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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Apr 30. 2016

9. 아이와 함께 끝없는 이야기를 만들자

동화창작 DIY Chapter 3. 응용편

끝없는 이야기란?


매일 재밌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힘들다고 느껴질 때

아이를 이야기에 참여하게 만들고 싶을 때

상상력과 창의력을 쑥쑥 자라게 하고 싶을 때


바로 끝없는 이야기(Never Ending Story)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끝없는 이야기란 뭘까?

'양 한 마리가 울타리를 넘었습니다. 두 번째 양이 울타리를 넘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떠올렸을지 모르지만, 문제는 그다지 재미가 없다는 데 있다. 예민한 이야기 감별사인 아이는 금세 흥미를 잃어버릴 것이다.  


끝없는 이야기는 나와 아이가 창작자가 되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거대한 땅을 만들고 태양을 만들고, 사막과 바다를 만드는 여정이다.

창작의 상상력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끝없는 이야기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드는지 배워보자!


잠수함만 있다면 OK!


엄마, 아빠의 '끝없는 이야기'에는 일단 잠수함이 한 대 필요하다.


'갑자기 웬 잠수함?'


잠수함의 이름은 노틸러스호가 좋겠다. 눈치채셨나요? 그렇다.

쥘 베른의 <해저 2만리>에 나오는 바로 그 잠수함이다. 그렇다고 기억도 가물가물한 <해저 2만리>를 다시 찾아 읽을 필요는 없다. 네모 선장과 아로낙스 박사, 그리고 약간의 설정만 빌어오면 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아로낙스 박사가 배에서 떨어져 눈을 떠보니, 네모 선장의 잠수함이었다... 정도면 충분하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네모 선장은 우연히 잠수함에 오른 박사에게 노틸러스호 곳곳을 직접 구경시켜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즈음에서 자연스레 우리도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만약 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최첨단 잠수함이 있다면? 그런데 뭍으로 올라가지 않아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면? 게다가 크기가 작은 도시만 하다면?...


박사가 네모 선장에게 물었어요.

'엄청나게 큰 잠수함이군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뭍으로 올라가지 않고 생활하려면, 모두가 먹고도 남을 만큼 음식을 넣어둘 큰 냉장고가 필요하겠어요!'

네모 선장은 박사의 질문에 싱긋 웃으며 커다란 문을 열었어요. 갑자기 신선한 풀냄새, 과일냄새가 풍겨왔습니다. 고개를 올려다보니, 아득할 만큼 높은 천장 아래 푸른 밀밭과 논이 펼쳐져 있었어요. 그리고 논밭 양옆에는 오페라 하우스 관람석처럼 보이는 과수원과 밭이 층층이 쌓여있지 뭐예요.

2층에는 사과, 배, 오렌지, 포도나무가... 3층에는 감자, 고구마, 생강 같은 뿌리식물이... 4층에는 커피 열매, 야자나무,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나무가...

박사는 다시 궁금한 게 잔뜩 생겨버렸어요.

'하늘에 떠 있는 해님은 어떻게 만든 거죠?'
'이곳 사람들은 쉬는 날엔 어디를 가나요? 수영장이나 놀이동산이 있나요?'
'바닷물은 무척 짠데, 마시는 물은 어떻게 만드나요?'

네모 선장은 턱을 긁으며 웃으며 말했어요.

'후후후. 자, 이제 매일 하나씩 질문에 답해드리지요. 일단 인공해변을 걸으면서 이야기해볼까요?'


작지만 완전한 세계


앞서 이야기 만들기 법칙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모험은 언제나 낯선 세계에서 펼쳐진다. 작가의 상상력과 재능이 발휘되는 때는 바로 이 낯선 세계를 창조하는 순간이다. 어느 정도 틀이 있는 캐릭터나 이야기 구조와 달리, 이야기가 펼쳐지는 낯선 세계는 하얀 백지와 같기 때문이다.  


작가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나무를 심고, 강을 내고, 도마뱀이 사는 사막과 키 작은 동물들이 숨을 수 있는 동굴을 파야한다. 물론 멋진 초콜릿 폭포가 흐르거나 하트 여왕과 카드병정이 활약하는 세계를 만들면 좋겠지만, 시작은 자급자족하는 작은 세계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네모 선장의 노틸러스호

로빈슨 크루소가 지내던 무인도

철로를 따라 끝없이 달리는 설국열차

제페토 할아버지가 갇혀 있는 고래뱃속

...


그 어느 것이든 상관없다. 현재의 세상과 동떨어진... 마치 무인도와 닮은 공간을 설정하면 된다. 그다음 그곳을 우연히 방문하게 된 사람과 곳곳을 다니며 어떻게 여기서 자급자족하면서 살 수 있는지, 또 이곳이 얼마나 멋진 곳인지를 설명하면 된다. 이때 주제는 가급적 하루에 하나씩 선정하여 이야기한다. 예를 들자면...


첫째 날 : 노틸러스호에서는 어떻게 쌀과 과일을 키울까?
둘째 날 : 짜디 짠 바닷물로 둘러싸인 노틸러스호에서는 마시는 물을 어떻게 구할까?
셋째 날 : 햇빛이 들지 않는 잠수함인데 천장에 떠 있는 태양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넷째 날 : 잠수함에도 눈이 내리는 겨울이 있을까?
다섯째 날 : 네모 선장님은 물고기를 어떻게 잡아먹을까?...


아이와 대화하며 만드는 멋진 세계


이제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밤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세계를 만들어 갈 차례다. 예컨대 잠수함에서 마시는 물을 만드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정답은 없다.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가 함께 상상하며 물을 만들어 낼 방법을 찾아내면 된다.


박사님이 네모 선장에게 물어봤어요.

"선장님, 바닷물은 짜서 사람이 마실 수도 없고, 또 여기서 키우는 식물에게 줄 수도 없어요. 물은 어떻게 구하시는 거죠?"

네모 선장님은 빙긋 웃으면서 대답했어요.

"물이 필요하면, 우리 잠수함에서 커다란 풍선을 올려 보냅니다. 수면 위로 떠오른 풍선은 커다란 접시처럼 펼쳐지지요. 그리고 비가 내리면 빗물이 풍선 접시에 연결된 대롱을 통해 잠수함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 물은 논과 밭에 비처럼 떨어지기도 하고, 빗물을 모아뒀다가 그 물을 마시는 거죠."

박사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 물어봤어요.

"그런데 만약 비가 안 오면 어떻게 하죠?"


이제는 아이에게 물어보자. '맞다! 비가 안 오면 네모 선장님은 어떻게 물을 구할까?'

아이는 집에 있는 정수기를 떠올릴 수도 있고, 마트에 가서 사 오는 방법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상관없다. 작은 세계는 온전히 아이와 아빠, 엄마가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일 매일 잠수함의 비밀이 밝혀지고, 작은 세계가 순환하는 원리를 알게 되면서, 아이는 점점 즐거운 상상에 빠져들게 된다. 잠수함의 한 켠을 놀이동산으로 만들기도 하고, 사과나무에 필요한 햇빛을 얻기 위해 태양의 귀퉁이를 자르러 모험을 떠나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만큼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빠, 엄마도 상상의 나래를 펴야 한다는 점이다. 멋지게 집안 인테리어를 하는 것처럼, 잠수함의 곳곳, 무인도나 기차, 고래뱃속을 즐겁고 배부르게 먹고 지낼 수 있는 안락한 곳으로 꾸며보자. 그림도 그려보고, 블록으로 직접 이야기로 만들었던 세계를 재현해보자. 장담하지만, 아이만큼 엄마 아빠도 신이 난다...


아이가 그린 노틸러스호 _ 물고기와 나무, 태양, 그리고 강이 흐른다
아빠가 아이 옆에서 그려본 노틸러스호


삶 : 내 안에 작은 세계를 만드는 이야기


쥘 베른의 원작을 보면, 19세기의 풍경과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배가 침몰하는 일이 계속되자, 강대국들은 서로를 의심한다. 제국주의의 기치를 높이 든 국가들 간의 정치적 긴장감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또 노틸러스호를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네모 선장에게선 과학의 힘으로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시대적 자신감이 묻어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해저 2만리>를 쓸 당시에는 잠수함이 발명되기 전이었다. 작가는 오로지 자신의 상상력만으로 바닷속을 누비고 다니는 거대한 최첨단 잠수함을 만들어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쥘 베른은 다른 소설을 통해 달 세계, 지구 속 세계까지 상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미래의 모습은, 마치 지금의 우리를 보고 그린 듯 정확하게 묘사해냈다.


작가들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만의 작은 세계를 만드는 창조주다. 언뜻 현실과 동떨어진 낯선 세계를 그리는 듯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안에는 현실이 갖고 있는 한계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내 안의 작은 세계'를 그리는 과정에서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꿈이 투영된다. 그가 당시의 시대상을 정확히 묘사할 수 있었던 이유도... 또 그가 꿈꾸던 미래의 모습이 지금과 닮아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현재를 냉정하게 살피고, 자신의 꿈을 끝까지 밀고나간 상상이 바로 미래가 된다.


따라서 함께 이야기를 만드는 행위는 그 작은 세계를 아이의 마음속에 창조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의미다. 아이는 그 과정에서 지금 현실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인지하게 된다. 훗날 성장하여서도 현실의 그늘에 주눅 들지 않고, 더 좋은 세계를 꿈꿀 수 있게 된다. 상상력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 희망, 아빠가 원하는 직업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가진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다.

지금 당장 노틸러스호에 승선하여 함께 탐험을 떠날 이유다.





                                           

                      “Anything one man can imagine, other men can make real” – Jules Ve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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