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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Sep 30. 2022

5. 부족한 것,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매직 이프] 내가 동화책을 쓴다면 


"아앗!"


새책이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이야기를 쓰다가 잠깐 잠이 들었던 동하는 깜짝 놀랐어요. 


"무슨 일이야?"


"방금 못 봤어? 잠잠 대왕 말이야."


동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어요. 그러다가 새책이에게 하얗고 반짝이는 가루가 묻은 걸 발견했지요. 


"어? 이 가루는..."


"이게 바로 잠잠 대왕이 뿌린, 책만 읽으면 잠이 오는 가루라고."


"잠잠 대왕인지 잠잠 마왕인지는 나쁜 사람이네. 당장 만나서 왜 그러는지 따져봐야겠어."


동하는 새책이에게 묻은 가루를 털어주며 화가 나 외쳤지요. 그때였어요.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나며 무언가가 나타났어요. 망토를 두르고 있고 검은색으로 그늘진 얼굴에는 눈만 반짝이고 있었답니다. 


"흥! 나를 만나겠다고? 자, 잠잠 대왕님이 여기 계시다! 어디 말해보거라."


대왕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동하는 깜짝 놀라 주저앉았어요. 하지만 이내 용기를 냈어요. 몸을 일으켜서는 새책이를 품에 안고 따지기 시작했어요. 


"책에 자꾸만 잠이 오는 수면 가루를 뿌리는 어떻게 해요? 이야기 책을 읽는 사람을 모조리 재워버리면 사람들은 게임이나 유튜브만 좋아하고 똑똑해질 기회를 잃게 될 거예요. 당장 장난을 멈추세요."


"나는 재미를 잃어버려서 따분해. 잠이 오지 않을 만큼 재밌는 이야기를 찾고 있을 뿐이야. 사실 얼마 전 새책이가 재밌는 이야기를 가져올 거란 소문을 듣고 기대를 잔뜩 했지. 그런데 막상 와보니까 여전히 하얗게 빈 페이지만 보이지 뭐야."


동하에게 안긴 새책이가 대답했어요.


"그거야 동하 작가님이 아직 이야기를 다 쓰지 않았으니까 그렇죠. 재밌는 이야기를 쓰려면 주인공도 만들고 집도 짓는 과정이 필요하다고요."


"흥! 어쨌든 좋아. 수면 가루는 거두어 갈 테니 하루빨리 재밌는 이야기를 써와라. 나의 지루한 삶에 재미를 달란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수면 가루를 꽈배기에 묻은 설탕처럼 뿌릴 테다."


'펑'소리를 내며 잠잠 대왕은 사라졌어요. 얼떨떨하게 서 있는 동하 옆으로 새책이가 내려앉으며 웃었어요. 동하는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는 새책이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이유를 물었어요. 


"왜 웃었냐면 잠잠 대왕이 방금 이야기에서 아주 중요한 걸 가르쳐줬거든. 잠잠 대왕이 여기까지 와서 수면 가루를 뿌리며 심술을 부리는 이유는 뭘까?"


"그건... 재미를 잃었다고 했어. 삶이 지루해서 재미를 발견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지. 그런데 그게 왜?"


"바로 그거야. 본격적인 이야기는 주인공에게 부족한 것이나 잃어버린 것을 찾는 데서 시작하거든. 잠잠 대왕이 재미를 잃어서 그걸 찾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처럼 말야."


"그렇구나. 주인공에게 부족한 것이나 잃어버린 것을 찾는 과정이 재밌는 이야기가 되는 거구나."   



[이야기 공식 : 주인공에게 부족하거나 잃어버린 것 찾는 법] 

1단계 : 주인공이 잃어버린 것 또는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2단계 :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방법을 상상해본다.
3단계 : 꿈을 이룬 주인공의 모습은 어떨지 묘사해 본다. 


[주인공에게 부족해진 것 찾기 - 1 : 잃어버린 것 또는 부족한 것 생각하기]


새책이 : 잠잠 대왕은 재미를 잃어버렸어. 그래서 나와 너를 찾아왔지. 이처럼 무언가가 부족하거나 잃어버린 사람은 그걸 다시 찾으려 해. 즉, 집을 떠나 모험과 여행을 시작한단다. 오즈의 마법사 캐릭터들처럼 말야. 


동하 : 그러고보니 도로시는 잃어버린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하고, 겁쟁이 사자는 용기를 찾으려 하고, 차가운 양철 나무꾼은 따뜻한 마음을, 텅텅 빈 짚단으로 만들어진 허수아비는 꽉 찬 지혜를 찾으려고 함께 여행했어.


새책이 : 맞아.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잃어버리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어서 여행을 하게 된단다. 그 여행을 글로 쓰면 이야기가 되는 거지. 


동하 : 내 이야기의 주인공, 뾰족 부리 오리에게 부족한 건 평범한 넓적 부리니까 그런 부리를 만들 방법을 찾아 나서는 게 본격적인 이야기가 되겠구나!


[주인공에게 부족해진 것 찾기 - 2 :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방법을 상상하기]


새책이 : 앞에서 만든 이야기가 주인공에 대한 소개였다면, 이제부터 만들 부분이 진짜 이야기가 되는 셈이지. 부족하거나 찾고 싶은 바람을 쓰고 그 다음 방법을 찾아보는 게 좋지.


동하 : 주인공의 특징을 잘 생각해보면 부족한 부분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부족하거나 잃어버린 부분을 되찾고 꿈을 이루는 방법은 어떻게 찾아야 하지?


새책이 : 내가 만약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떠올리면서 생각나는 해결 방법은 모조리 써보렴. 어떤 것이든 상관없어. 이야기는 상상이니까 말야.  


매직 이프 Q&A : 만약 주인공이라면 부족한 걸 채우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쓸 거야

예시 :

만약 내가 뾰족 부리 오리라면, 남들과 비슷한 넓적 부리를 갖기 위해 이렇게 할거야. 

1) 병원에도 가보고 2) 부리에 밀가루를 붙여 넓적하게 만들어보고 3) 아예 부리가 뾰족한 백로 학교로 전학을 갈 수도 있을 것 같아. 


[주인공의 부족한 것 찾아보기 - 2 : 주인공이 바라는 모습 그려보기]


동하 : 와~ 주인공의 바람이 뭔지 생각하고 꿈을 이룰 방법을 쓰다보니 읽는 것만으로도 정말 재밌어. 


새책이 : 맞아. 이야기 속 주인공은 늘 부족한 것을 채우고 싶어 해. 즉 꿈이 생기는 거지. 그리고 재밌는 이야기는 주인공의 이런 꿈과 희망을 달성하는 여행의 과정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아. 


동하 : 빨리 뾰족 부리 오리가 꿈을 이뤘으면 좋겠어. 


새책이 : 좋았어. 그렇다면 주인공이 원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려보고, 짧은 문장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 볼까?


다른 오리처럼 넓적한 부리를 갖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 뾰족 부리 오리



[동화 이야기로 써보기]

옛날 옛날에 어느 마을에 오리가 한 마리 살고 있었습니다. 그 오리는 뭉툭한 부리 대신 길고 뾰족한 부리를 갖고 있었습니다. 

남과 다른 부리를 가지고 있다 보니 불편한 게 많았어요. 특히 오리 학교 급식시간이 가장 싫었습니다. 넓적한 부리에 맞는 쟁반에 음식을 주니까 먹기가 무척 불편했거든요. 친구들이 '왜 음식을 자꾸 남기니?'라고 묻거나, '네 부리는 왜 뾰족해?'라고 물을 때면 창피하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점점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않고 외톨이가 되어갔답니다. 

뾰족 부리 오리는 하교 후에 언제나 집 근처 호숫가를 찾았어요. 그곳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며 시간을 보냈지요.

그리고 매일같이 상상했어요.

"나도 남들처럼 넓적한 부리를 갖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급식 시간이 싫지도 않게 될 거야. 친구도 전보다 훨씬 많이 생기겠지?" 



[이 장에서 배운 것] 


o 부족함과 욕망 : 부족한 것을 채우려는, 완벽해지려는 마음에서 꿈 또는 욕망이 생겨남을 배웁니다.  

o 성장으로서의 이야기 : 이야기는 더 완벽하게 성장하려는 주인공의 여정임을 이해합니다.    

o 이야기와 삶 : 바라고 채워지고 완벽해지고 싶어 하는 것, 즉 꿈을 이루려는 이야기가 삶임을 깨닫습니다.     


[부모님을 위한 가이드]


아리스토텔레스가 2천년 전, 시학에서 말한 것처럼 모든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은유이자 비유입니다. 우리는 모두 부족한 점을 갖고 있습니다. 또는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재밌는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흉내내서 주인공에게 결여된 것을 채우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즉 모험을 떠나는 동기는 부족한 것을 채워 더 완벽해지는 것입니다. 이야기 공식의 시조가 된 러시아의 학자 블라디미르 프로프는 이를 '결여'라고 표현합니다. 다시 말하면 결여를 채우는 과정, 그 자체가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완벽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바라고 채워지고 완벽해지면서 성장해야 합니다. 무언가가 결여된 상태에서 떠난 주인공이 여행을 통해 무언가를 찾아 돌아오는 과정. 아이들은 그 이야기를 상상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어렴풋이 삶의 원리를 이해하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 직접 이야기를 만드는 경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책을 만들어가는 매 순간 격려하고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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