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뮤즈노트 Aug 21. 2024

호주의 새 (상)

호주 탐조기

호주에는 새가 많이 삽니다. 자연환경이 잘 보전된 넓은 땅을 가지고 있으니 새들에겐 낙원과 같습니다. 공항 마트에서 <호주의 새>란 책을 발견하여 샀습니다. LG에서 펴낸 <한국의 새>와 흡사한 포켓도감 책입니다.


해당 나라의 새들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탐조 포켓 도감을 발행하는 나라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다소 엉뚱하지만 우리나라도 <한국의 새>란 훌륭한 포켓 도감이 있다는 데 뿌듯함을 느낍니다.


통상의 도감은 사진 대신 동물의 특징을 잘 살려 그린 세밀화로 표현합니다


외국에 도착해 탐조할 땐 가장 먼저 '비둘기 포지션'을 갖고 있는 새들을 찾게 됩니다. 우리나라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비둘기나 직박구리처럼 도심에 적응하여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흔한 새를 찾게 되는 거죠. 시드니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발견한 새는 '비둘기'라고 표현하기엔 덩치가 큰 조류였습니다.

 

호주 흰 따오기

바로 이 녀석 호주 흰 따오기입니다. 호주에서는 도심지에 어울려 살며 워낙 개체수가 많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니는 통에 '쓰레기 닭'(bin chicke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가 비둘기를 '닭둘기'라고 부르는 느낌과 비슷하죠.


따오기 머리를 한 지혜의 신, 토트

그런데 따오기는 의외로 신성시되는 새였습니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는 지혜의 신이 아프리카 따오기의 머리를 하고 있으며, 이집트 무덤에선 실제 따오기가 미라가 돼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프랑스 Accor의 호텔체인인 ibis가 바로 따오기(ibis)에서 유래했을 것이란 설명도 이해가 갑니다.


우리나라에서 따오기는 거의 멸종상태에 있다가 창녕에서 따오기 복원사업을 통해 방생하여 보호하는 소중한 새이기도 합니다.

하버브리지 아래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는 호주 흰 따오기

하버브리지 아래 놓아둔 업라이트 피아노로 연주를 하니까 호주 흰 따오기가 와서 가만히 감상합니다. 그런 걸 보면 과연 지혜로운 새, 지혜로움의 화신으로 불릴 만큼 영리한 새가 맞는구나란 생각이 듭니다.


호주에서 비둘기 포지션인 새는 또 있는데요, 놀랍게도 아름다운 왕관을 쓴 듯한 큰 유황앵무새입니다.

큰 유황앵무(코카투)


호주, 뉴질랜드 일대의 고유종으로 흔히 '코카투'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선 동물원을 가야 볼 수 있는 귀한 앵무새가 비둘기 포지션이라니 낯설긴 하지만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가는 난간에도 매달려 있고 시드니 인근 로열내셔널파크 작은 마을에서는 떼로 뭉쳐 날아가는 장관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고 사람을 잘 따른다고 알려져 있는데 호주새답게 목소리가 우렁찬 게 큰 특징입니다. 번디나 마을에 주차를 하고 로열코스트트랙을 향해 걷다 보니 감튀를 먹는 코카투가 있네요.  

바닥에 떨어진 감튀(chip)를 먹고 있는 코카투

앵무새 얘기를 계속하자면 호주엔 앵무새가 참 다양하고 많습니다. 그중에서 아름다운 색으로 사랑받는 오색앵무가 있습니다. 나뭇가지에 머리를 박고 뭔가를 부스럭거려 먹고 있는 새가 있어 올려다보면 오색앵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오색앵무

아름다운 깃털을 가진 앵무새로는 붉은 장미앵무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제임스쿡 선장이 발견한 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다양한 국가에서 애완앵무로 사랑받는 종이라고 합니다. 유튜브에서 보는 앵무새들이 스트레스나 영양불균형으로 피더피킹, 깃털을 뽑는 습성으로 털이 빠진 상태로 나타나곤 하는데, 자연 속의 앵무새는 윤기가 있고 화사한 깃털의 색감이 아름답습니다. 역시 동물은 자연에 살아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붉은 장미앵무

호주에서 많이 보이는 앵무 중에는 갈라앵무도 있습니다. 분홍색 몸에 멋진 잿빛 머릿깃이 돋보이는 갈라앵무는 갈라 코카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흔하게 보인다는 표현과 달리 자주 보지는 못했습니다. 멀찌감치서 역광으로 찍은 사진이 전부네요.  

갈라앵무 또는 갈라코카투

호주 울런공 근처 키야마에 가면 등대와 블로우홀을 볼 수 있습니다. 주차를 하고 블로우홀 쪽으로 난 공원길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한쪽엔 파도가 치고 해안선을 따라 너른 잔디가 깔려 있습니다. 그곳에 흰새들이 모여있길래 처음엔 코카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몸집이 작더군요.


자세히 보니 리틀코렐라 앵무였습니다. 푸른 눈 코카투라고도 부르는 이 새는 무리 지어 활동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게다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어대는 걸 좋아한다는 설명처럼 잔디밭에서 벌레를 잡아먹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보려 다가가도 별 다른 경계를 하지 않았습니다. 호주에서 다른 앵무들이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개체수가 늘고 있다고 하니 적응력이 확실히 좋은 새인 듯합니다.


리틀 코렐라

로열내셔널파크는 호주 첫 번째 국립공원이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생긴 국립공원입니다. 웨딩케이크바위까지 걷는 해변트래킹 코스가 아름다운데, 맑은 공기와 낮은 수풀사이로 난 길을 걷다 보면 중간중간 '짠'하고 이런 탁 트인 절경이 마중 나옵니다.  

로열내셔널파크 로열코스트트랙

감탄하며 바다를 바라보는 데 갈매기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큰 새가 멀리서 빠르게 날고 있습니다. '저거 한번 찍어봐!'라고 했더니 아들이 심드렁하게 '갈매기예요...' 하다가 '아빠!'라고 소리칩니다. 급하게 사진을 확인해 보니 찍힌 것은...


흰 배바다수리

흰배바다수리였습니다. 흰배바다수리는 펼친 날개길이가 2M에 달 할 정도로 큰 대형맹금류입니다. 주로 아름다운 바닷가를 서식지로 하는데 인도, 말레이시아는 물론 호주 지역까지 넓게 분포합니다. 바다뱀을 날렵하게 낚아채는 장면으로 유명한데, 브루나이에선 국조로 지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워낙 빠르게 멀리서 날아간 터라 한 장뿐이지만 대형맹금류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은 새를 관찰하는 모습

호주의 새를 소개하기 위해 글을 쓰다 보니 새삼 많은 새를 보고 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나라에는 없는 꿀빨이새, honeyeater를 비롯한 다양한 새들은 다음 글에서 소개하겠습니다. 안녕.


호주의 새 (하) 바로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사나이의 모험 시리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