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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Oct 20. 2022

3-4. [인문학의 해결책] 인생은 고난으로 된 이야기

동화로 읽는 법률인문학

동화로 읽는 법률 인문학시리즈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변호사와 인문학자가 각각 법률과 인문학적 해결책을 고민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이야기 읽고 오기>

3. 마이너스 손을 가진 왕자와 결혼한 백설공주

3-1. 빈털터리 배우자와 헤어지면 재산분할은 하나도 못 받나요? 

3-2. 재산분할 받을 수 있는 좋은 시점이 있나요?  

3-3. [변호사의 조언] 왕자와 결혼하면 행복할까요?




아직은 총각 시절이었던 어느 날, 존경하는 회사 선배와 점심을 먹고 공원을 거닐고 있을 때였습니다. 앞에는 젊은 신혼부부가 귀여운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손을 맞잡고 두런두런 웃으며 걷고 있었습니다.     

 

“나는 저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     


“응? 왜요? 마냥 행복해 보이는 한때인걸요?”     


선배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 순간을 위해, 저 두 사람은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었을까? 또 앞으로 겪게 될까? 아이를 키워본 사람, 결혼 생활을 오래해 본 사람은 저 장면 뒤에 숨겨진 두 사람의 아픔과 노력들이 먼저 떠오르거든. 그래서 좋으면서도 마음이 아파.”     


인스타그램이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면, 세상 사람들은 나와는 달리 모두 행복하게 살아가는 듯합니다. 하지만 감수성과 공감 능력이 남다른 선배의 말처럼 행복한 모습 뒤에는 모두 고난의 역사가 고스란히 숨어있음을 깨닫습니다.      


이야기는 인생의 모방이야기의 핵심은 행복이 아닌 고난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핵심이 되는 이야기의 기본 구조는 말썽, 즉 고난이라고 단언합니다. 모든 이야기는 평온하게 살던 사람에게 고난이 닥치면서 시작되고, 고난을 해결하려고 발버둥치는 과정과 해결이 이야기 자체가 된다는 것이죠. 사람들이 고난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이야기가 인생을 닮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의 인생은 고난과 해결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야기의 연속체란 것입니다.      


이런 관점은 고대 그리스에 살던 철학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신화학자인 조지프 캠벨은 세계의 신화들을 연구하다가 다양한 문화권에 공통된 이야기 패턴을 발견하고 그것을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란 책에서 정리하여 출간합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숭상하는 신화 속 영웅은 결국 고난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캐릭터가 핵심임을 밝힙니다. 고난은 성인식처럼 누군가를 성장하게 만든다는 것이고, 인간은 행복이 아니라 모두 그런 성장 스토리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는 후에 ‘영웅의 여정’이란 패턴으로 만들어져 현대 헐리우드 영화와 대중 소설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마냥 행복한 삶을 사는 인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고난은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부여된 것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원시불교의 경전, 붓다의 직접적인 가르침을 담은 아함경의 사상제(고집멸도)는 고통의 원인을 깨닫고 이를 없애는 방법에 모든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나만 고통 받는 것이 아니고 원래 인생이 고난으로 이어져 있음을 먼저 깨끗이 인정하여야만 합니다.       


배우자의 의미고난을 견디며 함께 성장할 조력자


백설 공주 이야기처럼, 우린 결혼을 하며 막연하게나마 배우자가 나를 전과 달리 행복하게 만들어 주리란 기대를 품게 됩니다.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 행복을 함께 할 파트너로 배우자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앞선 선각자들의 말씀처럼 인생은 고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배우자는 행복을 함께 할 파트너를 구하는 게 아닙니다. 도리어 고난을 함께 견뎌나갈 조력자를 구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야기의 중간엔 반드시 고래의 뱃속, 깊은 동굴이라고 부르는 단계가 출현합니다. 이것은 사건 해결의 절정부가 아니라 인간 존재로서 바닥에 떨어지는 단계를 의미합니다. ‘가치 없는 나, 절망하는 나, 도저히 더 이상 싸울 용기가 없어져 버린 나.’를 상징합니다. 

이 때 조력자는 쓰러진 주인공을 깨웁니다. 그에게 ‘괜찮다고, 내가 대신 싸우겠다고, 너는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위로하며 용기를 복돋게 됩니다. 주인공은 이 말에 힘을 얻어 쓰러진 몸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다시 고난과 싸우게 됩니다.       


백설 공주의 실수를 꼽자면, 그녀가 고난을 함께 할 조력자가 아니라 행복을 주는 사람으로 배우자를 바라봤다는 데 있습니다. 부부는 행복을 함께하기 이전에 고난을 함께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좋은 배우자를 고르는 조건도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책임감 있고 인간적이며 공감을 해줄 수 있는 다정다감한 사람이 재산 많은 누군가보다 배우자로 훨씬 나은 이유입니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을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의 목적은 고난을 함께 극복하고 성장하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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