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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Oct 20. 2022

2-4. [인문학의 해결책] 소비 말고 낭비하자

동화로 읽는 법률 인문학 시리즈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와 문화콘텐츠학 박사가 각각 법률과 인문학적 해결책을 고민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이야기 읽고 오기>

2. 결혼 후 알게 된 신데렐라의 빚문제 

2-1. 배우자의 빚과 거짓말을 이유로 헤어지고 싶어요

2-2. 배우자가 결혼 전에 진 빚을 대신 갚아야 할까요?

2-3. [변호사의 조언] 상대방의 거짓말로 고민한다면




요정이 공짜로 베푼 것으로 알았던 호박마차, 마차를 운전한 쥐의 인건비, 드레스 비용 등 청구를 받게 되다니 세상에 공짜는 없는 모양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면 신데렐라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과할 부분은 솔직하게 사과했으면 좋았을 텐데 잘못된 대응으로 불신을 더 키우게 되었군요. 

     

맞벌이가 일상화되면서 전과 달리, 부부간에도 서로 경제적인 독립성을 유지하는 가정이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빚이나 대출, 카드 값 같은 돈 문제로 첨예하게 다투는 경우도 잦아진 듯합니다.      


신데렐라의 경우에 주목할 점은, 왕자가 두 가지 지점에 화가 난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첫째는 거짓말에 대한 배신감이고, 두 번째는 사치가 계속될지 모른다는... 배우자에 대한 신뢰 상실과 두려움입니다. 거짓말은 솔직히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맞으니 넘어가고 두 번째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왕자 입장에선 과소비를 당당하게 반박하는 신데렐라에게 그간의 믿음이 사라짐을 느낍니다. 즉, 이번 일을 교훈 삼아 검소한 삶으로 돌아오기는커녕 사치와 과시적 소비에 빠진 채 결혼 생활을 이어가리란 두려움이죠.      

굳이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주변에서 사치와 허영으로 패가망신하는 경우는 적잖게 목격되고 이런 성격은 채워 주려해도 끝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왜 그럴까요? 

   

사치스러운 낭비와 소비를 구분하자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놀랍게도 사치와 낭비는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쓰고 남기는 낭비는 만족감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의아하죠? 그런데 그는 사실 사치와 낭비를 소비와 구분하기 위해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소비는 더 이상 물건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기호를 대상으로 하는 관념론적 행위라고 보드리야르는 진단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학교 갈 때 필요한 가방을 두 개 사는 것은 사치고 낭비입니다. 그것은 필요한 물건을 하나 더 남긴 것이므로 가방을 볼 때마다 만족감과 포만감을 줍니다.

      

그러나 명품 가방을 사는 것은 그 브랜드가 갖고 있는 기호와 이미지를 대상으로 소비하는 행위란 것이죠. 즉, 실용적인 ‘가방’이 아니라, '누구나가 선망하는 잘 나가는 부유한 사람이란 이미지'를 구매하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그런 소비는 끝이 없습니다. 애초에 특정 사용가치가 있는 물건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허상의 이미지, 기호를 소비하다 보니 헛배만 부르고 채워지지 않습니다. 만족도 없고 끝도 없습니다. 자본주의는 사용가치보단 교환가치, 물건보단 욕망이 뭉쳐진 기호의 소비를 부추김으로써 영원한 발전을 꾀합니다.      


만족 없는 소비 대신 음미하는 현재를 살자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란 책을 쓴 일본의 철학자 고쿠분 고이치로는 기호로서의 소비에서 벗어나는 대안으로 '음미하는 삶'을 주장합니다. 음미하기 위해선 즐기는 법을 배우고 무엇이 이토록 근사할까, 무엇이 이것을 이토록 아름답거나 맛있게 했을까에 대해 생각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인생은 짧고 우리에겐 현재밖에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허황된 이미지의 소비와 욕망의 갈증에 허덕이는 삶 대신, 음미하고 배우고 생각하는 법을 배우며 인생을 깊고 여유롭게 만들어야 할 이유입니다.      

신데렐라 부부가 소소한 취미 생활을 함께하는 것, 비 오는 날 따뜻한 차를 한잔 놓고 지나온 추억과 앞으로의 삶의 방향에 대해 두런두런 대화하는 것, 가끔은 레스토랑에 멋진 옷을 차려입고 가서 세심한 서비스부터 셰프의 음식 솜씨를 하나하나 음미해 보는 것. 


음미하는 현재가 쌓여 결국 곱씹을 추억과 이야기가 가득한 인생이 된다는 것을 부디 신데렐라가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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