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뮤즈노트 Aug 26. 2024

호주의 새 (하)

호주 탐조기

호주의 인구분포를 보면 사람들이 모여사는 대도시인 브리즈번, 시드니, 멜버른 등 모두 바다와 접한 도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새를 많이 보고 싶다면 물이 있는 해안이나 호수, 강을 접한 도시를 추천하는데 대도시 근처에 물가가 많으니 당연히 다양한 새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물가에서는 '킹가리'라고 부르는 왜가리가 하천 생태계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물고기부터 뱀이나 개구리, 심지어 토끼까지 꿀꺽하려는 녀석으로 유명하죠. 청계천에서 사람들 앞에서 묘기를 부리듯 물고기 사냥을 하는 녀석이 바로 왜가리입니다. 호주 해안 염습지에서는 흰얼굴왜가리를 보았습니다.

흰얼굴왜가리

흰얼굴왜가리는 흰머리왜가리, 흰이마왜가리로 불리기도 하는데 호주와 뉴질랜드 등에 주로 서식합니다. 호주의 새 책표지에도 조연으로 등장할 만큼 호주가 보호종으로 지정하여 돌보는 새이기도 합니다. 먹이는 우리나라 왜가리와 비슷하게 물고기, 곤충, 파충류 등을 먹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비슷한 새를 키야마 근처에서도 봤습니다. 처음에는 황조롱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종과는 다른 차이점이 보입니다. 일단 날개와 등을 따라 검은 점이 박혀 있어야 하는데 거의 없고 빛깔도 훨씬 담백한 색이네요. 이 새는 담황조롱이입니다. 주로 호주와 뉴기니 등에서 흔하게 목격된다고 하니, 조롱이들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인간과 어울려 사는 적응력이 높은 맹금류란 생각이 듭니다.  


담황조롱이

호주의 해안가나 항구가 많은 시드에 가면 갈매기들을 다양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오페라하우스 근처의 갈매기들은 악명이 높죠. 이 녀석들은 야외 테라스 카페에서 햄버거나 감튀를 먹고 있는 사람을 유심히 관찰합니다. 그리고 주로 혼자 앉아있는 만만한 고객을 타깃으로 삼습니다. 용기 있게 한 마리가 감튀를 낚아챌 때 사람이 흠칫 놀라 피하는 모습을 보이면, '옳다구나'하면서 떼로 덤벼들어 음식물을 빼앗아 갑니다.  


왓슨스 베이의 갈매기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인근 식당에서도 갈매기들의 갈취행위가 만연하자 멍멍이 순찰대를 투입해서 갈매기를 쫓는다고 합니다.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는지 멍멍이 순찰대와 계약을 연장했다는 기사도 있네요.


물가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새 중에는 물닭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리가 흰색이면 물닭이고, 빨간색이면 쇠물닭입니다. 이름만 듣곤 갸웃하다가도 걷는 자세를 보면 닭과 흡사해서 왜 물닭이라고 불렀는지 이해가 갑니다.


호주에는 다양한 종류의 물닭이 있는데 시드니 공원의 작은 호수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자색 쇠물닭을 휴대폰으로 찍어보았습니다.

자색 쇠물닭

자색 쇠물닭은 보라색 쇠물닭이란 이름처럼 깃털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쇠물닭처럼 부리는 붉은색입니다. 공원에서 사람을 자주 봐서인지 다가가도 자기 할 일에만 열중합니다.


물가에서 흔히 보이는 새 중에는 가마우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가마우지 개체가 늘어났습니다. 배설물이 산림을 황폐화하고 어족 자원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많은 지자체에서 유해조수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립생물자원관이 의뢰하여 경희대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어류 개체군 감소와는 상관관계가 없고 도리어 외래종 물고기 감소, 하천 부영양화 감소 등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과학적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습니다.

호주 가마우지

특히 가마우지 배설물의 경우, 하천과 바다로 유입되어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면서 생태계 사이클을 순환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800년대에는 가마우지 같은 새의 배설물, 구아노가 천연 비료가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페루와 칠레 간 새똥전쟁을 벌이는 상황까지 치닫기도 했습니다.


특정 종의 개체 증가는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많아 보이고 불편하면 일단 유해하다고 판정 짓고 없애버리면 그만이라는 시각은 문제입니다. 모택동이 쌀을 털어먹는 참새를 모조리 잡아들이게 하자, 벌레가 창궐해 흉작이 생겼고, 4,200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아사한 역사를 곱씹어 봐야 할 때입니다. 생태계의 역할 등에 대한 심도 깊은 과학적 조사를 통해 함께 공생할 방법을 찾아가는 게 필요하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호주 펠리컨

호주 하천에 많은 새 중에 펠리컨을 꼽는 사람도 있습니다. 울런공으로 가는 길에 펠리컨이 사는 호수가 있다고 해서 들르려고 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사진 속의 펠리컨은 페더데일 동물원에서 찍었습니다. 페더데일 동물원은 캥거루와 코알라를 직접 만날 수 있어 유명한 동물원인데 실제로는 호주 전역에 서식하는 새들이 훨씬 많아서 좋았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새로 알려진 화식조와 펭귄 중에서 가장 작은 종인 페어리 펭귄도 볼 수 있었습니다.

화식조
페어리 펭귄

호주에는 독특한 동물들이 많지만 새 중에서는 우리나라에 없는 허니이터, 즉 꿀빨기 새가 있습니다. 주로 호주와 뉴기니 일대에 분포한 새 종류인데 말 그대로 꿀을 빠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녀석은 바로 뉴홀란드 꿀빨기 새입니다.


뉴홀란드 허니이터

말 그대로 꽃을 찾아다니며 꿀을 빨아먹고 곤충을 잡아먹기도 합니다. 꽃들이 수분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호주의 수목들은 대부분 꿀빨기 새의 덕을 보고 있다고 하니 놀랍습니다.


동부 가시부리

호주의 토착종 중에서 꿀빨기 새에 속하는 가시부리는 동부와 서부, 2종류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블루마운틴에서 본 이 녀석은 동부 가시부리입니다. 부리 끝이 벌새처럼 휘어져 있어 꿀 빨기에 최적화된 듯 보이네요.


가시부리 외에도 꿀빨기 새에 속하는 흔한 호주의 새로는 와틀버드가 있습니다. wattle은 우리말로 하면 턱 밑에 난 볏, 벼슬입니다. 아름다운 흰 줄무늬를 가진 이 새는 리틀와틀버드로 로열코스트 트랙에서 보았습니다. 와틀버드 중에서 가장 작은 종이라 littlewattle bird인데 와틀버드류 중에선 특이하게 턱벼슬이 없는 종입니다.  


리틀와틀버드

그렇다면 도대체 턱벼슬이란 게 어떻게 생긴 거냐 물으신다면, 이 새를 보면 됩니다. 레드와틀버드의 턱아래로 분홍색의 예쁜 하트무늬같은 게 눈에 띄죠? 이게 바로 와틀입니다. 붉은 턱수염새라고도 부르는 데 꿀빨기 새 중에서 두 번째로 큰 종에 속한다고 합니다. 연지곤지를 찍은 듯 참 아름답게 생겼네요.


레드와틀버드

호주에는 꿀빨기 새 외에도 유명한 호주까치가 있습니다. 까치가 까마귀과에 속하는 데 반해, 호주 까치는 생김새는 까치와 닮았지만 숲제비과의 검은백정새와 유전적으로 닮아있다고 합니다.


봄철 산란기가 되면 둥지 근처에 오는 것들은 모조리 공격하는 걸로 유명한데, 가끔 해외 통신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공격을 받아 다쳤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이 녀석의 짓입니다. 그래서 호주 라이더들은 헬멧에 뾰족한 케이블 타이를 묶고 다니는 모습이 많이 관찰되죠.


호주 까치

시드니의 하이드파크 인근에서 찍은 이 녀석을 자세히보면 부리가 무척 날카롭습니다. 로열내셔널파크로 가는 가정집 나무에는 호주까치가 모여서 코카투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등 협동 정신이 있는 머리가 좋은 새입니다.


강한 영역의식을 갖고 있는 호주의 흔한 새중에선 노이지마이너, 시끄러운 광부새가 있습니다. 공동으로 영역을 방어하며 살아가는 새인데 이름처럼 아주 시끄러운 노래를 부릅니다. 일반적으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새는 다양한 언어적 표현이 가능한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종종 같은 새 종류라고 해도 지역 사투리를 구사한다고 알려져 있죠.


시끄러운 광부새

우리나라에 자주 오는 여름철새 팔색조의 일종 중에는 noisy pitta 시끄러운 팔색조도 호주에 사는데, 동물원에서 들어보니 왜 시끄럽다는 말을 붙였는지 이해가 됩니다. 우리가 찍은 사진 속의 시끄러운 광부새 역시 우렁차게 울고 있네요.


비둘기는 어딜 가나 흔하지만 호주 고유종 중에서 볏비둘기는 제법 자주 보이는 새입니다. 땡그런 눈이 댕청미를 풍기는 녀석인데 성격도 인간에게 꽤나 사교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 오는 날 시드니 파크를 산책하다가 발견했는데 역시 비둘기답게 잔디밭 위를 걸어 다니며 가까이 다가가도 흘긋 눈으로 볼뿐입니다.

볏비둘기

우리나라에서 저렇게 높은 볏을 세운 새는 '추장새'라고 부르는 후투티가 유명한데, 그 녀석 역시 잔디밭을 좋아하죠. 뭔가 자신의 멋진 볏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걸까 싶기도 합니다.


호주에 있는 새 중에서 가장 골치 아픈 새도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로 꼽히는 외래종은 검은머리 갈색찌르레기 입니다. 싱가포르 등을 여행하다 보면 비둘기 포지션으로 길거리에서 흔하게 관찰되는 새입니다. 호주에 유입된 뒤로 개체수가 늘어나 유해조수로 지정되었다고 하네요.


검은머리 갈색 찌르레기

호주에서 다양한 새들을 만났습니다만 새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을 만난 이야기도 해야겠군요. 고슴도치처럼 보이는 이 동물은 고슴도치와 무관한 가시두더지입니다. 웨딩케이크락을 보고 돌아오는 중에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가보았더니 바로 이 녀석이 보행로 밑에서 먹을거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가시두더지

오리너구리와 마찬가지로 포유류인데 알을 낳는다고 하고, 오리너구리와 함께 단 두종뿐인 단공류 중 하나입니다. 긴 주둥이가 개미핥기처럼 나와 있는데 실제로 흰개미 등을 잘 잡아먹는다고 합니다.

 

호주에서 다양한 새에 대한 정보를 더 얻고 싶으시다면 시드니에 있는 호주박물관을 방문하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마침 내셔널그래픽 자연 사진전을 하고 있었는데 멋진 이미지가 많았습니다. 또 2층으로 올라가시면 호주의 새 관이 따로 설치되어 있어서 다양한 호주의 새에 대해 공부할 수 있습니다.  

호주 박물관

호주의 새 시리즈를 위해 함께 탐조를 하며 사진을 찍어준 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함께 새를 봐준 아내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호주 탐조 사진을 볼 때면 좋은 공기와 새소리가 들립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탐조에서 다시 봬요.

탐조 사진 by hy


호주의 새(상) 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