 곤란해진다. 딱 정해진 시장가라는 게 없으니 그렇다. 어떤 주식은 많이 떨어져 바닥인 줄 알고 샀는데 그게 어깨였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싸다, 비싸다 대신 두 번째 원리가 등장한다. 남들이 팔 때 사고, 살 때 판다. 이 원리 역시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약점이 있다. 오른다는 보장이 있다면 유효한데 그게 형편없어 밑바닥을 기어 다니게 될 주식이라면 답이 없다. 대신 이 원리는 나름의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다.


먼저 그 종목이 괜찮은 기업이라면 이 원리는 유효하다. 일시적인 하락세라는 걸 알 수만 있다면 언젠가는 오를 테니 말이다. 처음 투자를 시작한 시점에 정유주에 눈이 갔다. 그때는 유가 하락으로 인해 정유주 가격이 낮았다. 그래서 정유주에 대해 알아봤다. 구글링 몇 번이면 쉽게 답이 나온다. 당시에 유가 하락의 이유는 공급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셰일가스와 셰일 오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공급량이 과다해졌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아는 내용이다. 남들은 팔았다.


그런데 돈을 벌려면 남들이 팔 때 살 이유를 찾아야 한다. 셰일 오일을 채굴하는 미국 기업의 대부분은 중소업체들이었다. 게다가 채굴 비용 역시 일반 원유 대비 높았다. 이래저래 찾아보니 채굴 단가를 감안했을 때 원유 가격이 30달러대까지 떨어진다면 미국 중소업체들은 손을 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중동의 원유 생산국들은 정치, 경제적 이유로 감산에 잘 합의하지 않는다. 계속 밀어붙인다면 도리어 공급량은 금세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았다. 무엇보다 정유주가 몇 달 앞서 원유를 구입해 정제해 파는 시스템이라면 두어 달 버티면 주식은 회복할 것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 19로 원유 수요도 줄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


재밌게도 원유 가격이 폭락하기 한 달 전쯤 은행을 갔더니 그곳 투자상담사가 원유펀드 가입을 권유했다. 배럴당 40달러 후반 대였던가? 50달러였던가? 그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무조건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을 했다. 그분이 보여준 그래프에는 최근 10년간 수익 기준선 이하로 떨어진 적 없음을 증명하는 선이 그려져 있었다. 만약 주식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덜컥 펀드에 가입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분에게 원유 가격 전망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해드렸다.  


2. 주식투자의 원칙?


주식투자의 원칙은 매우 중요한 듯하다. 주식 관련 격언 중에 상당수가 바로 원칙대로 행동하란 것이다. 그런데 그게 어렵다. 그래서 금융회사들은 프로그램 매매처럼 시스템으로 원칙을 강제하기까지 한다. 투자 원칙 중에 지금까지 비교적 잘 지키고 있는 게 있다면 1) 공부하고 산다. 2) 견실한 기업을 산다. 3)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바로 판다 4) 한동안 기간을 정해 투자를 쉰다... 정도랄까?


이 중에서 공부하고 산다는 말은 묘한 부분이 있다.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증시 개장 시점에 진행하는 주식방송을 본 적이 있다. 놀라웠다. 카운트다운을 하다가 증시가 열리자마자 마치 경마중계를 하듯 아나운서가 종목을 읽어줬다. 만약 누군가가 매일 아침 주식방송이나 그곳의 애널리스트 해설을 보면서 열심히 공부를 한다거나 최선을 다해 투자한다는 느낌을 갖는다면 어떨까? 그것이 공부일까? 지식일까?


어떤 가전회사의 주식이 한동안 바닥을 기던 시절이 있었다. 주식 채널뿐 아니라 언론은 해당 회사의 휴대폰 사업이 악화일로라고 떠들었다. 주식이 오를리 없다. 모두들 뉴스와 신문을 들척이며 공부(?)를 했기에 그 회사가 나빠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식을 판다.


가격이 싸졌다.


구글링을 해본다. 그런데 해당 가전사의 주요 수익원은 휴대폰이 아니라 백색가전이다. 최근 유럽과 미국의 백색가전 판매율을 살펴본다. 해당 분기에도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불행하게도 신형 휴대폰을 출시할 때마다 한번 출렁이고 주가를 회복하는 사이클이다. 사두면 오르지 않을까 싶었다.


2) 번의 '견실한 기업'은 무식하게 말해 내게는 큰 회사를 말한다. 적어도 내가 들어본 적이 있는 회사다. 반면 주식투자를 할 때 상한가를 치는 회사들은 중소규모 회사일 때가 상대적으로 많다. 주당 가격도 싸니 더 저렴해 보이는 착시효과도 있다. 또 그런 회사를 중심으로 '나만 아는 정보'가 돈다. 그런데 그만큼 위험이 크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그런데 주식을 하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3) 번의 목표 수익률에 도달해도 내일이면 더 오를 것 같다. 무욕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목표 달성 후 내일 발생하는 수익은 내 것이 아니라 생각하면 그만이다. 주식시장이 늘 출렁거리기에 흐름이 안 좋을 땐 사고 싶어도 꾹 참는 것 역시 비슷한 마인드로 접근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3. 주식으로 돈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을까?


전혀 관심도 없던 정유주나 바이오, 가전회사 시스템을 들여다보는 건 재밌는 일이다. 취미처럼 하고 있으니 주식으로 돈을 벌면 여행을 가거나 평소 사고 싶던 것들을 사니 즐겁기도 하다. 투자원금을 크게 늘리지 않는 이유도 그러한 소소한 재미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이유를 들자면 세계는 복잡계란 사실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지만, 우리에게 우주는 전통 물리학 체계 속 인과의 세계다. 덕분에 아주 사소한 사건도 따지고 보면 어마어마한 인과의 그물망으로 이뤄져 있다. 앞서 말했듯 내가 주요한 몇 가지 요소를 추출해 특정 주식의 미래를 예측해 본다 치자. 그 예측이 맞았더라도 우리 우주의 입장에선 모두 우연일 수 있다.


최고의 경제학자와 애널리스트들이 모여 어떤 회사의 미래가치와 투자가치를 완벽하게 분석해냈다. 그런데 국지적 전염병이 팬데믹이 될 수 있는 확률은 그 안에 들어있을까? 핵심 연구원의 여자 친구가 이민을 떠나자고 한다는 경우의 수는? 고장 난 인공위성이 그 회사 공장에 떨어질 일은 없을까?


복잡계 이론인 카오스나 프랙털 탐구의 뒷 배경엔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없음을 깨달은 인간의 좌절감과 프랙털과 같은 패턴 속에서 안정감을 찾는 서글픈 인간의 속성이 자리하고 있다. 맥 없는 불가지론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보단 확신을 주입하는 지식과 정보, 말솜씨 좋은 자칭 타칭 전문가들을 경계하고 투자엔 책임감과 겸손함을 갖자... 정도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4. 요즘 관심 있는 종목은?


주식과 별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어쩐지 종목 이야기를 해야 글이 완결될 듯한 느낌이 든다. 최근엔 미디어 기술 관련한 종목에 관심이 있다. 인문학에선 미디어가 현실을 정확히 재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고 믿는다. 좀 유식한 말로 재매개란 용어를 끌어다 쓰기도 한다. 회화에서 사진으로, 사진에서 움직이는 영화와 TV로, TV는 다시 흑백에서 컬러로, 다시 아날로그에서 HD와 UHD로 해상도를 높여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미디어는 이전에 존재하던 미디어를 재매개 하는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3D, 4D나 VR, 홀로그램 같은 기술도 현실적 실체와 구분되지 않는 세계 재현의 방향성이 반영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아날로그 주사선으로 시작, HD에서 4K, 8K와 같은 UHD에 이르러서, 이를 광고하는 사람들은 현실과 구분이 불가능하단 점을 강조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나 플랫폼이란 용어 개념도 희귀하던 때인 40년 전에 <미디어의 이해>라는, 잠언서나 시편을 닮은 책을 썼다. 그 책에서 AT&T와 GE가 전기를 생산하고, 통신과 전구를 팔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미디어란 점을 이해 못한다고 한탄했다. 지금은 텔코나 가전사가 저마다 미디어 플랫폼을 갖고 있고, 미디어 융합형 콘텐츠가 흔한 세상이 되었다. 40년 전 놀라운 혜안이 새삼 감탄스럽다.  


미래의 미디어는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며 이러한 인문학적 이론에 비춰 미디어 기술 최첨단에 선 기업체들의 활동을 들여다보는 일은 쏠쏠한 재미가 있다. 그때 해당 업체의 주식을 사는 일은 어쩐지 대단한 이론가들의 이론에 한 표를 던지는 느낌이랄까?


한편으론 엉뚱하지만, 시니컬한 까뮈나 늘 실존적 괴로움에 시달리는 카프카가 증권사 직원이었다면 어떤 종목에 투자를 했을까 상상해 볼 때도 있고, 노사분규로 폭락한 주식 종목을 쥐게 된, 투자자 마르크스의 반응은 어떨까 생각하기도 한다.


세계 증시가 곤란함을 겪는 요즘, 한가로운 이야기를 쓴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한가로운 여담을 나누는 마음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위안이되는 부분이 있다면 자본주의는 늘 인플레이션, 다른 말로 성장을 전제로 하기에 주가는 언젠가.다시.오르리란.것. 그러지 못한다면 공멸의 세계니까 그 역시도 미리 걱정할 건 없단 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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